[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환경부의 잘못된 판단과 대처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초기 대응 실패를 불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한우 정액에 대한 대책과 퇴비 부숙도 의무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18일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국감에서 제기된 축산분야 현안을 정리했다.

ASF 북한서 온 가능성 큰 데
야생멧돼지와 상관없다 판단
포획틀·총기 사살도 ‘주먹구구’

불법 생산된 한우 씨수소 정액
사육농가·2세 청년농 중심 유통
관련자 처벌·공급 정책 재검토를


▲환경부, ASF 확산 책임 크다=지난 18일 진행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한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를 지적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설훈 더불어민주당(부천 원미을) 의원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초기부터 질병이 휴전선을 따라 발병했다”며 “북한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만연해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상식적으로 바이러스가 북한에서 넘어 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데, 환경부가 초기 대응 과정에서 야생멧돼지와 상관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판단 잘못으로 인해 굉장한 혼선이 있었고, 초기 대응을 잘 못해서 사태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학용 환노위 위원장도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한 환경부 대응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학용 위원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있어서 환경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죄 없는 집돼지는 다 때려잡고, 실질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 매개체인 야생멧돼지는 보호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 여론”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내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이 우려되던 때에 전문가들이 야생멧돼지 개체 수를 줄여야 한다고 했는데 환경부가 다른 이야기를 했다”며 “환경부는 이제라도 심각성을 갖고 잘 대처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야생멧돼지 관리에 대해 환경부의 더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는 의견도 나왔다. 신보라 자유한국당(비례) 의원은 “양돈 농가와 국민들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야생멧돼지에 대한 적극적인 예방으로, 1년에 한두 마리 잡히는 포획틀만 설치하는 것은 안이한 대처”라며 “이제야 총기 사살 지시를 내렸지만 총기 포획이나 멧돼지 사체 처리를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첫 발생 때 그 주변에서 멧돼지 서식 흔적을 발견하지 못해 멧돼지와 직접 연관이 없다는 중간 결론을 발표했는데, 언론에서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야생멧돼지와 관련 없다고 단언했다는 보도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 장관은 이어 “10월 2일에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멧돼지가 DMZ 안에서 처음 발견되면서부터 환경부 매뉴얼에 의해 여러 가지 대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우, 불법정액 유통=한우 씨수소의 정액을 불법 생산·유통하는 업체와 인공수정사들의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비례)의원에 따르면 한우 농가들은 정액을 사용할 때 국가에서 인증한 농협 한우개량사업소에서 생산·공급하는 제품만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전북 지역에서 불법적으로 생산된 씨수소의 정액이 다두 사육농가·2세 청년농업인을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다. 그 양은 약 1만5000~3만개로 추정된다.

이에 김현권 의원은 “국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해 한우 개량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인증되지 않은 정액이 유통된다면 한우개량사업 정책의 근본이 흔들릴 수 있다”며 “해당 정액으로 생산된 한우를 모두 도태시키는 것은 물론 생산·유통에 관여한 인공수정사를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농협 한우개량사업소만 독점 공급할 것이 아니라 민간이 참여할 길을 고민해야 한다”며 “현재 국가가 폐쇄적으로 주도하는 씨수소 공급 정책을 전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관련 제도를 면밀히 검토하겠다”면서 “(불법 유통된 정액으로 생산된) 소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할지 별도 관리하겠다”고 답변했다.

▲퇴비 부숙도 의무화=2020년 3월 25일부터 가축분뇨법에 따라 모든 축산농가들의 퇴비 부숙도 검사가 의무화되는 것과 관련 정부가 소규모 농가들에 대한 법 적용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석진 자유한국당(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은 “한우농가들은 퇴비 부숙도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육면적 100㎡ 이하에서는 5~6두 밖에 못 키우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말한다”며 “20두 이하의 소규모 농가는 한우산업의 기반이 되는 농가들로 자체적으로 퇴비를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강 의원은 또 “소규모 농가들이 개별적으로 (퇴비장 설치를) 진행할 수 없는 만큼 마을 단위로 부숙시킬 수 있는 공동퇴비장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현우·우정수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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