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한국농촌교육농장협회(회장 윤상복)는 최근 ‘2019 농촌교육농장 교육프로그램 경진대회’를 마무리했다. 경진대회는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발굴, 지속가능한 농촌교육농장의 역량강화를 도모하자는 취지로, 농촌교육농장협회는 올해 경진대회 심사결과 대상 1곳, 최우수상 2곳, 우수상 2곳, 장려상 4곳 등 총 9곳을 선정했다. 제주 초록꿈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송영희전통담금과 다과록이 최우수상을, 지리산과하나되기와 두리버섯농원이 우수상을 각각 수상했다. 이들 농장의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대상/초록꿈(제주 제주시) 
꿈꾸는 채소…“채소 통해 내 꿈을 펼쳐요”

▲ 초록꿈 프로그램 중 하나인 ‘나만의 화분’ 만들기. 이 화분을 가꾸면서 어린이들은 채소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초록꿈’의 주제는 ‘꿈꾸는 채소’다. 채소를 통해 자신의 꿈을 생각해보자는 의미다. 고은정 대표는 문득 ‘채소가 채소를 좋아하지 않는 나를 어떻게 볼까’란 의문이 들었단다. 그러면서 ‘채소는 왜 태어났을까’를 떠올렸고, 이 때 ‘채소의 꿈’을 직접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채소가 꿈꾸는 것은 잘 자라서 식탁에 올라가는 것, 외면받고 버려지는 것이 아닌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 이렇게 함께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채소의 한살이를 지켜보면 채소와 더불어 사는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란 믿음에서, 채소를 농촌교육농장 프로그램의 소재로 정한 것이다. 초록꿈은 우영팟에서 쑥갓을 비롯해 배추, 대파, 양파, 마늘 등 다양한 채소를 키우고 있다. 우영팟은 텃밭의 제주 방언.

초록꿈은 채소의 종류를 알아보고, 채소의 역할을 공부하며, 채소요리를 하고, 나만의 채소화분을 만들고, 내가 키울 채소의 꿈을 표현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일련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채소를 이해하는 단계다. 한 예로, 양념장을 만들 때 매운맛, 단맛, 짠맛, 쓴맛이 필요하고, 매운맛은 고춧가루와 마늘이, 쓴맛은 생강이, 짠맛은 간장이, 단맛은 매실, 양파, 찹쌀가루가 조화를 이루는 것을 배운다. 이를 통해 각 채소의 역할과 맛도 알게 된다.

‘초록꿈’이 어린이들에게 알리고 싶은 가치는 무엇일까. 고은정 대표는 ‘먹거리의 소중함’이라고 답했다. 고 대표는 “채소를 잘 먹지 않는 어린이들이 많은데, 어린이들은 채소가 어떻게 어디서 자라는지도 모르기에 더욱 편식이 심해진 것 같다”면서 “이는 채소가 어린이들의 삶과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꿈꾸는 채소’를 통해 채소가 어린이들 곁에서 숨쉬고 있다는 점을 깨달으며, 농산물에 담긴 농부의 땀을 이해하고 지역의 맛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초록꿈이 ‘나만의 채소화분’을 만드는 것, 어린이들의 삶에 채소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기 위함이다. 고 대표는 “‘선생님, 저 시금치 먹었어요’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먹는 상황이 돼야 한다”면서 “그래서 봄에는 상추나 깻잎 등 모종을 화분에 심어서 집으로 보내고 그러면 자기가 키우는 채소를 잘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고 귀띔했다.

고은정 대표는 “집집마다 텃밭을 키우는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고, 농사를 지으면서 저 또한 치유를 받았던 만큼 이것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를 하는 활동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 학생들이 송영희 대표와 함께 고추장 담그기 체험 전, 고추장의 장·단점과 함께 고추장 담는 법을 알아보고 있다.

●최우수상/송영희전통담금(충북 증평)
전통장 만들기는 메주콩 고르기부터


송영희전통담금의 교육 프로그램은 ‘메주콩’을 고르는 것에서 시작한다. 우리 땅에서 나는 콩의 종류를 배우는 순서로, ‘장’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과정이다. 메주를 만들면서 슬로푸드와 더불어 전통 식문화를 생각하고, 메주 발효상태를 관찰하며 좋은 곰팡이 균이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메주로 된장을 만들며 장의 중요성도 깨닫고, 전통 발효식품의 가치를 자기만의 생각으로 표출하는 기회도 갖는다. 송영희전통담금에서 어린이들이 우리 음식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시간. ‘장’은 우리 땅, 우리 농산물로 길러진 콩을 이용, 옛 어른의 슬기와 지혜가 담겨있는 식품으로서 먹거리의 전통을 알리기에 충분한 재료라는 송영희 대표는 “이런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매일 먹는 된장이 얼마나 오랜 시간과 노력으로 만들어지는지 직접 체험해 그간 몰랐던 장을 다시금 알아가고 나의 식생활도 돌이켜보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우리 음식의 소중함, 우리 몸의 소중함, 더 나아가 농업·농촌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어린이들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송영희 대표는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증평 좌구산에 둥지를 튼 뒤 만들었던 전통장이, 지금은 어린이들에게 ‘우리 것’을 알리는 수단이 됐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송영희 대표는 “장은 한국인이 식생활에서 가장 애용하는 부식이자 조미료로 모든 음식의 기본”이라며 “최근 식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패스트푸드와 같이 간편함과 빠름을 중요시하다보니 건강을 놓치는 부분도 많고 가족끼리 밥상에서 대화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있는데, 집에서 보글보글 끓이는 장이 건강도, 가족간의 정도 살릴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조금은 낯설고 느려도 몸과 마음이 함께 하는 농촌교육농장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이성훈 대표(사진 오른쪽)와 최주순 대표. 다과록은 ‘차나무’와 ‘포도나무’의 공생을 통해 농촌교육농장을 꾸려가고 있다.

●최우수상/다과록(경기 남양주시)
한겨울에도 ‘남양주화 된’ 차나무 쑥쑥


‘다과록’은 차나무와 포도나무가 ‘동거’하고 있는 공간이다. 이성훈 대표와 최주순 대표는 1992년 귀농했을 때 처음 선택한 작목이 포도였고, 2009년 차 재배를 성공하면서 다과록은 차와 포도를 함께 키우고 있다. 때문에 다과록은 차와 포도를 교육 프로그램에 활용하고 있다. 다과록이 터를 잡은 경기 남양주는 차나무를 보기가 힘들다. 그런데 남양주는 다산(茶山) 정약용의 고향이다. 차를 사랑해서 호까지 다산으로 지었던 정약용이 나고 자란 남양주에 차가 없다는 아쉬움이 컸다는 최주순 대표. 그래서 최 대표는 남양주에 차를 심고, 전라도·경상도·제주도에 가지 않아도 차나무를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에서 차나무를 심었다. 95년부터 심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9년째 포기하려던 찰나, 살아남은 차나무가 있었고, 희망을 갖고 차나무를 가꾼 결과 지금의 ‘남양주화된 차나무’를 만든 것이다. 최 대표는 “겨울 영하 20℃에도 가온하지 않고 잘 자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철 푸른 차나무를 중심으로 ‘차나무 알아보기’, ‘좋은 차가 될 수 있는 찻잎 특징 배우기’ 등을 통해 ‘밥상먹리 교육’을 실시하는 가운데 8~9월 포도 수확철에는 포도 수확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해오고 있는 다과록이다.

다과록의 로고에는 ‘자연에서 배운다’는 문구가 따라다닌다. 최주순 대표는 “다과록은 자연을 만져보고 살펴보고 느껴보고 알아보는 장으로서, 인성은 물론 진로, 식문화, 치유까지 농촌의 자연을 통해 배워보자는 뜻”이라고 밝혔다.

다과록의 10년 후. 최주순 대표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서각 작가인 이성훈 대표의 전문성을 살려 “농장 전체가 서각갤러리이자 치유공간이자 문화공간이자 교육공간을 만들겠다”며 “이를 위해 한발 씩 그림을 채워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 산수유 마을에 자리잡은 ‘지리산과하나되기’. 하찮은 풀을 보며 소중한 자신을 발견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우수상/지리산과하나되기(전남 구례군)
풀 통해 자연과 하나되며 가장 소중한 가치 깨달아


강승호 대표는 2011년 귀농하자마자 첫 농사를 망쳤다. 토종벌 농사를 지었는데, 모두 괴사하는 아픔을 겪은 것이다. 이것이 강승호 대표가 농촌교육농장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다. ‘왜 토종벌이 사라졌을까’란 물음의 답을 찾기 시작했다. 강 대표는 “꿀벌은 환경생태지수를 파악하는 곤충으로 생태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면서 “벌이 괴사한 원인이 환경문제였고, 이러한 환경문제를 도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농촌교육농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지리산과하나되기는 농촌이 소중한 자원임을 깨닫는 소재로서 자연에서 가장 흔한 ‘풀’을 택했다.

지리산과하나되기는 ‘고마운 풀에게 마음을 전해요’, ‘산수유 나무 아래 보물찾기’, ‘지구를 지키는 억새풀’, ‘벌에게 희망을 주는 정원만들기’, ‘똑똑한 농부 산수유’, ‘내가 만드는 유기농 풀영양제’ 등 학년별 프로그램과 함께 농장이 구례 산수유마을에 위치한 만큼 산수유 술빵만들기 등 농촌체험도 활성화하고 있다.

강승호 대표는 “이른 봄 눈 속에서 피어난 복수초가 추울가봐 호호 불어주는 어린이를 보면서 자연과 일치되는 고운 심성을 봤고, 큰개불알풀의 꽃을 보고 베로니카의 손수건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보는 어린이를 볼 때는 풀의 소중한 가치를 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풀에서 느끼는 추억은 어른이 돼 가는 과정에서 소중한 감성적 가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아직도 공부하고 있다는 강 대표. 그는 “최근 천연염색지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풀이 의식주를 해결하는 소중한 자원이며, 가장 소중한 사람이 그 풀을 바라보는 자신임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 장재경 대표(사진 가운데)와 아내인 윤경숙 씨(오른쪽), 막내 딸 장연정 기획팀장은 버섯을 주제로 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수상/두리버섯농원(인천)
‘오감만족’ 식습관 바꾸기…버섯 싫어하던 모습 안녕


‘청소년들이 선호하지 않는 버섯을 가지고 교육농장을 하면 과연 청소년들이 방문할까?’ 장재경 대표가 농촌교육농장을 준비할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버섯’은 농촌교육농장 소재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인데, 장 대표는 버섯이 미국 FDA가 선정한 세계 10대 항암식품으로 예로부터 즐겨 먹어왔던 소중한 먹을거리였다는 점에 편식하지 않는 바른 식생활 실천이 부각되고 있는 현실을 기회요인으로 삼아 국내 최초로 버섯을 주제로 한 ‘오감 만족 식습관 개선 음식친근감 형성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식용·약용버섯과 독버섯을 구분하고, 좋은 버섯의 선별기준을 통해 좋은 버섯을 고르며, 직접 수확한 버섯으로 버섯요리를 만들고, 로컬푸드의 중요성과 올바른 식소비 생활을 실천하는 등이 교육활동 주요내용이다. 치유농업으로 도약하는 농업·농촌의 기회와 전망을 바로 알자는 목표도 더해진다. 이런 과정을 거쳐 버섯을 기피했던 학생들이 버섯에 관심을 가지게 된 변화, ‘나는 버섯을 싫어했다’는 소감문 서두가 ‘버섯 먹기 싫다고 짜증냈던 것이 죄송하다’고 글을 맺는 때 큰 보람을 느낀다는 장 대표다. ‘두리버섯농원’이 ‘쥐눈이콩 젓가락으로 옮기기’, ‘감자 높이 쌓기’, ‘감자 빨리 깎이’, ‘감자 껍질 길게 깎기’ 등을 순서대로 진행하는 것도, 농업·농촌의 자원을 인식시키기 위한 행동이다.

장재경 대표는 막내 딸인 장연정 기획팀장과 함께 ‘치유농업’을 접목할 계획을 꿈꾸고 있다. 장연정 팀장은 2019년 국립한국농수산대 버섯학과 심화과정을 졸업하고 후계농으로 자신의 뒤를 잇고 있다. 장 대표는 장 팀장과 호흡을 맞추며 버섯을 주제로 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인 ‘오리울 팜파티’를 상설화하고 특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장 대표는 “농민이 ‘감사한 농민’으로 올바르게 존중받고 기억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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