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이장제도의 문제에 대해 얘기하면 이장제도의 폐해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지금도 필요하다는 사람도 있다.

또 동네 이장에게 억하심정이라도 있느냐, 마을 이장제도가 문제냐 이장의 인간성이 문제지, 이장을 특정 문중이나 라인이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 이장이 하는 일이 없다, 이주민(귀농자)에 대한 텃새가 심한데 이장이 조정 역할을 안 한다 등등 주로 이장이라는 역할을 맡은 사람에 대한 얘기가 많다.

이장은 오래 전부터 행정의 말단에서 마을의 보조금 집행이나 민방위 교육 통지, 각종 행정 사항 전달 등을 해왔다. 이장들 중에는 마을의 중심으로서 마을의 화합과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이런 좋은 리더들이 이장이 되어 역할을 잘 하게 해야지 이장제도를 없애려고 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이장들의 불만도 많다. 가장 많이 나오는 하소연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는다, 이장 수당(활동비)이 15년째 20만원인데 이장 수당을 현실화해서 최소 30만원은 되어야 한다고 한다 등등 할 얘기가 많다.

농촌은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한 마을을 구성하는 인구도 과거와 다르게 줄어들어 1개리에 주민이 백명 이하인 곳도 많아졌다. 젊은 세대는 거의 없고 고령화된 노인들이 대부분이고 외부에서 귀농, 귀촌한 이주민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우리 농촌에서 오래 유지되어 왔던 관계와 질서가 변해가고 있다. 또 도시에 붙어 있는 면 지역은 도시가 확대되어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한 마을(리)의 인구가 만 명이 넘는 곳도 생기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5년 후, 10년 후 농촌의 변화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과밀화되어 사실상 도시에 편입된 리 지역은 동으로 바꿔서 행정기관이 관리하는 주민센터를 두고 과소화된 농촌은 권역으로 묶고 주민위원회를 두어 농촌 주민들이 마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바꿔야 한다.

우리 농촌은 권역별 종합개발사업을 통해 작게는 3개리에서 6개리가 권역별로 마을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농촌마을을 권역으로 묶어 의견을 수렴하고 발전방향을 논의해 본 경험이 있다. 이 사업이 모든 농촌에서 다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또 많은 지역에서 실패의 경험과 이 사업 시행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난 지역도 많지만 그건 과거의 일이고 앞으로 우리 농촌의 변화를 대비한다면 1개 면을 3~4개의 권역으로 묶고, 권역별로 10~15인의 주민위원회를 구성해 마을의 다양한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실행할 마을 실무자(사무장 혹은 총무)를 두어 행정의 말단 심부름꾼이 아닌 명실상부한 마을의 대표기관이면서 마을의 여러 사업을 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이제는 도로도, 교통편도 다 좋아져서 몇 개 마을이 함께 모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마을 주민이 자기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 역량도 키워나가면 지금의 이장제도를 대체하고 새로운 농촌마을의 공동체 자치제도와 문화를 만들 수 있다.

권역의 대표인 주민위원장은 명예직으로 마을 주민들이 선출하며 총회와 위원회를 관장하고 사무장을 지휘하는 권한이 주어지고 실무자는 상근하며 활동비를 지급하여 전업으로 마을 일을 수행하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이장의 권한으로 인한 주민 갈등이나 정보가 이장에게 독점되거나 차단되는 문제도 해결이 되고 정보나 공지, 공모사업은 필요한 사람에게 적기에 전달될 것이다.

하루 이틀에 추진될 일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인 농촌의 변화에 맞춘 마을 주민들의 자치와 민주적 의사결정, 그리고 마을의 미래를 마을 주민들이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하는 시스템을 준비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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