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 닭고기자조금은 지난 15일 대전 선샤인호텔에서 관리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0년도 제1차 닭고기자조금 관리위원회’를 개최했다.

사육농가 연대서명부 검증 결과
중복·위조 등 779건 무효 판명
자동폐지 요건 절반에 못미쳐   
21일 대의원회서 존폐 갈릴 듯


파행 운영이 장기화되며 좌초 위기를 겪고 있는 닭고기자조금의 존폐여부가 대의원들의 선택에 의해 결정짓게 됐다.

지난 1992년 출발한 닭고기자조금은 2009년 의무자조금으로 재편하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대한양계협회, 한국육계협회, 토종닭협회, 농협 등 자조금 관련 단체 간에 사업예산 배분과 사업방향을 놓고 갈등을 벌여 왔다. 급기야 지난해는 닭고기자조금 납부 대상자의 1/2 이상이 참여한 ‘닭고기의무자조금 폐지 요청 연대서명부’를 닭고기자조금 대의원회 의장에게 제출하면서 닭고기 의무자조금이 존폐기로에 서게 됐다. 축산자조금법 제23조(의무자조금의 폐지)에는 ‘축산업자의 1/2 이상이 의무자조금의 폐지를 요청한 경우에는 요청된 때부터 의무자조금은 폐지된 것으로 본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닭고기자조금이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연대서명부를 검증한 결과, 연대서명부 접수건수 2495건 가운데 779건이 중복·위조 서명 등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 결국 전국 사육농가 총 4830명 가운데 779건을 제외한 1716명(35.5%)이 폐지 요청자로 인정 돼 자동폐지는 불가능해졌다.

닭고기자조금 폐지 논란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지난 15일, 대전 선샤인호텔에서 개최한 ‘2020년도 제1차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회’ 회의 결과, 오는 21일 대의원회를 열어 투표를 통해 자조금 존폐를 최종 결정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만약 대의원 정족수가 미달할 경우 설 명절 이후 서면을 통해 대의원 의견을 묻게 된다.

여기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의지가 상당부분 작용했다. 농식품부가 자동폐지 요건인 자조금 납부자 1/2 이상의 폐지 요청은 충족하지 못했지만, 1/10을 넘긴 이상 축산자조금법 제23조 1·2항을 적용해 대의원회 소집 후 폐지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축산업자의 1/10 이상 또는 전년도 말을 기준으로 가축 또는 축산물의 1/4 이상을 사육하거나 생산하는 축산업자의 서명을 받아 대의원회에 의무자조금 폐지를 요청할 수 있고, 이 경우 의장은 대의원회를 소집해 의무자조금 폐지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축산자조금법 제23조 1·2항의 내용이다.

이에 대해 닭고기자조금 관리위원들은 15일 회의에서 “자조금 자동폐지를 요청한 서명부만으로는 대의원회 의장에게 폐지를 위한 찬반 투표를 요청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변호사 자문을 받았다”며 농식품부에 반대 의사를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농식품부도 법률 자문을 받았고, 최종적인 판단은 관리·감독 기관인 농식품부가 결정한다는 게 회의에 참석한 농식품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닭고기자조금의 운명은 대의원들의 선택에 따라 갈리게 됐다. 하지만 대의원회 투표 결과 자조금 폐지나 지속, 어느 쪽으로 결론 나더라도 농식품부에도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과 책임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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