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에 퍼지는 달콤한 냄새~ “딸기 디저트, 맡겨 주세요”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 최희경 씨는 충남 논산시 연무읍에서 딸기 농사를 지으며 딸기를 재료로 한 디저트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하루종일 매달려 딸기 재배해도
온 식구 살기에는 살림살이 빠듯
가공품으로 판로 모색…카페 열어

쿠킹 스튜디오까지 갖추고 
다른 청년 농업인들에도 활짝
각자 생산하는 작물 가공 등
상품 연구하고 사랑방 역할 톡톡


“청년들이 농촌에 와서 농사만 지어야 된다는 법은 없어요. 외롭게 농사를 짓다보면 포기하고 도시로 돌아가는 청년들이 많은데 전공이나 취미, 장기를 살려서 농업과 결합하거나 재능을 주변의 다른 농업인에게 나누면 조금 더 지속가능한 농업을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충남 논산시 연무읍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최희경(39) 씨는 자신을 ‘반농반X(엑스)’라고 소개했다. 반농반X는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며 자신이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의 방식을 일컫는 말로 몇 년 전부터 귀농·귀촌 인구가 늘며 자연스럽게 생겨난 단어다. 반농반X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는 최희경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곳은 딸기 농장이 아닌, 카페였다. 개장 4일차의 설렘과 걱정이 섞여 있는 카페 파리 씨(parici)의 주인은 최희경 씨다. 그는 남편과 시댁어르신들과 함께 딸기 농사를 짓고, 카페에서는 딸기를 재료로 딸기케이크와 각종 디저트를 만들어 판매하며 1년 내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그는 농사와 거리가 멀었다. 서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지난 2009년에 남편과 결혼해 충남 논산으로 이주해 딸기 농사를 지었다. 최희경 씨에 따르면 딸기 농사는 손이 많이 가는 농사다. 일일이 순을 따줘야 하고, 하루 종일 일을 해도 할 일이 계속 생기는 게 딸기 농사였다. 하지만 투입되는 노동에 비해 버는 돈은 많지 않았다. 농사만으로 식구들이 생활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에 판로를 넓혔다. 딸기를 택배거래로 팔았는데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물러지는 딸기의 특성상 고객들의 항의가 많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지쳤다.

그래서 선택한 게 딸기를 이용한 2차 상품 제조 및 판매였다. 2014년부터 딸기를 이용해 잼부터 시작해 케이크와 파르페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제품을 만들어 서울과 광교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 다른 청년농업인들과 함께 마켓을 열어 판매했다. 그 결과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고, 올해 카페 창업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와 관련 최희경 씨는 “농사만 지어서는 식구들이 먹고 살기 힘들다는 걸 깨달았고, 내가 가진 재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서 “딸기를 이용한 디저트를 만들어 소비자의 반응을 보고, 확신이 들어 카페를 창업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 (왼쪽)최희경 씨는 전국의 청년농업인들로부터 과일과 잡곡을 구매해 생과일주스와 디저트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오른쪽)카페 파리 씨(parici)에선 청년농업인들이 정성껏 재배한 농산물로 만든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최희경 씨의 카페는 다른 일반 카페와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카페 내부에 요리를 할 수 있는 쿠킹 스튜디오가 별로도 마련돼 있다. 스튜디오에서는 각종 디저트 레시피를 개발하고, 또 카페에서 판매하는 디저트를 만들기도 한다. 가장 주목할 점은 쿠킹 스튜디오가 최희경 씨 혼자만 사용하는 게 아닌, 다른 청년농업인들에게 열려 있다는 점이다. 최희경 씨에 따르면 누구나 자신이 농사지은 농산물을 이용해 2차 상품을 개발하고 싶으면 카페에 와서 자문을 구하고 함께 레시피를 개발하며 여기에 더해 어떻게 하면 더 잘 판매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카페를 개장했다. 이와 더불어 그의 카페에서는 전국의 청년농업인이 생산한 과일이나 잡곡을 구매해 생과일 주스나 빵을 만들고 있다.

그가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은 귀농 초기에 겪은 어려움 때문이다. 익숙지 않은 환경에 와서 농사를 짓다보면 고민이나 어려움이 발생하는데 고민을 나눌 상대가 없어 힘들었다. 또 농산물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자문을 구할 곳도 많지 않았고, 어떻게 잘 판매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댈 동료 청년농업인들도 없었다. 따라서 최희경 씨는 자신의 카페에 청년농업인들이 모여 농업과 농촌에서의 삶을 함께 나누며 더 나아가 정성껏 재배한 농산물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판매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가 되길 바라고 있다.

최희경 씨는 “농산물 2차 가공이 하루아침에 쉽게 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비로소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만들어 지는데 다른 청년농업인들이 카페에 모여 머리를 맞대면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라며 “농산물 2차 가공에 관심이 있는 청년농업인들은 누구나 부담 없이 문을 두들겨 달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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