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김경욱 기자]
 

경북 안동 사과농가 강형윤 씨

강서시장 A농산 도매인과 거래
2018년 추석 이후 대금 못 받아
“전형적인 불법전대 사례” 지적



경북 안동의 한 사과 농가가 강서시장(강서농수산물도매시장) 내 시장도매인으로부터 출하대금 3억6000만여 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엔 주변 농가들로부터 위탁 받아 판매한 사과 대금도 포함돼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유통가에선 그동안 우려해 온 시장도매인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북 안동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강형윤(45) 씨는 2017년 8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총 13억6000만여 원의 사과를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인 A농산에 공급했다. 그러나 강 씨에 따르면 사과를 공급할 때 마다 전체 대금의 일부만을 받았고, 2018년 10월 추석 대목장에 출하한 것을 마지막으로 출하대금 미지급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출하대금으로 받은 금액은 총 10억여 원으로, 피해금액은 3억6000만여 원이다.

강 씨는 A농산 직원 이 모씨가 “납품업체로부터 대금을 결제 받으려면 시간이 걸리니 출하대금을 정산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다”며 “그런 줄만 알고 출하대금 중 일부만을 받고 있었는데 2018년 추석 대목 거래 이후 출하 미지급금을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강 씨는 고향에 내려와 사과 농사를 시작하며 주변 농가들로부터 사과를 위탁받아 판매해 왔는데, 출하대금을 다 받지 못해 피해가 주변 농가들에게까지 미쳤다. 현재 강 씨는 A농산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다. 강 씨가 보낸 물건 일부만 A농산으로 거래되고, 나머지는 이 씨가 농안법 상 불법거래를 한 것이다. A농산 대표 정 모씨는 “(이 모씨가) 영업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해 가게 뒤쪽에서 장사를 하라고 한 것”이라며 “강형윤 씨와 (이 모씨가) 둘이 거래한 것을 밤에 계속 지키고 있을 수도 없고, 난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또 “처음에 강 씨가 대금정산 문제를 얘기해와 2018년 2월에 정산 문제를 다 해결해 줬고, 앞으로 문제가 있으면 내게 얘기하라고까지 했다”며 이번 문제가 불거진 것에 대해 항변했다.

이에 대해 강 씨는 “이 모씨가 내려와 사장님(정 모씨)이 알면 자기가 곤란하니 조금만 참아 달라며 부탁해 정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가 농안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법전대(재임대)로 인한 피해라고 지적한다. 실제 A농산은 불법전대를 이유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다. 강씨는 A농산과 거래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상 A농산에서 영업을 하던 이 모씨와 거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그동안 우려해 왔던 시장도매인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지적. 한 유통 전문가는 “경매제와 달리 개인 간 거래되는 시장도매인제는 아무리 대금정산조직을 설립해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해도 구멍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출하자를 보호하기 힘들다”며 “쌍방 간 거래를 자진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뒤로 거래하는 것을 신고만하지 않으면 서류상으론 아무런 하자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강서시장 시장도매인과 출하주 간 대금결제를 담당하는 한국시장도매인정산조합 관계자는 A농산 출하대금 미수 건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묻자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부총장은 “사실상 시장도매인이 불법전대를 통해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이다. 3억6000만원이란 돈은 농가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며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더 있을 수 있고, 유사 사례 위험성이 상존한 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이런 문제를 알고 있었음에도 시장도매인제를 홍보하며 가락시장에 확대 도입하려고 한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관태 김경욱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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