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농축산업계를 통틀어 의무자조금이 조직된 품목 가운데 축산 분야는 자조금 운영이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돌아가는 품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닭고기자조금의 경우 축산 자조금에 대한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를 무색하게 할 만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올해 2월까지 이어졌던 자조금 존폐 논란이 ‘자조금 유지’ 결정으로 진정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자조금관리위원장 해임 건이 불거졌다.

사실 닭고기자조금 내부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육계사육농가협의회가 육계 사육 농가를 대상으로 자조금 폐지 서명 작업에 나섰던 이면에는 닭고기자조금에 참여하는 단체 간 갈등과 힘겨루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때문에 자조금 유지 결정 당시에도 자조금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선 내부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닭고기자조금 거출 및 운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닭고기자조금의 갈등을 지켜보는 이들 중에는 곪은 곳은 빨리 터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닭고기자조금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논란이 결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잘잘못을 따져 묻고 싶지는 않다. 다만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시기에 대해서는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닭고기 가격은 생산비(1262원)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바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월(1~25일) 평균 생계 유통가격을 보면 1㎏당 1086원으로 전년(1544원)대비 29.6%, 평년(1455원)대비 25.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의 경우 복 특수마저 사라져, 초복 직전의 육계시세가 1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그나마 중복을 앞두고 1200원 수준을 기록한 것이 지난해 복 시즌 최고의 성적이다. 전문가들은 생산 및 소비 지표로 볼 때 앞으로도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금은 코로나19 여파로 축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이 위축된 어려운 시기다. 하던 싸움도 멈추고 닭고기 산업 모두의 생존을 위해 팔을 걷어붙여야 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벌이는 구성원 간 힘겨루기는 아무런 명분도 실리도 있을 수 없다. 누구에게도 지지를 얻을 수 없는 상처뿐인 싸움이다.

자조금은 존폐논란 속에 이미 8개월여를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흘려보냈다. 지금부터라도 갈등을 뒤로하고 닭고기 산업 활성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당장 닭고기자조금의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싸울 때 싸우더라도 ‘자조금’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다면 닭고기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최소한의 역할은 해야 하지 않을까.

우정수 기자 축산팀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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