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 한 계란유통센터에서 계란 선별 및 포장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정부는 오는 4월 25일부터 식용란선별포장업 제도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계도기간 종료 3주 앞두고
현장 준비 미흡에 업계 촉구

코로나19 탓 장비 수급 차질
‘광역 EPC’ 추진사업 지연
계란 생산량, 처리량 못 따라가
농가의 60% 판매 못할 수도 

19일 현재 허가 업장 168곳 뿐
서울·인천·경기에 43%나 몰려


1년간의 계도기간을 거친 ‘식용란선별포장업’ 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계란업계에선 계란유통센터 신규 건립 등 아직 제도를 이행할 수 있는 현장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계도기간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식용란선별포장업은 살충제 계란 등 부적합 계란유통 문제가 불거지면서 계란에 대한 위생관리 및 보다 체계적이고 안전한 유통을 위해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선별·세척·건조·검란·살균·포장 등 계란의 위생적인 처리가 식용란선별포장업의 주된 역할이다.

정부는 이러한 식용란선별포장업 제도를 지난 2018년 4월 25일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제도 시행을 위한 기반 시설 확보 등 현장의 미흡한 인프라 구축 사정을 감안해 1년 동안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9년 4월 25일 시행에 들어갔다.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만 지역별 대형 식용란선별포장업장 건립 등 관련 업계가 바뀐 제도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올해 4월 24일까지 1년의 계도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계도기간 종료가 3주 앞으로 다가왔으나 대형 식용란선별포장업장 건립 지연 등 제도 시행을 위한 현장의 준비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현 상황 그대로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면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 상당수는 판매가 불가능해 질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다. 따라서 생산자단체를 비롯한 계란 업계에선 계도기간 추가 연장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식용란선별포장업 계도기간 연장이 필요한 이유로 먼저 광역 ‘계란유통센터(EPC, Eggs Processing Center)’ 건립사업 지연을 꼽고 있다. 정부 지원 사업으로 추진 중인 대형 계란유통센터(1일 100만개 이상 처리) 완공이 늦어져 현 수준에선 1일 계란 생산량에 처리량이 따라오지 못하는데다, 나머지 영농조합법인 형태로 정부 지원을 받아 신축 및 증축 중인 계란유통센터도 자금조달과 지방자치단체 허가가 원활하지 못해 완공에 더 시간이 필요한 상태다. 더군다나 계란선별기 등 주요 기자재를 상당수 유럽에서 수입해 오고 있으나 코로나19 발생으로 장비 수급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허가받은 식용란선별포장업장 수를 고려할 때 이대로 계도기간을 종료할 경우 최소 60%의 농가는 계란판매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허가를 완료한 식용란선별포장업장은 168개소(3월 19일 기준)로, 진체 농가 수(963농가) 대비 18%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168개소 가운데 약 43%가 서울·인천·경기 지역에 몰려 있어 타 지역에서는 농가에서 생산하는 계란 처리 및 판매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168개 식용란선별포장업장 중 82개소는 농장 내부에 위치해 있는데, 이 경우 방역 문제 때문에 외부계란 반입 및 취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도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밖에 파각기 설정 기준 등 식용란선별포장업 운영에 관한 규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크고 작은 혼란이 예상되는 것도 계란 업계에서 계도기간 연장을 주장하는 이유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현 상황으로는 제도 시행에 큰 문제가 있는 만큼 식용란선별포장업장이 충분히 설치될 때까지 계도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며 “지역별 선별포장업 허가사항을 고려하고, 광역 계란유통센터 및 농장 공동선별포장업장 추진 등 농가의 피해가 없을 때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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