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농산물도매시장 유통인 K씨 지적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김관태 기자]

본보는 경북 안동의 한 사과 농가에 대한 시장도매인 출하 대금 미지급과 불법 전대 문제를 취재하던 중 강서농산물도매시장 개장 때부터 활동하고 있는 유통인 K씨의 제보를 받았다. 그는 이번 건에 대한 피해자가 더 있다는 증언과 함께 시장도매인과 관련한 불법과 편법이 시장에 만연하다고 제보했다. 다만 K씨는 신분이 노출되면 시장 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본보는 K씨가 시장 내부 문제를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어 공익적 차원에서 인터뷰 내용을 공개키로 했다. 다음은 3월 27일 진행된 K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출하 대금 미지급 논란 이 모씨
중도매인·시장도매인들도 피해

서울시공사, 거래 실적에 혈안
불법 전대 만연할 수밖에 없어
시장·중도매인 간 불법 거래도
벌금·영업정지 등 처벌 강화를

송품장 자진 신고로 정산 지연
검문소 두고 결제 확인 땐 해결


-제보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시장에서 피해를 입은 산지 농가가 더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엇보다 시장 내에서도 피해자들이 있어 얘기를 꺼내게 됐다. 강서시장 경매에 참여하는 중도매인은 물론 시장도매인 중에서도 이 모씨에게 물량을 보내고 돈을 떼인 곳이 있다. 이 씨는 강원도나 인천 등 지방 도매시장 출하자로 등록해 자신이 농가로부터 받은 물량을 공판장 등에 내기도 했다. 농가로부터 받은 물건을 다시 경매시장에 내놓는 이유는 공판장의 경매 익일정산 시스템을 활용한 것으로 본다.(일반 거래처보다 대금 정산이 빠르고 위험부담이 없다는 이유)”

-불법 전대가 문제 되는데 실상은 어떤가.
“불법 전대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시장도매인의 거래 실적을 올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최근 강서시장의 거래실적이 타 시장보다 월등하다는 보도자료를 낸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개설자인 서울시공사는 시장도매인제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거래 실적을 강조한다. 거래 금액을 올리기 위해 불법 전대가 자행될 수밖에 없다. 시장도매인 점포 중 일부를 내주거나 같이 영업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60% 이상은 전대를 하고 있다고 본다. 전대금은 적으면 월 100만~200만원에서 많게는 월 500만~600만원 정도다. 여기에 강서시장 내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 간 불법, 편법 거래도 만연하다. 예를 들어 형은 시장도매인, 동생은 중도매인으로 활동하며 시장도매인이 중도매인으로부터 물량을 받는다. 또 시장도매인이 다른 공판장이나 도매법인에 출하자로 등록해 물량을 납품하기도 한다.”

-송품장을 보내도 농가가 정산을 늦게 받는 게 가능한가.
“그렇다. 그날 올린 물건을 그날 상장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송품장이 있다고 하지만 송품장은 자진 신고제다. 송품장이 도매인 책상서랍 속에 있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다. 시장도매인 중 여러 곳은 자본금도 녹록지 못하다. 시장도매인을 시작하기 위해선 자본금 8억원이 있어야 하지만 서울시공사 승인을 받는 시점에만 유지하면 된다. 이를 악용해 이 기간만 대출해주는 대부업체도 있을 정도다. 그렇기에 시장도매인의 즉시 대금 결제는 사실상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수밖에 없고, 이에 송품장 신고도 미루거나 돌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즉시 결제가 되지 않는 문제는 해결 방법이 없을까.
“강서시장 내에 시장도매인 물량이 들어오는 문이 두 군데 있다. 이 두 문만 관리를 제대로 하면 된다. 쉽게 말해 여기에 검문소를 두고, 송품장 사진만 찍고 이후에 결제가 이뤄졌는지 확인만 하면 되는 것이다. 서울시공사가 불법 전대와 송품장 문제 등 시장도매인의 투명성 우려 문제를 풀 수 있는 쉬우면서도 중요한 부분인데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이건 서울시공사의 직무유기라고도 할 수 있다. 2018년도에 불법 전대가 적발됐을 때 서울시공사가 (불법 전대를 막기 위한) 의지만 있었다면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대대적인 플래카드가 붙고 해당 직원도 의지를 강하게 보였는데 왜 다음 해에 수그러들게 됐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론 벌금이나 영업 정지를 강하게 하는 등 불법에 대한 처벌도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시장도매인제에 대한 생각은.
“시장도매인은 7%의 수수료로 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가능할까. 받은 수수료 중 시장사용료와 하차비로만 20% 가까이 들어간다. 거기에 직원 인건비, 운영비, 산지 출장비, 청소비 등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 7% 수수료로만으로 시장도매인을 운영해 왔다면, 도산할 업체가 많았을 것이다. 물론 일부 시장도매인은 박리다매를 통해 잘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시장도매인 수를 늘리는 것보다 이런 업체를 내실 있게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내가 언론 앞에 선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또 자기 땅이나 가게도 아닌 공적인 곳에서 장사를 하면서 불법과 편법을 자행하는 게 시장 유통인으로서 불편하기도 했다.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추진하려는 것도 우려스럽다. 현재 경매사 중에 (전자 경매가 아닌) 수지 경매를 하는 경매사가 몇 명이나 될까. 이를 봐도 알 수 있듯 경매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전산 기록 등 투명한 구조다. 투명성과 비 투명성의 경쟁을 왜 부추기려 하는지, 그게 시장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

김경욱·김관태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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