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농업·농촌 현장에서 여성농업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다. 여성농업인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각자가 살아온 삶의 형태나 무늬가 다른 까닭에 새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고, 이것을 듣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다. 사담으로 시작한 대화가 무르익을 때 즈음 무심코 툭 던지는 질문이 있다. 여성농업인과 관련된 정책이 만족스러운지 물어보면 열에 여덟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한다.

비교적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몇몇 젊은 여성농업인들은 정책과 관련해 무엇이 문제인지 또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곧 잘 이야기하는 편이다. 하지만 중년 여성농업인들은 어떤 정책이 있는지 알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년 여성농업인들은 좋은 정책이 존재하더라도 전달받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오히려 좋은 정책이 있었냐고 반문하는 여성농업인도 더러 있었다. 즉 여성농업인 정책의 현장 체감도는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향후 5년 간(2021년~2025년) 시행될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의 근본이 되는 ‘제5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제5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제4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의 현장 체감성이 떨어진다는 외부의 평가를 인식한 듯 여성농업인단체와의 회의를 정례화 해 다양한 의견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내부를 살펴보면 여성농업인단체는 정부 정책에 현장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표하고 있는 반면, 농식품부는 여성농업인들의 정책 관련 구체적인 요구가 많지 않다는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서로에 대한 불만만 내세우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올해에 수립될 ‘제5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여성농업인의 권익 향상과 발전은 또 다시 퇴보할 것이 분명하다.

이럴 때일수록 ‘우문현답’이 필요하다. 본래의 뜻은 ‘우둔한 질문에 현명한 대답’이라는 사자성어이지만, 최근에는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말의 줄임말로 쓰이곤 한다. 언제나 답은 현장에 있다. 부디 정부가 형식적인 회의보다는 현장에 직접 내려가 여성농업인들의 생생한 요구를 더 자주 듣고, 요구사항이 정확히 반영된 ‘제5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길 고대한다.

안형준 기자 전국사회부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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