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987년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 32년간 농식품부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정통 농정 관료다.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 세 번째 농식품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9월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터지면서 주말도 없는 강행군을 이어온 그는 ‘공익증진직불법’ 제정과 농업예산 확대, 쌀 협상 마무리 등을 그동안의 성과로 꼽고,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농업의 미래를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공익증진직불법 제정
쌀 관세 513% 확정 성과

쌀 수급안정장치 제도화
품목별 생산자 조직화 토대
유통경로 다양화 주력

취약계층 농식품 바우처사업
사회적농업 육성 통해
농업 공익적가치 확산 노력

농업 미래 위한 초석 다지고
농산물값 불안·가축질병 등
근본적 해결 로드맵 마련도

 

 

-지난해 9월 취임 후 7개월이 지났습니다. 공직에 입문해 32년을 농정 관료로 재직하다 장관까지 오르셨는데, 개인적 소회가 궁금합니다.

“한평생을 몸담았던 조직을 이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입니다. 후배들에게 내부승진을 통해 장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 같아 기쁜 마음도 있고요. 하지만,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도 느낍니다. 1987년 사무관으로 시작해 농업 분야 공무원으로서 지난 32년간 우리 농업의 우여곡절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일해 왔지만 여전히 많은 숙제가 남아있습니다.

그동안의 농정 경험을 살려 부족한 정책은 채워나가고, 미래세대가 찾고 싶어 하는 살기 좋은 농업·농촌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또 환경보호와 공동체 유지 같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농업의 공익적 역할을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우리 농업계의 피해도 상당한 상황입니다. 정부에서는 어떤 대책을 추진 중이신지요?

“우선 정부는 성숙하나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정책적 보완을 통해 사태가 하루빨리 종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농식품 분야의 경우, 우선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부문이 주도해 판로가 위축된 화훼나 친환경농산물 팔아주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급식 중단으로 인한 친환경농가의 피해가 큰데요. 농관원 130개 지역사무소에 판로지원센터를 운영해 농가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납품 중단으로 인한 피해물량 전량에 대한 판로 지원을 병행 중입니다. 농가와 농식품업계의 경영부담 완화를 위해 정책자금과 물류비 지원을 확대하고 긴급자금 지원도 추진 중입니다.

농번기 일손 부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어 관계기관과 협력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대체 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농촌 인력중개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농식품 분야의 단기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향후 예상되는 위험에 대비한 추가대책을 재정당국과 협의해 나가겠습니다.”

-지난해 농특위 설립과 ‘공익직불제’ 근거법 제정 등 굵직한 변화가 있었는데요, 그간의 성과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작년에 농식품부에는 굵직한 현안들이 정말 많았는데, 다행히도 비교적 잘 마무리가 됐습니다. 우선 ‘공익증진직불법’을 제정하고, 관련 예산 2조 4000억 원을 올해 예산에 반영해 제도 시행을 위한 법적‧재정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했던 쌀 관세화 협상도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됐는데요. 6년 간 협상을 진행해 온 담당과장의 노력 등에 힘입어, 당초 우리나라가 제시한 관세율 513%를 지켜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경우도 아직 안심할 수는 없지만, 발생지역 외 농장으로의 확산을 철저히 막아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쌀값 회복 등에 힘입어 농가소득이 처음으로 4천만 원을 돌파했고, 농림어업 취업자 수와 2030 귀농가구 비중도 증가세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올해도 농업계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농식품부 전 직원과 합심해 사력을 다하겠습니다.”

-양정계장, 식량정책과장, 식량정책관 등을 거치며 쌀 정책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농정에서 쌀의 위상이 예전에 비해 많이 낮아진 게 사실인데, 문재인 정부 쌀 정책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쌀은 주식이자 농업·농촌 경제의 근간입니다. 쌀 소비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민 식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농가의 절반 이상(55만5000호, 54.4%)이 쌀농사를 짓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공급 과잉으로 인한 쌀값 하락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돼 왔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20년 전 수준(12만7000원/80kg)으로 떨어진 쌀값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 2018년 수확기 쌀값을 19만3563원까지 회복시켰습니다. 올해부터는 공익직불제 시행으로 진흥지역의 경우 작물과 관계없이 동일한 직불금을 지급함으로써 쌀의 생산 유인을 줄여 나갈 계획입니다.

여기에, 2018년부터 추진 중인 논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을 병행, 벼의 적정 재배면적을 유도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수급 불균형을 완화해 나가겠습니다. 이 외에 기후변화나 작황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급불안에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쌀 수급안정장치를 제도화(격리·방출기준 등), 농가 소득 안정과 함께 예측 가능한 수급 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취임 직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 농식품부는 사실상 휴일 없이 24시간 비상체제로 돌아간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방역 상황과 향후 대책 등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사육돼지는 지난해 10월9일 이후 발생하지 않고 있으나, 야생멧돼지는 파주·연천에서 철원·화천으로 남하·동진하며 지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야생조수류·쥐·파리 등의 매개체 활동이 활발해지고, 민통선 안쪽의 영농 활동도 본격화되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ASF가 양돈농장으로 전파, 확산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우선 야생 멧돼지 개체 수를 최대한 저감하고 광역울타리를 보강해 멧돼지 이동을 신속히 차단할 것입니다. 또, 차량·방제헬기·인력을 총동원해 ASF 검출지점이 있는 DMZ와 민통선 안팎, 접경지역 일대를 광범위하게 소독하고, 경기·강원북부 권역 9개 시·군에 대한 축산차량 통제와 지역 경계선 집중소독으로 바이러스 남하를 차단하겠습니다. 더불어 매개체와 차량, 사람을 통해 바이러스가 농가로 유입되지 않도록 농장단위 차단방역 완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농가는 울타리, 축사 구멍메우기, 구서·구충, 손씻기와 장화 갈아신기 등 차단방역 기본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농민들이 가장 원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사실 농산물 가격 안정일텐데요.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생산자와 협력해 선제적으로 수급을 조절하는 것, 둘째, 도매시장 등에 출하물량이 일시에 집중되지 않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이에 정부는 올해 생산자 조직화를 통한 사전적 수급조절체계 구축과 산지 공판기능 강화, 로컬푸드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우선 양파·마늘부터 의무자조금단체를 설립하고, 여기에 수급조절 권한과 역할을 부여할 것입니다. 정부는 실측 기반으로 농업관측을 고도화해 양질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생산자들의 의사결정을 돕고, 채소가격안정제 등을 통해 사전 생산량 조절을 지원하겠습니다.

두 번째, ICT 기술을 활용해 산지 공판기능을 강화하고, 로컬푸드 등 지역 소비체계를 확산해 유통 경로를 다양화하겠습니다. 지난해 가격 불안정을 겪은 양파와 마늘 등의 품목부터 전국의 산지 공판장·APC 등과 소비지 구매처를 온라인으로 직접 연계함으로써 물류를 효율화하고 가격 변동 폭도 완화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지역 중소규모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그 지역에서 우선 소비될 수 있도록 지자체·시민단체와 함께 로컬푸드를 확산해나가겠습니다.”

-농업을 이어갈 후계인력으로서 청년농 육성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금 등이 추진되고 있는데, 성과와 과제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2018년부터 만 40세 미만 청년을 연 1600명 선발, 월 최대 100만원의 정착지원금과 창업자금, 농지, 영농기술 교육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8~19년 선정자(3200명) 중 영농 창업예정자가 51%(기 창업자 49%), 귀농자가 71%(재촌인 29%)에 달하는 등 동 사업으로 인한 청년들의 농업·농촌 유입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부터 지원금 지급이 종료되는 청년농들이 본격적으로 배출됨에 따라 동 지원사업의 성과분석을 거쳐 선발기준, 지원사항 등에 대한 보완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 외에도 자본과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을 위해 농지·시설, 자금, 교육·컨설팅, 유통판로 등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농지은행 공급물량을 확대(’19: 1697ha→’20: 2240)하고, ‘유휴농지 개발 시범사업’을 도입해 청년층에 대한 농지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창업 가능한 임대형 온실(30개소) 및 스마트팜(혁신밸리 4개소+충북·강원) 조성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창업단계 잠재력에 투자하는 ‘영 파머스 펀드(100억원)’, 성장단계 ‘징검다리 펀드(215억원)’ 등 성장단계별 맞춤형 펀딩 체계도 차질없이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농식품 바우처 시범사업이나 사회적 농업 육성정책의 중요성도 항상 강조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농업‧농촌은 국민 먹거리 생산만이 아니라 식량안보, 환경‧생태 보전, 전통 및 공동체 유지 등 중요한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농업·농촌은 취약계층이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식품 바우처 시범사업과 사회적 농업 육성정책은 농업의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는 대표적인 정책입니다.

먼저 올해 처음 시범 실시되는 농식품 바우처사업은 취약계층의 영양‧건강 개선과 먹거리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현재 사업 운영‧관리를 위한 전담기관 선정과 전산시스템을 구축 중으로, 하반기부터 지자체에 시범적으로 적용할 계획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취약계층에 대한 농식품부 지원 정책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취약계층 식품 지원 프로그램’이라는 큰 틀에서 체계적으로 운영‧관리해 나갈 생각입니다.

농업 활동을 통해 노인‧장애인 등 농촌의 사회적 약자에게 돌봄‧교육‧일자리 등을 제공하는 ‘사회적 농장’을 2018년부터 지원 중인데, 올해는 늘어나는 사회적 농장의 교육‧네트워크를 담당하는 거점농장 4곳을 선정했고, 분야별로 사회적 농업 매뉴얼도 제작할 계획입니다. 또한 사회적 농장을 사회복지체계 내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복지부와 협력 프로그램 운영사례를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아울러 사회적 농장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지역주민에게 판매함으로써 ‘가치소비’를 통한 공동체 활성화가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

-농정 틀 전환과 관련, 농특위가 여러 분야의 과제들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농특위와 협력 방향은 어떻게 구상하고 계십니까?

“농특위는 대통령 직속 정책 자문기구로 ‘농정 틀을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지난해 출범했습니다. 기존 ‘효율과 경쟁 중심’의 농정에서 벗어나 농어업·농어촌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 중심으로 농정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농어업·농어촌을 국민 모두를 위한 삶터, 일터, 쉼터로 만들 수 있는 각종 개혁과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향후, 농특위가 농정 틀 전환을 위해 필요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농특위의 분과위, 특별위 등에서 논의 중인 주요 의제에 대해서도 긴밀하게 소통해 나가겠습니다.”

-장관 재임기간 동안 반드시 완수하고 싶은 농정 과제를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남은 임기 중에는 제가 농식품부에서 근무하며 고민했던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싶은데요. 우선, 농업의 미래를 위한 초석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농업의 차세대 인적자원을 확보하려면 청년들이 농업·농촌으로 들어와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농업에 ICT를 접목한 스마트 농업을 노지·축산까지 확산하고, 고부가가치 식품산업 육성과 수출 활성화에도 힘쓰겠습니다. 또한, 농가소득, 농산물 가격, 가축 질병 등 위험요인을 세밀하게 관리하고, 반복되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 로드맵을 마련할 것입니다. 중소농가의 소득안정과 환경‧생태 보전 등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공익직불제’를 차질 없이 시행하겠습니다. 체계적인 농산물 수급안정 시스템을 구축해 농산물 가격의 급등락을 최소화하는 한편, ASF 국내 첫 발생을 계기로 철저한 방역 관리가 가능한 방식으로 축산업을 바꾸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올해로 신문사가 창간 40주년을 맞았습니다. 농업전문 언론에 대한 평소 생각이나,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먼저 한국농어민신문의 창간 4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1980년 출발한 한국농어민신문은 농업 분야와 국민, 정부를 연결하는 대표적인 농업 전문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난 40년간 농업·농촌 분야의 소통 가교 역할을 해준 모든 임직원 여러분의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평소 한국농어민신문 등 농업 전문지 기사에서 정부가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정책의제 발굴과 그 대안 마련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농업 전문 언론이 농업 현장과 농업인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지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균형 잡힌 시각과 전문지식에 근거한 보도로 농업 전문 언론의 사명을 다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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