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 강동구청 싱싱드림은 ‘강동구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강동구에서 소비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농가 이영숙 씨(사진 왼쪽)와 소비자 정경숙 씨(가운데), 정혜미 강동구청 주무관이 싱싱드림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우수 농산물 직거래사업장’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로컬푸드와 농산물 직거래 대표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 2017년 ‘우수 농산물 직거래사업장 인증제’를 도입해 지금까지 총 28개소를 선정했으며, 이들 ‘우수 농산물 직거래사업장’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 신뢰를 쌓아가며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보다 신선하게 공급하고 있다. 특히 이들 매장은 ‘우수 농산물 직거래사업장 인증제’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환영받는 매장으로 거듭나며, 로컬푸드 직매장 확산에도 일조하고 있다. 2019년 ‘우수 농산물 직거래사업장’으로 선정된 직매장 7개소를 찾아 운영 방식과 특징들을 살펴봤다.

서울특별시 강동구에는 구청이 직영하는 친환경농산물 직거래매장이 있다. 강동구 도시농업지원센터(강동구 고덕동 소재) 내 위치한 ‘싱싱드림’이 그곳이다. ‘싱싱드림’은 강동구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강동구에서 소비한다는 ‘강산 강소’ 슬로건을 내걸고, 지역 친환경 농가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유통마진 없이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친환경 인증 18개 농가서 
매일 아침 수확한 싱싱한 품목
냉장탑차로 농장 돌며 수집 
소분 포장은 공공근로가 맡아
판매가는 도매가의 120~150%

첫째·셋째 토요일엔 야외장터
생산자·소비자 만나 신뢰 ‘쑥’
보건소 등 5곳서 무인판매도

◆싱싱한 친환경 농산물을 꿈꾼다


친환경농산물 직거래매장 ‘싱싱드림’은 공모를 통해 매장 이름이 만들어졌다. ‘싱싱한 친환경 먹을거리를 구민에게 드린다(드림)’와 ‘누구나 안전하고 싱싱한 친환경 먹을거리를 원하고 꿈꾼다(Dream, 드림)’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매장 이름처럼 판매대에는 그야말로 안전하고 싱싱한 농산물이 꽉 차 있다. 서울시 강동구에는 18명의 친환경 인증 농가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이 생산한 친환경농산물이 매일 아침 진열대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강동구 도시농업과 정혜미 주무관은 “암사동과 강일동 일대 친환경인증 농가들이 매장에 물건을 공급하고 있는데, 농장과의 거리가 반경 3~5km 안에 다 있다. 이게 진짜 로컬푸드 아니냐”며 “매장 안 농산물이 싱싱하니 한 번 찾은 손님들은 단골이 된다”고 전했다.

출하 농가는 아침에 수확한 농산물을 박스에 담아 놓기만 하면 ‘싱싱드림’에서 운영하는 냉장탑차가 농장를 돌며 그날 팔 농산물을 수집해 온다. 소분 포장은 강동구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는 인원이 하기 때문에 농가는 일손을 덜 수 있다.

2013년 개장 때부터 이곳에 농산물을 납품하고 있는 이영숙 농가는 “차에 농산물을 싣고 가락시장이나 마트를 돌아다니며 팔곤 했는데 이젠 그러지 않아도 돼 너무 좋다”며 “포장부터 진열까지 센터에서 다 해주니 한결 편해졌고 그만큼 농산물을 키우는데 신경을 더 쓰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싱싱드림’ 매장에는 엽채류 등 200여개 품목이 판매되고 있다. 대부분이 강동구에서 생산되는 신선농산물이며, 경기도 이천과 양평 지역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코너를 만들어 쌀과 가공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는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에서도 고춧가루 등 가공식품 일부를 받아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강동구와 완주군이 업무협약을 맺어 강동구 공공급식센터에 완주군 농산물이 공급되는데, 이를 계기로 ‘싱싱드림’에서도 완주군 농산물을 소개하게 된 것이다.


◆밭에서 식탁까지 3시간

‘싱싱드림’은 당일 수확, 당일 판매 원칙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밭에서 식탁까지 3시간’이라는 시스템을 강조한다. 당일 아침에 밭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점심때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산지에서 도매시장으로 다시 소매점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유통구조가 없어 가능한 일이다.

이곳을 이용하는 소비자 정경숙 씨는 “아침에 딴 농산물을 볼 수 있어 농산물을 살 때는 이곳을 먼저 찾는다”며 “코로나19로 집에서 밥을 해먹는 사람이 늘어서 그런지 요즘에는 매장 손님들이 더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야외직거래장터도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도시농부의 토요일 이야기, 이른바 ‘도.토.리’ 장터로 강동 경희대학교병원 앞에서 매달 첫째, 셋째 토요일에 펼쳐진다.  소비자들은 이곳에서 생산자와 직접 만나 신뢰를 쌓아 간다.

신선한 농산물을 판매하겠다는 원칙과 생산자와 소비자 간 신뢰가 쌓이면서 새로운 관계도 형성된다. ‘싱싱드림’을 이용하는 단골 고객들은 생산자 농장을 직접 방문해 농산물을 사 가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이곳 매출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4년 2억76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2019년에는 4억원을 넘어섰다. 또 이 같은 증가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싱싱드림 매니저인 김우태 씨는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크게 들어선 데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매장을 찾는 손님이 크게 늘어 주말에는 줄을 서서 사갈 정도”라며 “생산자들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오히려 물건이 부족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곳으로 오는 농산물 대부분이 친환경농산물이지만, 간혹 농가들이 친환경인증을 받지 않은 품목을 가지고 올 때는 센터에 있는 잔류농약검사실에서 잔류농약 검사를 한 뒤 매장에 진열하고 있다. 또 회의실에선 매월 한 번씩 모든 출하농가들이 모여 친환경농산물 생산과 관련한 교육을 받고 개선사항을 논의한다.

판매가격은 가락시장 도매가격을 참고해 센터 직원과 농가가 협의해 결정한다. 대략 도매가격의 120~150% 수준에서 결정되는데, 일반농산물 가격 기준이기 때문에 일반 마트에서 판매하는 친환경농산물보다는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농가들 불만은 없냐고 묻자 정혜미 주무관은 “간혹 마트 판매가격을 얘기하며 너무 싸게 판다고 얘기하는 분도 있지만, 신선한 농산물을 주민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고 설득한다”며 “대신 구청에서는 친환경 인증 비용이나 친환경 농자재 구입 비용을 지원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눈에 띄는 것은 출하 농가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싱싱드림’ 외에도 강동구청 청사, 상일동주민센터, 강동보건소 등 5곳에서 무인판매 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무인판매대 매출은 일평균 약 22만원으로, 약 3.2% 손실이 나지만 인건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은 더 낫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더해져 ‘싱싱드림’은 2019년 우수 농산물 직거래사업장으로 선정됐다. 정 주무관은 “선정되기 전에도 우수 직거래사업장이라 생각하고 있었다”고 웃으며 “국가에서 인정해 준 만큼 우리 매장의 신뢰도가 한층 더 높아지고 주민들에게도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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