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농식품부 관장 정책보험으로
보험료 50~70% 국고 지원 불구
금감원 표준약관 해석 핑계
"사적 분쟁 개입 어렵다" 뒷짐

분쟁해결제도·기구 설치 조항
올 사업시행지침서 사라져
“논란 소지 없애는데 급급” 비판
재해보험심의회도 형식적

‘농업인안전보험’ 사업자인 NH농협생명이 농작업 사고로 사망한 유족에게 사망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본보 5월 1일자 1면), 이 사업의 주관부처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업인안전보험’은 농작업 중 발생하는 사고·질병 등으로 재해를 입는 경우 신체나 재산에 대한 손해를 보상함으로써 안정적인 농업경영과 생활안정 도모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보험이다. 다른 직업군에 비해 업무상 사고나 질병이 빈발함에도 산재보험 혜택에서 제외돼 불의의 사고시 대처 수단이 없었던 농업인을 위한 것으로, 2016년 <농어업인의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보험 운영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동법과 시행규칙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보험사업을 관장하고, 정부가 국가 재정으로 보험료의 50% 이상을 지원하되, 보험사업의 운영계획이나 보험금의 종류 및 보장범위, 재정지원에 관한 사항 등은 농식품부장관과 보험사업자가 협의, ‘농업재해보험심의회’의 심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금감원에 물어보라는 농식품부=하지만 지난해 7월 전화상담과 민원을 통해 이 사건을 인지한 농식품부는 “우리 부가 농업인안전보험의 보험료 국고지원(50~70%)을 하고 있지만, 보험상품 개발·운영은 보험사업자(NH농협생명)에게 있고, 보험상품 승인·분쟁 조정은 금융감독원에서 담당하고 있다”면서 보험금 지급 여부는 권한 있는 기관에 답변을 받으라는 입장을 내놨다. 농식품부는 재정 지원을 할 뿐, 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한 논란은 보험사와 농업인간 ‘사적 분쟁’이라 적극적인 개입이 어렵다는 것이다.

본보 취재 과정에서도 농식품부 재해보험과 담당 사무관은 “약관 해석에 문제가 있어 보여 금감원에 확인해 본 결과, 보험기간 안에 사고가 나고, 보험기간 안에 사망도 해야 보험금 지급을 한다고 명확하게 해석을 내렸다”면서 “저희도 안타깝지만 금감원 표준약관 해석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보험료를 지원하는 것이고 사업자는 농협생명이기 때문에 억지로 보험금 지급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보가 확인한 금감원의 입장은 달랐다. 농식품부가 의견을 받았다는 금감원 생명보험검사국 관계자는 “전화가 연결돼 일반적인 생명보험 표준약관에 대해 설명을 한 것일 뿐, 이 사안과 관련한 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해 답변한 적은 없다”면서 “농업인안전보험의 특성이나 해당 약관, 사실관계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고, 판단할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분쟁해결조항은 왜 삭제했나=농식품부가 갑자기 2020년 사업시행지침에서 ‘분쟁해결기구 설치·운영’ 조항을 삭제한 것도 논란이다. 기존의 사업시행지침에는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원만한 해결을 위한 분쟁해결제도 및 기구를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2020년 사업시행지침에서 이 조항이 사라진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 조항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사업시행기관인 보험사업자가 기구를 설치·운영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어차피 중립성 보장이 어렵고, 분쟁 발생시 금감원 분쟁조정 신청 제도를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이 돼서 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립성 보장이 어렵다는 이유로 관련 조항을 아예 삭제했다는 농식품부의 설명은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게 현장의 여론이다. 개인이 금감원을 통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할거면, 사업주관기관인 농식품부나 사업관리기관인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은 왜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민원 제기 이후 이 조항을 삭제했다는 것은 농식품부가 논란의 해결보다는 논란의 소지를 없애는 데만 집중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형식적으로 개최된 농업재해보험심의회=연초에 한 번씩 개최되는 농업재해보험심의회도 형식적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1월 농식품부는 재해보험심의회를 개최하고, 농업인안전보험과 관련 ‘사망보험금 연장 특약’ 도입을 의결, 오는 9월부터 보험종료 후 30일까지는 사망시 유족급여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심의위원은 “보장성 강화라고만 했지, 관련 제도개선 안건이 올라 온 배경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나 토론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30일 특약과 관련해서도, “입원을 이유로 재가입도 시켜주지 않으면서 다치고 나서 30일 안에 안 죽으면 우리하고는 상관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이야기 아니냐”면서 “민간보험도 2년 정도 내에 사망하게 되면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데, 이건 상식적으로 개선의 효과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업재해보험심의회 심의위원이기도 한 최영철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은 “농업인안전보험의 경우 국고 지원에 지자체 지원을 포함하면 국민 세금이 70% 이상 들어가는 정책 보험 아니냐”면서 “시간적·금전적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 농민 개인에게 분쟁 해결을 떠넘기지 말고, 농식품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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