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농산물 찾아 소비자 발길…마을에 활력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 전북 군산시 최초로 설립된 옥산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은 군산 시내권 방문객이 80~90%를 차지할 정도로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 정현희 씨와 생산자 황기순 씨, 옥산농협 최윤석 계장(사진 왼쪽부터)이 옥산면 로컬푸드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전북 군산시 옥산면은 군산 시내와 인접해 있지만 여느 농촌마을과 다름없었다. 적어도 옥산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로컬푸드직매장이 들어선 후부터는 군산 시내 소비자들이 보다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찾아 이곳으로 모여들며 조용한 농촌 마을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한해 36만여 명 찾아
직매장 생기기 전보다
하나로마트 매출 껑충
10배 가까이 늘어 

가격은 농가가 자율결정
엽채류 24시간 내 판매 원칙
‘양보다 품질로 승부’
싱싱하고 다양한 품목 자부


◆채소 팔아 성공할 수 있을까?
2014년 6월 개장한 옥산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이하 직매장)은 군산시 최초로 설립된 로컬푸드 매장이다. 설립 당시만 해도 주변에선 ‘채소를 팔아 성공할 수 있겠냐’라는 우려가 많았다. 더욱이 시내가 인접해 있긴 하지만 농촌마을에서 로컬푸드 농산물을 판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연간 36만여명이 찾는 직매장으로 발돋움하는 대반전이 일어났다. 직매장이 생기기 전까진 약 66㎡(20평) 규모의 하나로마트가 운영됐는데, 연매출이 7억여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직매장이 생기고부터 매출이 뛰기 시작해 지난해 총 매출은 65억8400만원을 기록했다. 무려 10배 가까이 뛴 것이다.

이 중 로컬푸드 매출이 39억6700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하나로마트 매출보다 직매장 매출이 더 많은 셈이다. 옥산농협 문지현 과장은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은 로컬푸드 중심으로 고객층이 형성돼 있다”며 “보통은 거꾸로인 경우가 많지만 이곳 소비자들은 로컬푸드를 사러왔다가 나머지 필요한 물건을 하나로마트에서 구매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하나로마트 매장이 있었던 시절 손님 대부분이 마을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80~90% 정도가 군산시내에 있는 소비자들로 북적인다. 옥산농협 최윤석 계장은 “하나로마트만 있었을 땐 동네 사람들이 오가며 생필품을 사는 정도였다고 보면 된다”며 “지금은 로컬푸드를 통해 시내에 거주하는 소비자들까지 이곳을 찾아 조용하던 시골 동네가 북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소비자 정현희 씨는 “직매장이 생기기 전까지는 대형마트만 다녔다”며 “직매장이 없었다면 굳이 이곳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똑같은 품목이라도 매일 매일 색깔이 다르고, 새롭게 느껴지는 게 로컬푸드 직매장의 매력”이라며 “간혹 농가들을 만나면 제철 농산물을 맛있게 요리해 먹는 법도 배울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농가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판매처가 생겨 만족하고 있다. 이곳에 농산물을 출하하는 황기순 씨는 “직매장 출하 물건은 대체로 가격을 일정하게 받을 수 있어 좋다. 직매장이 생기고부터는 로컬푸드용 품목을 늘려오고 있다”며 “직매장이 없었다면 시장 이곳저곳을 다니며 판매하러 다녔을텐데 이젠 아침에 수확해 진열만 하면되니 여간 편해진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농산물 가격은 농가 자율
옥산농협 직매장은 다른 직매장과는 다르게 어떠한 협의도 없이 농가 스스로 가격을 결정한다. 물론 매장 한 편에 도매시장 가격표를 붙여 놓기는 하지만 이는 참고만 할 뿐 그때그때 상태에 따라 농가가 자율로 가격을 정한다.

그렇다고 생산자 입장에서 가격을 높이 책정할 순 없다. 옥산농협 직매장의 경우 엽채류는 24시간, 근채류는 48시간, 곡물류는 한 달 이내에 판매되지 않으면 농가가 모두 회수해 가야한다. 하루가 지났다고 가격을 할인해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선 처음부터 적정 가격을 매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윤석 계장은 “직매장에 도매가격은 붙여 놓지만 농가들이 얼마에 내놓으니 팔리더라, 안 팔리더라를 얘기하며 가격을 정하고 있다”며 “옆채류는 안 팔리면 대부분 폐기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싸게 내고 다 파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에 직매장 내 농산물은 항상 싱싱하고 다양하다는 설명. 그는 “직원 실수로 누락된 물건이 진열돼 있을 순 있지만 24시간이 지난 엽채류는 매장에 없다고 보면 된다”며 “그래도 농가 입장에선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출하를 대기하는 농가들도 많다”고 말했다.

현재 옥산농협 직매장에 출하하기 위해 교육을 받은 농가는 500여명이나, 연중 출하를 하는 농가는 300여명 정도다. 출하를 하고 싶다고 대기하는 농가도 150여명이나 되지만, 매장 규모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모두가 출하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윤석 계장은 앞으로의 로컬푸드직매장은 질적 성장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금 꾸준히 출하하시는 농가가 300여분이지만 이 정도 인원도 자리가 부족해 다툼이 생길 때가 있다”며 “그렇다고 매장 규모를 키워 들어오고 싶은 농가를 다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로컬푸드직매장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양적 경쟁을 해서는 모두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 그는 “농가 입장에서도 상추 한 봉지 1000원, 2000원 더 판다고 수익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로컬푸드 매장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나중에는 어느 쪽에 물건을 내냐로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며 “직매장을 어떻게 잘 관리해 매출을 늘릴 것이냐도 중요하지만, 로컬푸드직매장에 어떤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지, 흔히 말해 홈쇼핑 MD가 좋은 상품을 찾아다니 듯 상품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옥산농협은 로컬푸드직매장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문지현 과장은 “지난해 직매장에 연중 출하가 가능한 품목을 늘리기 위해 출하 농가에 하우스 비닐을 지원했다”며 “앞으로도 직매장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출하농가 지원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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