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 탄수화물 섭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지만 쌀밥을 제대로 먹으면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연이어 제시되고 있다.

콩 섞으면 영양적 가치 쑥
쌀밥 정량으로 섭취할 땐
대사증후군 유발 억제·예방

가격보다 품질로 쌀 고르지만
소비자가 식미 알 수 없어 
선호 품종·브랜드 재선택 많아

배 채우려 먹는 건 ‘옛말’
발아현미·배아미 등
영양성분 살린 쌀 인기
소비패턴 변화 대응해야


‘소로리 볍씨’. 국어사전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소로리 구석기 시대 유적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 측정 결과 1만3000~1만5000년 전 볍씨로 확인됐다. 한반도의 쌀 역사가 매우 오래됐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역사를 지닌 쌀이 언제부턴가 우리 식탁에서 적아지고 있다. 식량안보 주축인 쌀의 소비량도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쌀밥의 탄수화물이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도 작용한다. 또한 인구 고령화와 1~2인 가구 증가로 소비패턴이 급변하고, 먹거리가 다양해지면서 쌀이 뒷전으로 밀린 것도 원인이다.

쌀이 점점 소외되는 이러한 현실을 반전할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응답은 ‘가능하다’라고 말한다. 쌀밥을 적정량 먹으면 오히려 건강에 이롭다는 분석이 제시되고 있고, 특히 한국식품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발아율 기반 식미측정 기술’을 개발해 소비자들이 식미 점수를 확인하며 밥맛 좋은 쌀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도 희소식이다. 

▲‘쌀 탄수화물’ 바로알자=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하루에 밥 두 공기도 먹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9.2kg에 그쳤다. 하루 평균 162g이다. 밥 한공기가 쌀 100g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에 쌀밥 한 공기 반 정도 먹는 셈이다.

에너지 공급량에서 주식인 쌀의 비중도 낮아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식품수급표에 따르면 1인 1일당 공급에너지를 보면 1965년의 경우 전체 공급에너지 2189kcal 중에서 쌀이 1225kcal로 56%를 차지했었지만 2017년에는 2944kcal 중에서 679kcal로 23.1%로 줄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유지류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설탕류, 육류 등이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쌀밥이 줄어드는 원인 중 하나로 ‘잘못된 정보’도 지적되고 있다. 다이어트 식단에서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화하고, 탄수화물이 비만과 체지방 증가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마치 쌀밥이 주범인 양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쌀 탄수화물 관련 다수의 논문과 연구, 전문가 분석을 종합해 본 결과 건강과 체형 관리에서 쌀밥이 오히려 우수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쌀 탄수화물은 인체가 흡수하는 포도당으로 분해되기까지 여러 단계의 소화과정을 거친다. 쌀 탄수화물은 낮은 혈당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에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성인의 뇌는 몸무게의 2.5% 정도지만, 뇌에 흐르는 혈액량은 전체의 15%에 달하고 뇌 신경세포의 에너지원이 포도당으로 적정량의 탄수화물 섭취가 꼭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쌀밥 섭취량 오히려 늘려야=보건복지부·한국영양학회가 지난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탄수화물 섭취량은 필요한 에너지의 55~65% 수준이 적정하고, 평균치 60%로 하면 탄수화물 중량은 남자 336.7g, 여자 271.1g으로 계산됐다. 이와 함께 또한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2015년)에서는 식품군별 대표식품들의 섭취 가능비율에서 현미, 보리, 밀가루 등 곡물을 제외한 흰쌀(백미)만 섭취량은 하루에 175g 수준으로 연간 63.8kg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59.2kg에 그쳐 권장량에 미달하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 김의웅 책임연구원은 “백미의 탄수화물 중량비는 백미 100g 중 77.1g 수준이므로 백미 175g은 우리나라 탄수화물 권장 섭취중량의 40~50% 수준에 불과하다”며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에서 권장하는 수준보다 적게 섭취하고 있고 쌀밥이 탄수화물 과다 섭취 원인이고 비만을 초래한다는 것은 오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쌀밥에 콩을 섞어 먹으면 영양적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김의웅 책임연구원은 “쌀, 밀, 콩 등 곡물의 제한 아미노산 스코어에서 쌀의 경우 라이신 점수가 현미 72점, 백미 66점이고 밀의 경우 37~42점인데 반해 강낭콩 119점, 완두콩 134점, 황대두 124점 등으로 상대적으로 높다”며 “라이신이 낮은 쌀밥에 콩을 섞은 밥은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쌀밥이 비만과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도 제시됐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018년 분당제생병원과 공동으로 쌀밥과 빵에 대한 당부하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건강한 성인과 당뇨 전 단계인 공복혈당치가 140mg/㎗ 대상자에게 4주씩 3회에 걸쳐 빵(모닝빵·식빵), 백미밥, 발아현미밥을 순차적으로 제공하고 인체 변화를 측정했다.

시험결과 건강한 성인의 경우 빵을 먹은 후 쌀밥에 비해 식후 혈당이 급격히 감소해 배고픔을 빨리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쌀밥에 비해 빵을 먹으면 지속적으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당뇨 전 단계 대상자의 경우 쌀밥을 먹은 경우 체중과 허리둘레가가 감소한 반면 빵을 먹었을 때는 허리둘레가 다소 늘었다. 이와 관련 농촌진흥청은 “하루세끼 조절된 식단으로 쌀밥을 정량 섭취한다면 대사증후군 유발을 억제하고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밥맛(식미) 좋아야 한다=쌀에 대한 인기가 예전만 못한 이유에는 ‘밥맛’도 크게 작용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쌀 브랜드는 공식 집계가 어려울 정도로 무수히 많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쌀을 선택할 때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쌀을 구매할 때 가격보다는 품질을 중요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소비자 설문결과 쌀 구매 결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품질은 높아지고 가격은 내려가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쌀을 구매할 때는 경험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유통 하나로마트양재점 주세경 양곡팀장은 “쌀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살펴보면 선호하는 품종이나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재구매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처음 구매하는 쌀의 품질을 사전에 모르기 때문에 나타나다는 구매행동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매일 쌀밥을 먹고 있지만 정확한 쌀 품질과 식미를 알고 구매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 한마디로 쌀 구매에서도 ‘깜깜이’라고 볼 수 있다. 

▲소비자에 맞춰야 살아남는다=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 등에 따라 쌀은 식량을 뛰어넘어 치유와 편리성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밥을 먹는다는 얘기는 이미 옛말이다. 현미식·잡곡혼합을 찾는 가정이 늘고 있고, 특히 발아현미, 배아미 등 영양성분을 살린 건강 지향적 쌀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즉석밥 등 가공용 쌀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간편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쌀 상품을 선보이면서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건재한 RPC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곳인 바로 전북 익산의 명천RPC다. 2015년 낙후된 가공시설을 현대화한 명천RPC는 한국식품연구원의 기술을 이전받아 발아현미 생산라인도 구축했다. 일반쌀과 발아현미, 쌀눈쌀(배아미)를 비롯해 잡곡 등 상품도 다각화했다. 발아현미를 생산하면서 식품기업인 오뚜기에 즉석밥용 발아현미도 납품하고 있다. 또한 죽 프랜차이즈 기업에 쌀눈쌀도 공급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해부터는 온라인 유통에 뛰어들어 쿠팡에도 입점했다.

조영 명천RPC 대표는 “백미만 생산했다면 소비자는 물론 유통업체들의 수요를 맞추지 못했을 것”이라며 “특히 최근들어 온라인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데 소비패턴 변화에 맞춰 RPC들도 다양한 쌀을 선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소비자들은 브랜드 쌀의 식미를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선호하는 품종이나 브랜드를 재구매 하는 경향이 높다.


‘맛없는 쌀’은 소비자 외면…식미측정기술 주목

일본산과 식미 차이 없고
국내 육성 품종이 더 높기도
수확 후 관리가 ‘핵심’


▲세계 최초 ‘발아율 인자 식미측정 기술’ 개발=이런 가운데 김의웅 책임연구원이 발아율을 인자로 한 식미 측정 기술을 개발해 주목된다. 수확 후 쌀관리를 매우 잘 한다는 일본에서도 개발하지 못한 기술이다.

김의웅 책임연구원은 “맛있는 쌀, 안전한 쌀, 좋은 쌀 등을 모두 충족하는 쌀이 바로 고품질 쌀”이라며 “쌀은 주곡이자 식량으로 최근에는 식품이면서 상품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같은 변화로 인해 맛없는 쌀 즉 식미가 낮은 쌀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곡종합처리장(RPC) 연구와 병행해 식미 측정 기술 개발에도 공을 들여왔다. 김의웅 책임연구원은 “현재까지 구명된 식미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는 성분, 품위, 도정도, 고미화 등이고 이 중에서 단백질 등 성분과 품위 도정도는 용이하게 측정할 수 있다”며 “그러나 성분, 품위, 도정도, 고미화 등 각 인자가 식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종합적으로 계량화된 연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는 연구 기간 3년에 걸쳐 쌀 816점에 대한 식미 상관관계를 분석해 고미화(생명력 저하 쌀) 표현형 인자를 발굴하고 식미 수식을 수립하는 쾌거를 올렸다. 바로 식미를 결정하는 요인 중에서 발아율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해낸 것이다.

김의웅 책임연구원은 “식미를 결정하는 요인 중에서 발아율이 62%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품위, 도정도, 단백질 등 성분 등이 33.1% 정도 비중”이라며 “현미는 물론 백미도 발아가 이뤄지는데 발아율을 표현 인자로 한 식미 측정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국내 특허를 획득했고, 국제 특허도 출원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고시히카리 등 일본산 품종의 식미가 결코 높지 않다는 것을 밝혀냈다. 삼광·일품·신동진·새누리·새일미·추청·고시히카리 등 국내 육성 품종과 일본산 품종의 식미 측정 수치를 비교해 보니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식미가 더 높은 국내 육성 품종도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식미 측정 기술 연구를 토대로 우리나라 쌀산업 실정을 감안하면 고품질쌀은 수확 후 관리에서 크게 좌우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김의웅 책임연구원은 “9~10월 수확한 벼는 소비자용으로 판매되는 쌀의 경우 최장 12개월 정도 저장되는 특성상 식미는 수확 후 관리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쌀산업 여건상 고품질 쌀은 수확 후 관리 실태에 따라 80% 정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앞으로 이에 대한 체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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