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주말에 TV 채널을 돌리다 순화어를 알려주는 한 프로그램에서 우연찮게 본 ‘꿀비’라는 단어 하나가 이목을 끌었다. 꿀비는 농작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때에 맞추어 내리는 비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여기에 주목한 것은 우리 농산물 수출을 위한 정책은 꿀비처럼 필요한 때에 알맞게 이뤄져 왔나라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산 파프리카를 중국에 수출하기 위한 검역협상이 완료됐으며 우리 정부가 중국 측에 국산 파프리카 수입허용을 요청한 지 12년 만에 거둔 성과라고 알렸다.

당시 농식품부는 중국은 국산 파프리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99%에 달하는 일본 수출의존도를 완화하고, 4~7월 사이 생산과 수출이 집중되는 파프리카의 수출확대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2016년 10월 중국과의 협상을 완료한 쌀이 실제 수출된 시기가 이듬해 1월인 점을 감안해, 늦어도 올해 2월쯤에는 파프리카 수출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파프리카의 중국 수출길은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과거 농식품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의 현지 실사가 늦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고, 중국이 검역 빗장을 풀기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까지 현지 실사를 위해 중국 당국과 협의 중인 상태로,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며 “코로나19에 따른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미국과 검역 협상이 완료된 당근에 견줘 봐도 코로나19에 따른 검역 문제는 없다는 것이 농식품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국은 미국, 일본과 더불어 국산 농식품의 3대 수출시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거대시장을 두고도 국내 농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정작 많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검역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수출할 수 있는 품목이 몇 개 없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에 수출 가능한 신선농산물은 심비디움과 포도, 쌀 등 일부 품목뿐이다. 김치·삼계탕·유자차·인삼류 제품 등을 포함해도 대부분의 국산 농산물은 중국 수출길이 막혀 있다.

물론 검역으로 가로막힌 장벽을 허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내 것 하나를 보내기 위해선 상대 것 하나를 받아야 하고, 협상 또한 8단계에 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수출 가능한 농산물을 확대해 농가소득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을 극복해야 한다.

2016년 비교적 빠르게 중국과의 검역협상이 완료된 쌀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농식품부는 농산물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로 서로 다른 식문화, 신선농산물의 물류비 부담과 함께 비관세장벽을 꼽았었다. 수출 장벽을 허물기 위한 꿀비가 내리길 바라본다.

최영진 국제부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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