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진 중앙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식중독의 70% 이상은 가정에서 발생
식육 아닌 채소 통해 가장 많이 걸려 
중국산·축산물에 책임 전가해선 안 돼


최근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 21명 가운데 16명이 장출혈성 대장균의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 의심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감염됐다는 점으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시점에 국민들에게 큰 경각심을 주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으로 보고된 환자 443명 중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진행된 경우는 24명으로 주로 5세 미만 소아에서 발생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려되는 점은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일명 햄버거병으로 예를 들면서 식중독 원인에 대한 우리사회의 편견이 더 많은 식중독 위험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많은 소비자들의 생각과 달리 식중독의 70% 이상은 외식이나 단체급식이 아닌 가정에서 발생한다. 또 식중독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식품은 식육이 아닌 채소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언론과 소비자들은 식중독의 주요 원인을 고기나 우유로 알고 있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물론 우유와 분쇄한 고기는 식중독 위험이 크다. 그 이유는 많은 대장균이 가축의 분변에서 유래하기 때문이다. 또한 덜 익은 햄버거 패티와 용혈성요독성증후군의 연관성을 입증한 연구들이 공식적으로 많이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가정에서 발생하는 식중독은 그 사례가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보고가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우리 사회가 축산물이 가진 위험성 보다 채소류의 식중독 위험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하거나 안이하게 대처 한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의 원인균인 대장균 감염원은 주로 소, 돼지, 닭과 같은 가축의 분변이다. 발병 원인은 햄버거 같이 고기를 갈아서 덜 익혀 조리한 소고기뿐만 아니라 오염된 채소와 식수, 살균되지 과일 주스 등도 원인이 될 수 있고 감염된 사람과의 직접적인 접촉 또한 식중독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병을 햄버거병으로 지칭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병원성대장균 식중독 발생 원인으로는 김치가 1위였고 그 뒤로 육류, 음용수, 어패류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식중독 감염의 주요 원인은 ‘날로 먹는 채소’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에도 식중독 위험이 가장 큰 식품으로 상추, 양상추, 양배추, 꽃상추, 시금치, 캐비지, 케일 등을 포함하는 녹색 채소라는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명확한 근거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질병의 많은 책임을 축산물 또는 중국산 식재료에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아마도 문제아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사태를 진정시키기에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새로운 위험에 대한 공포를 기존에 빈번했던 위험보다 더 크게 인지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지진 또는 화산의 위험에 대한 공포는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타 지역 사람들 보다 낮다. 즉,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채소, 곡류 및 과일류 섭취에서 유래하는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매우 낮다. 반대로 축산물에서 유래하는 위험에는 더 큰 경각심을 가진다. 물론 축산물에서 유래한 식중독의 위험은 분명히 크게 존재한다. 다만, 확률적으로 봤을 때 훨씬 더 식중독의 위험이 큰 소재가 무엇이고, 그 장소가 어디인지 인지하는 것이 식중독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만약 안산 유치원의 집단 식중독의 원인이 고기에서 왔다면 우리 사회가 훨씬 더 위험하게 받아들일 것이고, 채소류에서 왔다면 그 파장이 덜 할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채소류도 결코 식중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기농 채소는 더욱 깨끗이 씻어 먹어야 하고 채소류 식품을 조리하거나 섭취 시에도 축산물과 동일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채소류 또는 전통식품이라고 해서 면죄부를 주면 결코 안 된다. 중국산 식재료에게 무조건 책임을 전가해서도 안 될 것이다. 제대로 세척하지 않거나 익히지 않고 오염돼 보관됐거나, 식중독에 감염된 사람이 조리한 식품은 그 원재료가 무엇이든 식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햄버거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햄버거가 아닌 다른 식재료에게 면죄부를 주는 일도 없어야 한다. 그 질병의 시작이 무엇이건 간에 언론은 올바른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야만 한다. 푸드포비아(식품유래 공포)를 이용해 주목받는 언론의 행태도 지양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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