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수거·처리 역량 떨어지는 데다
재활용품 수출까지 막혀
관련 업체 애로…대책 시급


영농폐기물 문제가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발생되는 영농폐기물 중 20%에 달하는 폐기물이 수거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어 농촌 지역에서 환경오염과 산불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가뜩이나 수거·처리 여력이 달리는데 영농폐기물 재활용품의 수출까지 막혀 관련 업체들의 어려움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정부의 주도적 관리 방안을 담은 관련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농폐기물은 영농 후 발생되는 폐비닐과 폐농약용기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폐비닐 발생량은 2016년 31만4420톤, 2017년 31만4475톤, 2018년 31만8775톤 등 연평균 31만~32만톤(이물질 포함) 수준이다. 이에 비해 수거량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19만톤, 민간 7만톤 등 약 26만톤에 그쳐 매년 6만톤 정도(19%)가 수거되지 못하고 있다. 폐농약용기류도 마찬가지다. 2013~2019년간 연평균 7268만7000개 수준의 발생량에 비해 수거율은 80.5%(5850만개)에 그치고 있다. 미수거된 영농폐기물은 2차 환경오염과 산불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어 농촌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통계상으로 보면 영농폐기물 문제는 발생량에 비해 수거·처리 역량이 떨어지는 비대칭 구조로, 배출량을 줄이는 유인책을 쓰거나 수거·처리 역량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양 쪽 모두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배출량 감소 측면은 현재 이물질 제거를 집중 홍보하는 농가 계도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의무나 책임을 강제하는 방식을 추진할 경우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농촌 여건상 정책 반발이 점쳐진다. 

다른 한 축인 수거·처리 역량을 확충하는 방안은 관련 업계의 여건 악화 등이 걸림돌이다. 국제유가 하락과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에 따라 플라스틱 재생원료 가격이 하락한 데다 2018년 중국의 폐기물 수입금지 정책 등으로 폐기물 수입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재활용업체의 수출이 크게 감소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은 영농폐기물 처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0년 5월 기준 영농폐비닐 재고가 9만6000톤으로 전체 보관 가능 물량의 74%에 달하고 있고, 폐농약용기류는 수거비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일부 지역의 수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수거 업무는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에 따르고 있다. 정부 예산을 투입해 공공처리시설 등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영농폐기물 문제에 대해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과 함께 관련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임동순 동의대 경제학과 교수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영농폐기물 수거·처리 중장기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영농폐기물이 경제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방치되거나 적절한 처리가 되지 않는 것은 정부의 본질적인 임무를 등한시하는 것”이라며 “공공처리시설의 확충은 정부의 본연의 임무이며 리스크 관리 차원의 보험료다. 민간의 수거운반비 역시 시장이 왜곡되지 않은 범위에서 공공성 차원으로 보조를 해줘야 하는 등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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