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 논설위원, 농정전문기자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한국형 뉴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대전환’ 선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 사회로, 새로운 100년의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람 중심의 디지털 경제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그린경제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에 160조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형 뉴딜, 그린 뉴딜을 놓고 농업분야에서도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농업 농촌은 당장 코로나로 인한 피해도 크거니와, 농업이 가지는 식량안보, 생태환경, 위험에 대한 사회적 완충기능을 감안할 때 그린뉴딜의 핵심 분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추경에 이어 이번 한국형 뉴딜에서도 농업분야 홀대와 소외가 반복된다.

우선 이번 한국판 뉴딜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핵심에서 빠져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2일 농특위의 '농정틀 전환을 위한 2019 타운홀미팅 보고대회' 모두 발언에서 “농어촌 그린뉴딜 정책에도 역점을 두겠다”면서 재생에너지, 농어촌 사회적경제조직, 로컬푸드 직매장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관계장관 회의’에는 과기부(디지털 뉴딜), 환경부와 산업부(그린 뉴딜), 고용부(안전망 강화) 장관이 참석한다. 농식품부 장관은 없다.

지금까지 나오는 농업관련 뉴딜은 그 내용도 별로 없지만, 방향성도 문제가 있다. 14일 발표된 한국판 뉴딜 가운데 농업과 관련이 있는 것은 농산물 등 공공급식 식자재 거래·관리 통합플랫폼 및 축산물 온라인 경매플랫폼 구축(디지털뉴딜), 농촌·산업단지 태양광 융자지원 확대, 농기계 3만2,000대에 대한 조기폐차 지원, 농기계 미세먼지 관리(그린뉴딜), 도서·벽지 등 농어촌마을 1200군데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안전망) 수준이다.

이 내용을 접한 농민단체들은 모든 단체 명의로 공동성명을 내어 “코로나 19에도 농업에 대한 정부의 몰이해와 홀대가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그린 뉴딜은 농업이 기반이 돼야 실현가능하다”고 촉구했다. 그린뉴딜이라면 위기에 대비한 식량주권을 실현하고, 농업 농촌이 가지는 가치를 증대시켜 불안정한 사회에 희망을 주며, 사각지대에 놓인 농민의 생활을 지원하는 내용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농지와 농촌 주거환경을 잠식하는 태양광 설치 확대가 어떻게 그린뉴딜이며, 스마트 물류체계, 농산물 온라인 경매 플랫폼, 초고속 인터넷망 같은 게 포스트 코로나를 외치는 국가정책으로 제시될 내용이냐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포스트 코로나 논의와 한국형 뉴딜 속에서 농촌 그린뉴딜이라며 기존의 스마트 농업, 농촌 태양광, 주택 건설 같은 성장주의, 토건주의 정책의 확산이 시도된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을 비롯한 의원 13명이 농업진흥구역 내에서 영농형 태양광 설비를 최대 20년간 일시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는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역풍에 직면했다. 경실련과 한농연, 전농, 친농연 등 시민단체와 농민단체가 “곡물자급률 21.7%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우리나라에서 국민의 생존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진흥구역에마저 태양광설비를 설치하자고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 과연 제정신인가 묻고 싶다”며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경실련 등은 “영농형 태양광 사업 추진 이유로 농가소득을 이야기하면서도 실제는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자본을 가진 태양광발전 설비 사업자들의 잇속 챙겨주기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물론 탈 원전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농촌태양광은 정부와 태양광 업자들, 투자자들이 일방적으로 밀어 붙일 게 아니라 농민과 농촌주민을 비롯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추진은 농민이 주체가 되고, 농지와 경관을 보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판 뉴딜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앞장서서 농촌과 농민들을 위해 농촌 그린뉴딜을 추진하면 될 일 아닌가? 헌데 이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철학과 정책 흐름을 살펴보면 선뜻 답이 안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금까지 스마트팜과 농촌태양광을 선호해 왔다. 지난 6월3일 국무회의에 보고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관련 농식품부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보면, ‘한국판 뉴딜 등 농업분야 혁신성장동력 확충’이라며 스마트팜 확산,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 온라인 유통 확대, 농업분야 SOC 관리의 디지털화를 제시하고 있다. 모두 기업농이나 농기업, 농어촌공사가 수혜자이지, 농민에게 직접적으로 해당되는 사업이 아니다.

스마트팜이나 농촌태양광은 외부자본에 의한 규모화와 기업화, 토건주의식 난개발, 농촌에서 창출된 수익의 외부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린 뉴딜의 핵심이 될 수 없다. 농촌 그린 뉴딜은 식량안보, 농촌의 생태환경 등 공익적 가치와 농민의 소득 보장, 농촌공동체 중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토대에서 추진돼야 한다. 

한국형 뉴딜은 이런 방향에서 농업 농촌을 포함시켜 재설계 하는 것이 맞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촌 그린뉴딜을 추진한다면, 산업 부처 흉내 내기를 중단하고, 농정철학부터 성장주의, 기업주의, 개발주의가 아니라 농업의 가치에 대한 깊은 이해와 현장 농민 위주의 관점으로 환골탈태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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