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 성장만큼 사회적 책임 고민”…나눔축산운동 ‘일등 공신’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축산업은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성장했다. 성장 과정에서 악취, 분뇨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축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됐다. 그래서 “축산업의 성장만큼 사회적 책임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됐고 2012년 나눔축산운동이 시작됐다. 많은 사람들이 나눔축산운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실천은 아직 아쉬운 상황이다. 나눔축산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후원자들을 통해 나눔축산운동의 필요성과 참여하게 된 계기, 향후 나눔축산운동의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나눔축산운동 최초로 한우 한 마리를 기부한 송무찬 씨

1000만원 넘는 현물 두 차례 쾌척
“액수보다 필요성 공감·확산이 중요”

한우자조금대의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송무찬 씨는 나눔축산운동본부에 한우를 기부해 주목받았다.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한우 한 마리씩을 기부했는데 최초의 현물 기부자로 나눔축산운동의 기부 형태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우 한 마리의 판매가격은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송무찬 씨는 “그동안 축산단체와 축산자조금도 축산업의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고 사회공헌을 통해 한우는 물론 축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소비촉진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인을 통해 나눔축산운동에 대해 알게 됐고 내가 나눔축산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한우를 기부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가 기부한 한우는 농협 부천축산물공판장의 재능 기부를 통해 운송·도축·가공·포장됐고 나눔축산운동본부는 2018년에는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복지센터 등 수도권 5곳에, 2019년에는 서울 강동구 소재 주몽재활원 등 사회복지시설 8곳에 한우고기를 전달했다. 송무찬 씨는 “나눔축산운동본부는 ‘깨끗한 축산농장, 울타리 조성사업’, ‘예쁜 농장, 벽화 그리기 사업’ 등 축산인과 경종농가, 소비자 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며 “축산 농가들도 축산업의 공익적 가치를 알리는 활동과 함께 스스로 환경 개선을 해야 하는 등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도 한우 한 마리 기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했고 매번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며 “기부 액수 보다는 축산 농가들이 함께 참여해 나눔축산운동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확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무찬 씨는 나눔축산운동본부가 발간하는 계간지와 홈페이지(www.nanumchuksan.or.kr)를 통해 나눔축산운동에 후원하는 방법을 알게 됐고 지금은 매월 후원금을 자동 이체하는 정기 후원을 하고 있다.

송무찬 씨는 “나눔축산운동은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바꾸고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축산업으로 인식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하지만 2012년부터 시작한 나눔축산운동을 아는 축산 농가들이 아직 많지 않다. 나도 재작년에 알게 됐다. 많은 축산 농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나눔축산운동본부와 축산단체, 농협 등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소비자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나눔축산운동을 시작한 신덕현 씨

“소비자 없다면 생산자 있을 수 없어
우유 사랑해준 마음 보답하려 동참”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홍원목장의 신덕현 씨는 나눔축산운동본부가 공식 출범한 2012년부터 나눔축산운동에 참여했다. 신덕현 씨는 “2012년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나눔축산운동의 취지에 공감해 참여했었다”며 “이후 나눔축산운동이 상시화된 2013년부터 정기회원으로서 매월 후원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나눔축산운동에 참여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1977년 인천 근교에서 젖소를 키우기 시작했던 신덕현 씨는 1979년 여름 화성으로 목장을 옮겼고 착유우 50두, 착유량 2톤을 생산할 만큼 젖소 사육에 집중했다. 그는 “안정적으로 낙농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우유를 사랑해준 소비자 덕분임을 알기에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고 기회가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보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신덕현 씨는 “축산인으로서 항상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나눔축산운동본부가 좋은 취지에서 이 같은 사업을 시작해 동참하게 됐다. 나눔축산운동본부가 축산 농가들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고 있어서 항상 감사하다”며 나눔축산운동의 참여 이유를 말했다.

현재 홍원목장은 착유두수가 20두 수준으로 화성시는 도시화와 산업화가 상당히 진행됐다. 이에 신덕현 씨는 “우리 목장이 위치한 화성 지역에 처음 왔을 때에는 한적한 시골이었기 때문에 낙농업에 적지였지만 꾸준히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축산업을 영위하기엔 불리한 여건이 됐다”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그는 “소비자가 없다면 생산자는 존재할 수 없다”며 “나눔축산운동은 소비자들이 우리 축산물을 더 사랑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확신했다. 또 “축산 농가 입장에서 봐도 가축을 키우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더 높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9년 6월 이달의 나눔축산인 상을 수상할 만큼 꾸준히 나눔축산운동에 참여하고 있고 나눔축산에 대한 애정도 높다. 신덕현 씨는 “나눔축산운동이 좋은 취지로 진행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개별 축산 농가들의 참여는 저조한 상황”이라며 “나눔축산운동의 취지를 정확히 안다면 더 많은 농가들이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언론매체 등을 통해 나눔축산운동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나도 나눔축산운동을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눔축산운동의 시작부터 동참한 김윤기 ㈜지에이치코어 대표

“축산업이 잘돼야 축산기업이 발전
국민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 줄 것”

“나눔축산운동의 취지가 너무 좋아서 꼭 참여하고 싶었다. 그래서 2012년부터 매월 정기 후원을 시작했다.” 한국단미사료협회 출신으로 나눔축산운동본부에 매월 정기 후원을 하고 있는 김윤기 지에이치코어 대표는 나눔축산운동의 참여 이유를 이 같이 강조했다.

지에이치코어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동남아 일대에서 OEM 방식으로 생산한 사료 부원료와 첨가제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축산 전문 기업이다. 김윤기 대표는 “축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이 시기에 나눔축산은 축산업계에 꼭 필요한 운동으로 축산업계 전후방산업과 범 축산인이 스스로 화합하고 지속가능한 축산 기반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이라고 말했다.

나눔축산운동이 축산업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도 전했다. 김윤기 대표는 “나눔축산운동은 궁극적으로 축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축산인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며 한국 축산에는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나눔축산운동에 정기회원으로 참여하는 축산관련법인은 66곳(개인 43곳·법인 23곳)에 불과할 만큼 축산 관련 기업과 축산농가 등의 참여율은 아직 아쉬운 수준이다. 이를 두고 김윤기 대표는 “나눔축산운동이 축산 관련 기업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측면 보단 나눔축산운동의 참여는 축산 기업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해야 한다는 점으로 봐야 한다”며 “큰 틀에서 봐도 축산업이 잘 돼야 축산 기업도 발전할 수 있다”며 축산 관련 대기업을 시작으로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

2019년 8월 이달의 나눔축산인 상을 수상한 김윤기 대표는 나눔축산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듯한 모습이 비춰져 조금 꺼리는 축산인들도 있겠지만 나눔축산운동의 취지를 충분히 알려 명실상부한 범 축산인의 생활실천운동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전제했다. 김 대표는 또 “축산농가와 기업, 소비자 등이 더 참여할 있도록 동기부여가 가능한 사업을 구상해달라”면서 “후원회원들이 직접 나눔 현장에서 봉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괜찮은 나눔 활동”이라고 제안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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