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ad48
default_news_ad1

[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농촌 여행 할인해주면 농촌으로 오나요?

  • 기사승인 2020.07.31 17:35
  • 신문 3221호(2020.08.04) 14면

공유

- 박진희 Food & Justice 지니스테이블 대표

[한국농어민신문]

어쩌다가 농촌체험·여행 관련 컨설팅을 몇 번쯤 하게 되었다. 이 분야에 학식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귀농해 농사짓고 살면서 농업과 먹거리 이야기가 있는 소셜다이닝을 개최하고, 공정한 먹거리 시스템을 이야기하고, 한여름에 사과를 주제로 한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니 말이다. 이렇게 활동하는 이유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생기고, 벤치마킹하는 분들도 생겼다. 그러다 보니 농촌체험, 농촌여행에 대한 컨설팅 요청도 들어오고, 순전히 뭔가 달라졌으면 하는 마음에 능력을 따져보지도 않고 덜컥 수락을 하기도 했다.

농촌에 내려와 살면서 가장 놀랐던 일 중에 하나는 00마을만들기 사업, 00활성화사업, 00거점사업 등 체험객(관광객)을 유치하여 소득창출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없이 많은 지원 사업이 각 부처별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지원 사업을 받은 곳 중 몇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실제로 운영되지 못했고, 덩그러니 건물만 남았다. 그리고 운영이 잘되나 싶었던 어떤 마을이나 영농조합은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이나 운영과정에서 주민갈등이 격화되어 사업이 좌초되거나 심지어 송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가 하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유는 정말 여러 가지였다. 해외의 좋은 사례라고 말해지는 사업을 무조건 벤치마킹해 우리 농촌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도 있고, 담당공무원이 특정 마을이나 영농조합을 정해 구성원간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억지 춘향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농촌지역을 잘 모르는 컨설턴트들이 마을 이름만 바꿔 가져다 붙이기식으로 일을 진행해주는 경우도 있고, 사업비가 딱 건물 지을 정도로만 있어 건물을 짓고 난 후 후속 작업이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농촌 고령화를 고려하지 않은 사업운영 설계로 여겨졌다. 소수의 청장년층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구성원이 70대인 마을에서 외지인을 오게 하는 체험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운영을 열심히 하려고 했던 마을들도 구성원들이 노인성 질환으로 한분 두분 일에 결합하지 못하게 되면 활기를 잃어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외지 청년과 귀농인들의 결합을 조직해보던 곳들도 서로 문화적 차이에 대한 갈등을 심하게 느낀다며 함께 일하는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지역을 가도 체험 내용이 천편일률적이 되고, 운영이 일상적이지 않게 되고, 농촌 체험에 대한 매력이 크게 부각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되었다. 코로나19 시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군중으로 모이지 않음’이다. 해외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자 해외 여행 자체가 불가능한 시기가 도래했다. 그렇다고 국내 여행이 완벽하게 안전한 것도 아니어서 여행 자체에 대한 불안감을 사람들은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너도 나도 심각하니 어찌 보면 여행은 언감생심 생각도 못하는 시기인 지도 모른다. 

해외 여행을 가지 않고, 군중으로 모이지 않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여 안전성을 확보하면 국내 여행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내수 진작을 위해 국내여행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명분, 코로나19로 우리 농촌도 직격탄을 맞았다는 상황인식에 휴가철까지 다가오자 여러 가지 농촌여행 할인 정책이 이어진다. 농촌관광캠페인이 벌어지고, 안전 농촌체험마을이나 사업장 목록이 발표되고, 일부 비용이나 반값 농촌여행 같은 지원책들이 여러 지자체와 관련 기관들에서 쏟아져 나왔다. 농촌여행 할인하면 농촌으로 올까? 안전하다고 하면 올까? 올해는 온다고 해도 내년에도 오게 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농촌과 농업을 헐값으로 본다는 생각도 들었다. 

몇해 전 어떤 마을 체험 컨설팅을 하면서 마을주민이 아니라 마을주민에 더해 자녀나 손자손녀가 일을 할 수 있는 설계를 한 적이 있었다. 체험객의 인원도 매번 20인 이내로 한정했고, 해당 마을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른 자원과 연계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획안을 구성했었다. 참가자분들은 매우 만족했으나 행정으로부터는 비판을 받았다. 체험객의 수가 적고, 지금 주민이 일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수십명이 모여 일시에 하는 체험은 농촌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 공공재로서의 농업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 어렵고, 고령자들의 운영은 한계가 있는데 자녀들이 와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두어야 청년들이 지역에서 살만하다고 느낄 수 있어 여기서 성장해서 여기서 일하거나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언쟁처럼 되고 말았다. 

그동안 많은 체험사업장들이 한 번에 수십명 이상, 최대한 많은 인원을 모이게 해 치루기식 체험을 해왔다. 도농교류사업단에서, 지역의 관광재단 등에서, 혹은 00사업비가 쓰여져 도시민들은 별다른 비용을 내지 않고 농촌을 체험하고 갔다. 감자의 생태와 감자농부의 수고를 모르고 감자를 가득 수확해가고, 딸기가 어떻게 자라서 식탁에 오르는지 보다 얼마나 더 많이 딸 수 있나하는 체험이 주를 이루었다. 농부와 먹거리, 농촌은 보이지 않는 체험들이다. 그러다보니 농촌체험은 내 돈 내고 하는 귀한 일이 되지 못해왔다. 

보다 싼 값으로 농촌여행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인 지금 새롭게 작동되는 일이 아니다. 농촌 체험은 늘 이런 식이었다. 코로나 시국에 일시적으로 농촌으로 관광객의 발걸음이 옮겨진다고 해도, 체험의 내용을 먹거리와 우리농업, 농촌을 존중하게 하는 방향으로 바꾸고, 고령자와 젊은 세대가 함께 운영하는 구조로 바꾸지 않는다면 농촌체험은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헐값으로 농촌관광을 유도하지 말고, 그 비용으로 농촌관광의 체질을 바꾸는 정책이 시도되기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

secHosuNews_S1N13

추천뉴스

item59
item62
ad41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