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무더위 온다더니…끝모르는 장마에 서늘한 여름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더울수록 잘팔리는 수박
재배면적 늘렸다 ‘낭패’
복숭아·자두도 출하전략 실패
폭염에 강한 종자 파종한
고랭지 산지도 노심초사 


‘역대급 무더위 예고’가 ‘역대급 장마’로 바뀌면서 정작 산지와 시장 혼란이 ‘역대급’으로 돌변하고 있다. 빗나간 날씨 예보 속에 산지와 시장의 여름철 대비도 무색해졌다. 

기상청은 여름 길목이었던 지난 5월 말, 여름철 기상전망을 발표하며 장마가 끝난 7월 하순부터 극심한 무더위를 예보했고, 언론과 유통·가전업체에선 ‘올여름 역대급 무더위가 온다’고 부각했다.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적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이 예보는 완전히 빗나가 8월 초 현재 연일 집중호우가 쏟아지며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장마가 끝난 제주가 역대 최장기간 장맛비가 내리는 등 사실상 올해 장마는 기상 관측 이래 최장 장마가 될 전망이다. 기온도 7월 더위가 평년보다 1~2도 낮으며 서늘한 여름으로 기록되고 있다.  

기상예보가 빗나가며 제철 과일·과채가 직격탄을 맞았다. 대부분이 노지 작목이자 여름 제철 과일인 복숭아와 자두는 장마가 끝나는 7월 중순 이후로 출하기를 맞춘 농가가 많았지만 사실상 이 전략은 통하지 않게 됐다. 

여름철 과채인 수박과 참외도 예보를 빗나간 날씨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더울수록 잘 팔리는 수박의 경우 올여름 무더위에 대한 기대 속에 재배면적을 늘린 가운데 시세 역시 양호하게 전망됐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7월 수박 관측월보를 보면 7월 수박 출하면적은 지난해보다 1% 증가하지만 당도 등 품질이 양호하고 소비자 구매 의향은 늘어 7월 수박 도매가격이 지난해 대비 100원 이상(1kg)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속엔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월 말 전후 시세 예측도 반영됐다. 하지만 수박 시세는 장마와 맞물려 7월 중순 이후 큰 폭으로 꺾였다. 8월 들어서도 1~4일 현재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시세를 기록하고 있다. 

여름철 기상전망이 나오던 봄과 초여름 파종·정식에 들어간 고랭지 산지도 빗나간 예보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대체로 폭염에 강한 종자를 택했던 산지 농가와 유통인들은 이와 다른 날씨에 많은 시간을 산지에서 보내고 있다. 도매시장에선 홍수출하를 우려하고 있다. 집중호우와 낮은 시세로 나오지 못했던 물량이 장마 이후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것. 이래저래 빗나간 날씨 예보로 인해 산지와 시장에서의 혼란과 실망이 극에 달하고 있다.

김범열 양구 두레산수박 공선출하회장은 “양구 수박은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이 성출하기로 올해엔 이 기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고 해 농가들이 많은 기대를 하며 품질 관리에 집중했고 면적도 늘렸다(농경연 관측본부 8월 강원 수박 출하면적 전년비 2.4% 증가)”며 “그런데 막상 긴 장마로 수박 가격이 급락하니 농가들이 더 허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희 가락시장 중앙청과 과일1팀장은 “수박 등 제철 과일과채는 장마가 지속되며 물량이 계속 밀려 출하되고 있다. 최근 수박 가격이 급락한 건 산지에서 더 이상 미루지 못해 출하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소비지에선 비, 방학, 휴가철 등으로 발주가 되지 않은 게 맞물린 결과”라며 “특히 실제 비가 오지 않아도 일기예보에선 계속해서 호우경보나 집중호우가 예보돼 발주 자체가 안 되는 등 지금도 일기예보로 인한 피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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