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백종운 기자]

강원 평창군 진부면 이웅재 씨
병해충 바이러스 덮쳐 품질 뚝
수확량도 절반 가까이 줄어
풋고추 상품 비중 고작 15%

임계면 최종길 씨는 출하 포기
인건비 등 3500만원 ‘빚’으로

정선군 임계면에서 고랭지 배추 농사를 짓는 최종길 씨가 바이러스와 긴 장마로 망가진 배추밭을 보고 있다.

최근 집중호우로 시간당 5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강원도 고랭지 배추 산지에는 2차 피해가 발생하며 농업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4일 평창군 진부면 이웅재 씨는 한창 수확철인 풋고추 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과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오랜 장마와 병해충 바이러스 등으로 수확량도 줄고 물건의 품질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8월 3일 가락동농수산물시장 풋고추 낙찰가격은 10kg 상품 기준으로 2만3000원이다. 하지만 전체 상품 중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다. 바이러스와 장마로 상품성이 좋이 않은 탓이다.

같은 날 고랭지배추 5톤 트럭 한 대에 820만원에 거래됐다. 평년보다 상당히 높은 가격이지만 농업인들의 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문제점이 있다고 이웅재 씨는 설명한다. 1만2000㎡ 기준으로 적어도 5톤 기준 10대 분량은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5대 나오기도 힘들어 한 대당 값은 높아도 농업인의 전체 소득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못 들어오면서 인건비는 20% 정도 올랐지만 여전히 40% 정도의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겨울 유난이 따뜻해 올 여름 농작물에 병행충이 많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농업인들의 경험적으로 겨울이 따뜻하면 해충의 알과 애벌레들이 죽지 않아 평년보다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선군 임계면에서 배추농사 1만7000㎡ 경작하는 최종길 씨는 바이러스로 시들하던 배추가 이달 초 출하시기를 앞두고 장마가 길어지면서 뿌리 썩음 병까지 겹치면서 거의 수확을 포기했다고 한다. 인건비와 씨앗 값, 방제비용 등 3500여만원의 생산비는 고스란히 빚으로 남는다. 경영비 부담으로 농어재해보험도 가입하지 못해 눈물을 삼키며 갈아엎었다.

농업인들은 기상청에 대한 원망도 자자했다. 7월 25일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며 올해는 폭염이 예상된다는 예보를 반영해 생산시기와 출하시기를 조정했는데 8월 12일까지 장마가 이어질 것으로 예정돼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선군에서 6만5000㎡의 고랭지배추를 경작하는 정덕교 고랭지채소강원도연합회장은 “40년 이상 반복된 무 배추 농사로 고랭지의 농토는 상당히 지쳐있고 지력이 약화돼있어 토양복원사업이 좀 더 확대돼야 근원적인 바이러스와 병해충에 대응할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중국산 김치 수입이 주춤한 사이 우리소비자들이 우리 농산물에 다가오고 있는 기회를 살려 전체농업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창·정선=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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