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농식품부, 빠르면 이달 중 운영
‘관련법 알리고 실천’ 취지 불구
세부내용 일부 현장과 거리
축산업계 “실효 의문” 반대
자칫 범법자 낙인 우려도 나와


농림축산식품부가 빠르면 8월 중 축산농가 스스로 농장을 진단하는 ‘축산농가 통합자가진단표’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합자가진단표의 세부내용 중 일부가 현장과 괴리감이 있어 농가들에게 불필요한 의무를 지우는 것은 물론 정부가 자가진단 결과가 좋지 않은 농가를 정책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축산업계는 이 같은 통합자가진단표의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며 제도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축산농가 통합자가진단표란?=농식품부의 운영방안에 따르면 축산농가가 다양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사항 등을 몰라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축산 관련 법령상의 기준 및 준수사항을 통합 안내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구축방안은 축산농가가 자가 점검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에서 규정하는 시설·장비기준·준수사항 등을 통합 체계화한 진단표를 마련해 보급하고 축산농가는 자가진단표를 통해 법령에서 규정하는 기준과 준수사항을 스스로 진단한다.

실제 통합자가진단표에는 축종별로 관련 법령(축산법·가축전염병예방법·가축분뇨법·악취방지법·축산물이력제법·위생관리법 등)에서 규정하는 주요 사항을 7개 범주(축산업 영업·사육시설·소독설비·방역시설·농가 준수사항·이력 및 위생관리·악취)별로 자가 진단항목 30개를 제시하고 있다. 또 자가 진단항목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 부과, 행정처분 등 대상으로 관련 법령에서 최소한으로 준수해야 할 주요 기본사항을 발췌했다. 농식품부는 축산단체 회의 등을 거쳐 8월 중 통합자가진단표를 확정하고 지자체·축산단체·지역농축협을 통해 자가진단표 안내서 공유, 축산 관련 종사자 교육 시 교육 내용 반영 등을 통해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통합자가진단표, 축산업계의 우려=축산업계에서는 농가들에게 축산 관련 법령을 알리고 실천하도록 하려는 농식품부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지자체 등에서 축산농가 통합자가진단표를 축산농가 규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일부 내용이 현장 상황과 맞지 않는 것은 물론 자칫 축산농가를 범법자로만 인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 통합자가진단표에는 축사 간 장화를 갈아 신어야 하며 소독을 실시 후 축사를 출입하라고 명시했지만 우사가 연이어 붙어있는 한·육우와 낙농 농가의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어 해당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또 악취 관련 법령에 가축분뇨법과 악취방지법을 모두 명시하는 것은 농가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만큼 악취방지법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고 축산농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소독조에 차량의 바퀴나 장화가 잠길 수 있도록 소독약을 채워야 하고 주 2~3회 소독액을 교환하라는 항목도 소독약 교환주기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은 만큼 해당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또 동물용의약품 등을 사용 시 날짜·제품명·사용량·구매처 등을 기록 후 1년 동안 보관하라고 명시했지만 수의사 처방제 시행에 따라 판매자가 판매기록을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에 입력할 의무가 있는 상황에서 농가들에게 부차적으로 기록 의무를 지우는 것은 불필요한 제재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축산업계 한 관계자는 “통합자가진단표를 통해 농가가 모르거나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 괜찮다”며 “처벌 위주로 점검이 이뤄진다면 범법자를 양산하거나 축산농가는 범법자라는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다. 또 매월 실시되는 정기점검을 통해 위반 의심 농가를 추출한다면 축산업의 과도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같은 통합자가진단표를 토대로 행정처분 또는 과태료를 부과 받은 농가를 정부가 정책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제기된다. 축산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통합자가진단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정책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지자체가 과태료 또는 행정처분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고 축산농가 범법자 양산 등이 우려되는 만큼 통합자가진단표 시행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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