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봄바람·비스트·M5 등 주목
‘킹콩’도 호평 이어져
펠렛종자로 기계파종 가능
농가 비용부담은 줄여

전통육종-첨단생명공학 접목
고품질 우량종자 개발 박차

‘국산 양파종자, 일본의 벽을 넘다’

㈜제농S&T가 올해 펴낸 ‘2020년 양파 품종안내’ 제목이다. 일본의 벽을 ‘넘을 것’이라는 미래형이 아닌 현재형의 ‘넘다’가 눈에 띈다. 제농S&T는 양파종자 전문성이 높은 ㈜제농과 수박·고추·무·배추 등을 육종해온 삼성종묘㈜가 합병한 회사로, 일본산이 장악하고 있는 우리나라 양파종자 시장에서 국산 양파종자 경쟁력을 키워왔는데, 이제는 일본산 양파품종과 충분히 견주는 상품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표현이다.

경기 평택 소재 종자사업부 사무실에서 만난 김태형 제농S&T 대표이사는 “우리나라 양파종자 시장은 일본산이 대부분으로, 국산종자는 25% 내외에 불과한데, 이 중에서도 제농S&T 종자가 2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면서 “그간 상품성이 일본산에 미치지 못했지만, 원종과 원원종의 순도를 높이는 노력 등의 결과로 올해부터는 충분히 일본산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런 자신은 ‘성과’에 기반한 것이다. 최근 정부가 GSP(Golden Seed Project)사업을 통해서 개발된 양파종자가 일본산을 대체하고 있다면서 5개 제품을 제시했는데, 이 중 3개(봄바람·비스트·M5)가 제농S&T 종자였다. 최근 GSP 양파 품종 평가회에서 일본산 종자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은 ‘킹콩’도 제농S&T의 것이다. 이런 우수한 상품성을 앞세워, 제농S&T는 2017년부터 물량은 적지만, 100~200톤씩 일본에 자사 양파 종자를 수출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종자라도 농업인이 외면하면 무용지물이다. 종자가 생명력을 얻기 위해선 농업인으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하는 법. 제농S&T가 양파 펠렛종자를 직접 만든 이유다. 김태형 대표는 “아무리 우리가 양파가 좋다고 하더라도 농가들이 모르면 의미없다”며 “최근 기계파종이 수월하도록 농가들이 펠렛종자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 제농S&T 자체적으로 펠렛기술을 적용해 ‘킹콩’ 품종 위주로 일부 펠렛종자를 만들고, 이를 농가에게 일반 종자와 똑같은 가격으로 제공함으로써 펠렛종자를 원하는 농가는 비용부담을 줄이고, 제농S&T는 이들이 ‘킹콩’을 심어 품질을 확인할 수 있게 하자는 상생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농S&T는 양파 외에 타 품목에서도 경쟁력이 높다. 흑피수박, 청양고추 등이다. 이전 삼성종묘가 육종한 종자들로, 여전히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김태형 대표와 함께 자리한 이성용 종자사업부문 사장은 “‘조생흑미’ 등 흑피수박은 국내시장에서 흑피수박 시장 90% 가까이 점유하고 있고, 고추 품종 ‘PR큰열’은 지난해 ‘대한민국 우수품종상대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무는 중국으로 수출하면서 중국에서 신뢰를 확보해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농S&T는 앞으로 ‘생명공학’에 관심을 높일 생각이다. 전통육종기술과 첨단생명공학의 접목을 통해 고품질 우량종자를 개발할 수 있다는 구상에서다. 이성용 종자사업부문 사장은 “제농S&T란 이름에서 ‘S’는 삼성종묘의 ‘S’와 Seed(종자)의 ‘S’를 의미하고, ‘T’는 ‘Technology’의 앞자를 딴 것인데, 생명공학이 전통육종을 도우면 분명 우수한 종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청사진을 나타낸다”면서 “생명공학을 통해 종자 품질을 강화해 국내 만이 아니라 세계에서 이름을 높이는 일도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제농S&T는 경기 안성과 전남 영암 두 곳에 생명공학실을 운영할 생각이다.

“종자회사가 없으면 인류가 존재할 수 없다”면서 종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김 대표는 “제농S&T는 물론 우리나라 종자회사의 역할은 양파 가격 지지효과도 분명 있다”면서 “국산 종자를 꾸준히 개발하고, 수입산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종자가격을 안정화시키는 선순환을 통해 농업인들이 종자부담없이 농사를 짓도록 하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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