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무지·선입견 속 위축됐지만…여전히 ‘농업의 꿈’이 자란다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나라 경제 성장 흐름과 궤 같이
1970년대 중반까지 위상 높아

시간 지날수록 지속적 감소
작년 66곳·학생 1만6188명 뿐

농고 황금기 1976년 졸업 후 
공직생활 40년 마친 김순정 씨
“학생 장래 보장 안 돼 안타까워
정부가 교육 시스템 마련해야”

“농업고등학교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곳 아닌가?”, “농업고등학교 나와서 실제로 농사짓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어?”

사람들에게 농업고등학교에 대해 물으면 대개 돌아오는 답변이다. 심지어 농업계 종사자에게 물어봐도 대답이 비슷하다. 언젠가부터 국내 농업 교육의 산실인 농업고등학교는 사람들의 무지와 선입견에 의해 평가절하 돼 왔다.

국내 농업고등학교에 대한 인식 변화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먹고 사는 문제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1970년대 공업화 이전까지 가장 큰 문제이자 지도자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자연스레 일제강점기 때부터 농업고등학교의 위상은 높았고, 7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농업고등학교는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수재들이 입학하는 곳이었다. 실제로 국회의원과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 고위 공무원들을 비롯해 군국 장성까지도 농업고등학교 출신이 다수 존재한다.

강원 양양에서 복합영농을 하는 김순정(63) 씨는 이른바 농업고등학교가 빛났던 시절의 마지막 세대다. 그는 1974년 강릉농공고등학교에 입학해 1976년 졸업했다. 김순정 씨에 따르면 당시에 박정희 정부가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농업 진흥 정책을 펼쳤고, 농촌 지역에서 농업 관련 지도자 역할을 할 인력이 대거 필요했다. 이에 따라 농업고등학교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김순정 씨도 그런 학생 중 한 명이었다.

그는 강릉농공고등학교를 졸업 후 1977년에 농업직 공무원으로 임용한 뒤 지난 2017년에 양양군 농업기술센터 소장을 끝으로 약 40년의 공직생활을 마쳤다. 우리나라 농업의 흥망성쇠를 모두 목격하고 경험한 그의 모교도 변화에서 비켜갈 수 없었다. 공업화와 세계화 이후 국내 농업이 위축되며 강릉농공고등학교에 농업 관련 학과가 점차 사라졌고, 2011년에는 강릉중앙고등학교로 교명이 변경됐다. 그는 자신의 모교뿐만 아니라 국내에 농업고등학교가 점차 사라지거나 위축되는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김순정 씨는 “요즘 농업고등학교가 점점 줄어들고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더라도 졸업생들의 장래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보고 있으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라며 “농업은 국가 기반산업인데 현장에 우수 인력이 배출돼야 산업의 육성이 가능하므로, 정부가 나서서 우수한 농업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농업 교육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농업고등학교 수와 재학생 수는 시대가 지날수록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한국농업교육협회(FFK)에 따르면 최근 전국 농업계 고등학교의 경우 2014년에 71개교, 2015년 65개교, 2016년 65개교, 2017년 63개교, 2018년 64개교, 2019년 66개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수도 2014년에 2만1018명, 2015년 2만325명, 2016년 2만268명, 2017년 1만9010명, 2018년 1만9494명, 2019년 1만6188명 등으로 감소하고 있다.

현재 국내 농업고등학교는 크게 특성화고와 특목고, 일반고(종합고), 고등기술학교 등 네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특성화고의 경우 순수농업고가 있고, 농업고와 타 전문계열고(공업, 상업 등)를 합친 형태의 고등학교가 속한다. 특목고는 산업수요맞춤형고, 즉 마이스터고이다. 종합고는 학교 내에 농업 관련 학과가 있는 고등학교 형태이고, 고등기술학교는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가 유일하다.

이 중 주목할 것은 창조농고(미래선도농업고등학교)와 마이스터고이다. 미래농고의 경우 직접 농업에 종사할 전문 인력 육성을 목표로 교육을 진행하고, 마이스터고의 경우 농업 관련 산업체 취업 인력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농고는 지난 2017년에 전국에 홍천농업고와 충북생명산업고, 호남원예고 등 3개가 개교했고, 마이스터고는 전남생명과학고, 한국경마축산고, 한국식품마이스터고,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 등으로,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에 걸쳐 개교했다.

이렇듯 농업고등학교는 사람들의 선입견과 위축된 농업 환경 속에서도 끈임 없이 현대 농업 형태에 알맞게 진화했고, 또 그 안에는 여전히 농업에 대한 희망을 품고 농업을 배우는 학생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한국 농업의 산실, 농업고등학교에 가다’ 연재를 통해 전국의 농업고등학교 재학생을 중심으로 학교에서 어떤 수업을 받고 생활하는지 또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농업고등학교 교사 인터뷰를 통해 농업 교육 현장에서 어떠한 어려움이 있고 향후 농업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짚어볼 예정이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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