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ad48
default_news_ad1

[이상길의 시선] 농업인안전보험, 누구를 위한 정책보험인가

  • 기사승인 2020.08.25 15:15
  • 신문 3228호(2020.08.28) 3면

공유

- 이상길 논설위원 · 농정전문기자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농업인안전보험은 2016년에 제정된 ‘농업인안전보험법’에 근거한 정책보험이다. 1996년 ‘농작업상해공제’로 시작돼 2012년부터 보험으로 변경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무부처이고, 민간보험사인 NH농협생명이 독점 운영한다. 연간 국가 재정이 800억, 지자체 예산까지 포함하면 세금이 1000억 이상 들어가는 공적보험이다.

이러한 농업인안전보험의 문제점에 대해 현장과 언론, 국회 등 각계에서 집중적인 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농업정책금융원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토론회에 이어 국회에서도 농업인안전보험 관련 토론회와 관련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농업인안전보험이 도마에 오른 건, 경북 봉화의 농민이 보험기간 중 경운기 전복사고를 당해 40일 만에 사망했는데, 농협생명이 보험만기가 지났다는 이유로 유족급여금과 장례비 등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사례가 알려지면서다. 본보는 4월28일자, ‘NH농협생명 횡포, 농기계 사망 유족 피눈물’을 시작으로 농업인안전보험에 대해 지속적인 기사화를 통해 이 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개선방향을 제시해왔다.

농업인안전보험은 1년 단위로 재가입을 하는 상품이다. 그런데 농협은 고인이 보험기간 중 사고를 당하자 재가입을 거절해 놓고 그가 사망하자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약관상 보험기간 중에 사고는 물론, 사망도 해야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게 농협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보통 손해보험에서도 후유장애나 사망에 대해서는 보험기간이 종료된 이후라 할지라도 사고일로부터 2년 이내까지 보상을 하는 게 상식이다. 예를 들어 같은 1년짜리 자동차 보험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다 사고로 피해자를 다치게 했을 경우, 치료중 보험기간이 종료된다고 책임을 벗어날 수 있는가?

농협생명의 논리는 이미 2017년 유사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서 부정된바 있다. 본보 취재 결과 농작업 중 재해를 당해 2년여 만에 사망한 농업인의 유족이 제기한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농협생명이 패소, 뒤늦게 유족위로금과 지연손해금까지 지급했던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농협생명은 당시 소송에서 패소해 유족위로금을 지급해 놓고도 “장해급여금이지 유족위로금이 아니었다”고 하다가 “유족급여금과 장해급여금을 혼동해 잘못 설명했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농협생명이 법과 약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소송으로 들어갔을 경우 농협생명의 패소 가능성이 높은데도,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이유는 유족들이 정보가 부족하고 시간과 자금 등의 제약으로 소송까지 가기 어려운 현실을 농협생명이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농협생명의 보험금 부지급률(계약자의 보험금 청구건수 대비 부지급건수 비율)이 해마다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데서도 엿볼 수 있다. 농협생명은 부지급건수가 100건 이상인 국내보험사 중 5년 연속 1위다.

공적보험인 농업인안전보험을 농협이 독점 취급하는 것은 농협이 농민 조합원의 협동조합이라는 명분 때문이다. 그러나 그 취지와는 달리 농협생명은 농업인안전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수익 위주의 운영을 하면서 잇속을 챙겨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단적으로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과 농업인 안전보험의 손해율을 비교해 보자.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7년 123.2%, 2018년 121.8%, 2019년 134.6%로 악화됐고, 농협생명이 취급하는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같은 기간 113.7%, 129.3%, 147.2%로 증가폭이 더 크다.

반면 농업인안전보험 손해율은 79.4%, 89.3%, 97.9%로 오르고는 있지만, 매우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농업인안전보험에서 이익을 내어 오히려 타 보험상품으로 인한 손해를 상쇄하고 조직을 유지하는 구조다. 사고 농민에 대한 보험금 지급 거절도 이런 운영의 단면이란 것이다.

농업인안전보험의 소관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사업관리기관인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의 책임과 역할도 따져봐야 한다. 이들은 이 문제에 대해 “약관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농협생명과 같은 얘기를 하고, “농민과 보험사간 사적분쟁이라서 개입하기 어렵다”한다. 그러더니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사망보험금 연장특약’으로 보험 종료 후 30일까지는 사망 시 유족급여를 지급하겠다고 수정한 것을 제도 개선이라고 한다.

하지만 30일 연장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다. 보험 종료 후 2년 후에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판례인데 30일까지로 명시한 것은 차제에 유사 사건에 대해 보험금을 거부하려는 꼼수일 뿐이다. 보장 기간은 최소 2년 이상으로 즉시 개정해야 한다.

농협생명은 협동조합이 아니라 주식회사다. 농민과 아무 상관없는 농협중앙회-금융지주의 자회사가 공적보험을 독점할 명분은 없다. 무늬만 정책보험일 뿐 영업이익을 좇을 수밖에 없는 민영보험사의 손에 농민의 안전을 맡겨서는 안 된다.

농업인 안전은 근본적으로 그 공적 성격에 걸맞게 산재보험처럼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보험으로 개편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농어업산재보험제를 시행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정부와 국회는 이 부당하고 왜곡된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개선에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

secHosuNews_S1N13

추천뉴스

item59
item62
ad41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