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식물과 교감 정서적 안정…실습 비중 70% 전문성 더하죠”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한채주 수원농생명과학고 3학년 학생이 교내 온실에서 실습을 하고 있다.

올해 고3 맞은 한채주 학생
같은 학교 졸업한 언니들 영향
부모님 적극 응원 속 이곳 선택

이론보다 많은 체험·실습 만족
명장이 직접 수업도…실력 ‘쑥’

“농고 나와 농사만 짓는 것 아냐
농업 내 수많은 직업 선택 가능”
전공·적성 맞는 대학 진학 목표


긴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한창인 지난 8월 중순,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를 찾아갔을 땐 짧은 여름방학을 앞둔 까닭에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고 교내 분위기도 들떠있었다. 본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건물에 위치한 화훼장식실에 도착하니 수업이 한창이었다. 화훼디자인 명장이 직접 학생들에게 화훼디자인을 가르치는 수업이었는데 졸거나 다른 행동을 하는 학생 없이 모두가 명장의 말에 집중했다.

수업이 끝나고 한 학생을 만나 수원농생명과학고에서의 생활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한채주(19) 학생은 수원농생명과학고 생물자원과학과 화훼디자인·마케팅 전공으로 올해 3학년이다. 고3인 까닭에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지만 다른 일반적인 고3에 비해 표정이 밝았고 자존감이 높아 보였다.

“중3 때 수원농생명과학고에 입학원서를 접수했다고 주위 친구들한테 말했을 땐 다들 농사지으러 가느냐는 반응이 많았어요. 하지만 고등학교 생활을 이야기 하다보면 이제는 오히려 주위 친구들이 저를 많이 부러워해요.”

한채주 학생은 수원농생명과학고에 입학하기 전까지 농업이나 농사와 연관이 없었다. 중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여러 대안을 두고 고민을 한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수원농생명과학고 입학이었다. 그가 수원농생명과학고를 선택한 건 자매들의 영향이 컸다. 첫째와 둘째 언니 모두 수원농생명과학고를 졸업 후 적성에 맞는 대학교 학과를 선택해 꿈을 키워나가는 모습이 멋져보였기 때문이다. 언니들의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도 한채주 학생의 결정을 환영했고 적극 응원해줬다.

그는 “언니들이 고등학교에서 배운 것을 확장해 대학진학을 하고 사회에 나가는 모습을 보니 수원농생명과학고에 이점이 많다고 느꼈다”면서 “또 흔히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의식주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농업은 그 중 먹거리에 해당하기에 미래에 성장가능성이 클 것 같아 수원농생명과학고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그가 학교를 다니며 가장 만족한 건 ‘실습’이었다. 단순히 책상에 앉아 이론만 배우는 게 아니라 체험과 실습도 함께 병행하는데 실무 능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와 함께 화훼디자인 전공인 까닭에 매일 식물과 교감하다보니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효과도 컸다는 것이 한채주 학생의 설명이다.

한채주 학생은 “수원농생명과학고의 경우 수업이 이론 30%, 실습 70%로 이뤄져 있는데 실습이 이론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해 학생들로부터 반응이 좋다”면서 “힘든 고3 생활에 실습을 통해 압박감을 조금이나마 덜고, 또 전문성도 향상시킬 수 있는 게 이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다. 수원농생명과학고에서 배웠던 자신의 전공에 전문성을 더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따라서 최근에는 관련 학교나 학과를 중점적으로 탐색하고 다양한 직업에 대해서도 알아보며 미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한채주 학생은 “농업고등학교에 다닌다고 해서 반드시 졸업 후에 농사만 지어야 하는 건 아니다. 농업 안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자신의 적성에 따라 다양한 직업 선택을 할 수 있다”라며 “얼마 남지 않은 학창 시절 동안 수능 준비를 잘 하고, 학교 친구들과 잘 어울리면서 좋은 결실을 맺고 싶다”라고 소망을 밝혔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우리 학교를 소개합니다

학생이 필요한 과목 선택 고교학점제 선도

경기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에 위치한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는 지난 1936년 수원공립농업학교로 개교해 지금까지 우수한 농업 인재를 배출해왔다.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의 특징은 학생이 적성과 희망 진로에 따라 필요한 과목을 선택하는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라는 점이다. 또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계고교 산업 연계사업을 운영해 학생들이 현장 실무 실습과 농산업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밖에도 화훼장식 명장공방 사업과 NCS 과정평가형 자격취득, 국제교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는 2020년 3월 기준 121명의 교직원과 824명의 학생으로 구성돼 있다. 학과의 경우 크게 △생물자원과학과 △식품생명과학과 △바이오시스템과 등 총 3개 학과로 구분돼 있다. 생물자원과학과는 세부적으로 스마트농업 전공, 조경 전공, 화훼디자인·마케팅 전공, 애완동물 전공으로 나눠진다. 식품생명과학과는 식품가공 전공, 웰빙식품 전공, 제과제빵 전공, 조리 전공으로 나눠지고, 바이오시스템과는 농업기계 정비 전공, 스마트 농업 설비 전공으로 구성돼 있다.

학업의 경우 신입생이 입학을 하면 전원이 농업의 기초를 배우는 ‘농업이해’를 배우고 2학기에는 자신에게 어떤 전공이 맞는지 전공 기초 과목을 탐색하는 수업을 받는다. 2학년 때에는 자신에게 알맞은 전공을 선택해 전공기초과목을 이수하고 3학년 때에는 전공심화코스를 밟게 된다.

입학은 일반전형과 진로적정 특별전형 두 가지로 나눠진다. 특별전형의 경우 농생명산업 분야에 대한 진로 결정이 구체적이고 취·창업 의지가 강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취·창업 희망서와 취·창업 기반점수, 출결과 봉사, 교과 등을 종합해 선발하고 있다. 2021년 신입생 모집인원은 총 240명으로, 일반전형은 오는 11월 12일부터 13일까지, 특별전형은 11월 5일부터 6일까지 온라인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입학 문의 : 031-259-4347

 

#교사 인터뷰/이성덕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 교사

“양질의 일자리 만들어져야 
농업, 관련 교육 지속 가능”

농업 연계 산업 많아진 만큼
관련 전문학교·대학 늘길 기대
정부가 일자리 마련 노력해야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일할 수 있는 농업 관련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져야 국내 농업과 농업교육이 지속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성덕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 교사(54)는 올해로 교편을 잡은 지 30년이 됐다. 평생을 바쳐 농업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그는 아직도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며 이들의 고민거리를 듣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에 따르면 고등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진로선택이다. 끝없는 안개처럼 확실한 게 없고 정해진 게 없는 까닭에 학생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 늘 예민하다. 이 같은 이유에서 이성덕 교사는 학생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농업 형태도 변했고, 농업교육 또한 과거와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농업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농사를 짓는데 무리가 없었지만, 이제는 세상이 복잡해지고 여러 관련 산업들이 생겨난 만큼 이제는 배움의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농업 관련 전문학교나 대학이 좀 더 많아지고, 이곳에서 가르치는 것들도 더 다양화 및 전문화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성덕 교사는 “농업고등학교만 졸업해서 바로 농업경영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라며 “세상은 복잡하게 발전했고, 이제는 농업인도 여기에 맞춰 더 많은 교육을 받는 등 농장을 경영하기까지 더 많은 준비기간이 필요해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농업에서 가중 아쉬움 점으로 농업 관련 일자리가 부족한 점을 꼽았다. 매년 많은 학생들이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지만 막상 농업 현장에 나가보면 단순 일자리만 있어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를 느낀 많은 졸업생들이 농업 현장을 떠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국내 농업과 농업교육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다양한 농업 관련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성덕 교사는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농업을 떠올리면 농사를 짓는 것만 생각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라며 “농업 안에는 농사에 필요한 농기자재나 각종 데이터 분석기술, 예측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인재들이 필요하므로 정부가 좀 더 노력해 다양한 농업 관련 양질의 일자리 마련에 힘을 쏟았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농업고등학교 입학을 고민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농업고등학교에 대해 선입견과 좋지 않은 시선들이 존재하지만, 실상 학교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고 또 교육시스템도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어 학생들을 믿고 보내달라는 것이다.

이성덕 교사는 “이제는 학력과 인맥보다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역량이 중요한 시대가 됐고, 농업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산업이다”라며 “많은 학부모님들이 농업고등학교 입학에 대해 걱정을 하는데 좋은 교육시스템과 교사들이 책임지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안심하고 농업고등학교에 보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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