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ad48
default_news_ad1

농촌에 일자리가 없다? 있다?

  • 기사승인 2020.09.11 18:32
  • 신문 3233호(2020.09.15) 15면

공유

- 구자인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장

[한국농어민신문]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던 농업 분야가 큰 타격을 입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극한직업’에 단골로 나오던 어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상황이 보도된다. 국제적으로 노동력 이동이 제한되니 대규모 단작지대(주산지) 형성에 주력했던 농정의 문제점이 드러난 셈이다. ‘값싼 외국인 노동력’이 농산물 가격 유지에 기여했다고는 하나 대외의존형 농업정책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확인하였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이 점을 제대로 깨닫는다면 새로운 길은 열릴 수 있다. 적어도 가능성으로는 열려 있다.

그런데 농업노동력 문제에 대비되는 것이 도시 실업 문제다. 한쪽에서는 노동력이 부족하다 한탄하고, 한쪽에서는 일거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편하고 월급 많은 곳만 찾는다고 청년들의 노동관을 비판하는 소리도 많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을 계기로 농촌으로 발길을 돌리는 도시민들이 더욱 늘어나고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한다. IMF 경제위기 당시와 달리 이번 상황은 일시적인 경향이 아닐 것이라는 분석도 붙는다. 그렇다고 이런 계기로 농업노동력 문제가 해결되거나 농촌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확신은 서지 않는다. 이들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도 아니고 도시민들도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또 지금의 정책 시스템이 크게 변할 것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돌아와 농촌 상황을 들여다보면 숙제가 너무 많이 보인다. 한계마을이니 지방소멸이니 논하지 않더라도 절망적인 소리가 정말 많이 들린다. 문제는 너무 쉽게 보이지만 원인은 복잡하게 꼬여 있고 이를 해결할 주체는 잘 보이지 않는다. 흔히 청년에 주목하고 이들이 농촌으로 돌아오려면 소득이 보장되고, 주거나 교육, 문화, 복지, 환경 등 여러 조건이 정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좋은 일자리가 많아야 한다고 한다. 뒤집어보면 이런 것이 갖추어진다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귀농귀촌 상담을 해보면 너무 얄미운 생각이 든다. 요구는 많지만 정작 이런 일을 직접 해볼 마음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아귀가 맞지 않다.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가?

그래서 잘 생각해보면 농촌에 일자리가 없다는 표현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농업노동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 농촌에 ‘일할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지역문제가 산적해 있는 만큼 ‘일의 필요, 수요’도 넘쳐나는 셈이다. 또 행정 예산이 늘어날수록 집행되는 경로마다 ‘일할 사람’도 더 필요하다. 결국 농촌에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일할 사람’이 없는 셈이고, 어디선가 불일치(미스매칭)가 계속 일어나는 셈이다.

혹자는 ‘3D업종’이란 표현을 써가며 농업, 농촌에는 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일회성의 고된 일자리만 있다고 한다. 물론 농업 자체가 ‘좋은 일자리’라는 점에는 점점 자신감이 없어진다. 부부(특히 젊은)가 맞벌이하기 쉬운 환경도 아니다. 그렇다고 농민들이 게으른 것도 아니고 청년들이 편하게 돈 벌겠다는 것도 아닌데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것은 분명하다.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현장 활동 경험으로 볼 때 적어도 다음의 몇 가지 전제를 잘 검토한다면 상황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본다.

첫째, 농업과 농촌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실정에 맞는 일자리 정책이 나와야 한다. 현재의 정책은 일회성(단년도) 공공일자리가 대부분이고 농업의 계절적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지 않다. 무엇보다 농촌에 가장 좋은 일자리 정책은 농업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가 꽃 좋고 열매 많다”고 농업 자체가 튼튼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점을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 하고, 여기서 파생되어 농외소득으로 연결시킬만한 ‘작은 일자리’가 촘촘하게 배치되어야 한다.

둘째,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작은 사회적경제조직을 육성하는 것이다. ‘정책 칸막이’를 극복하고, 각종 일자리 사업들을 연계하여 단계적으로 성장해갈 수 있는 경로도 열어줘야 한다. 사회적경제 정책이 농촌현장에 더욱 밀착하도록 농정이 공익형직불제와 마을만들기, 6차산업, 푸드플랜, 사회적농업, 농촌복지 등의 정책을 적극 결합해야 한다. 또 다양한 보조사업의 집행방식을 개선하여 행정 예산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막는 것만으로도 작은 협동조합은 살아남을 수 있다. 시장경제로 내몰지 않고, 지역으로 내부화시켜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 자체가 좋은 창업 생태계가 된다. 농촌답게 평상시에는 두세 명이 상근하는 작은 협동조합으로 충분하고, 모든 면마다 열 개 정도는 금방 만들어질 수 있다.

셋째, 공공예산의 집행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어 ‘좋은 공공일자리’를 의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공공성 측면에서 행정이 직접 해야 할 사무를 명확히 하면서 조직이 비대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 전체 공무원 수의 3분의 1 정도까지 늘어난 공무직과 기간제 근로자들은 원래 민간에서 일해야 할 좋은 인재들이었다. 또 보조사업과 위탁사업을 구분하면서 중간지원조직을 체계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각종 보조사업 집행방식만 잘 정리해도 농정 분야의 통합형 중간지원조직에 50명 정도의 좋은 일자리는 그냥 마련된다.

넷째, 지자체 연구소 개념으로 민간인 전문가의 채용 경로를 확대하는 것이다. 지금 시대는 자치분권과 민관협치, 농촌협약 등이 강조되고, 정책의 융복합이 강력하게 요구된다. 지자체 특성에 맞는 현장문제해결형의 정책을 설계해야 하고, 행정의 종합계획 수립과 관리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매년 외부 컨설팅기관에 발주하는 연구용역 형태로는 변화하는 현실과 정책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 더구나 현재의 공무원 순환보직제 상황에서는 답이 없다. 결국 행정에 전문성을 갖춘 민간인이 농정 분야에 많이 들어와 새로운 활력을 창출해야 한다.

농촌에는 해야 할 일이 정말 많고,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열려 있다. 이런저런 행정 사업이 없는 것도, 예산이 적은 것도 아니다. 또 일자리를 찾는 사람도 많다. 어디선가 분명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막힌 곳은 뚫어야 하고, 열린 가능성은 조금씩 확대하면 된다. 결국 우리는 지금 ‘정책의 실패’를 보고 있는 셈이다. 현장에 있다 보면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이 본다. 하지만 현장에 들어와 실천하는 사람은 적고, 그래서 바뀌는 것은 정말 어렵고 더디다. 결국 농촌에는 일자리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일할 사람’, ‘좋은 일자리’가 없는 셈이다. 정책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

secHosuNews_S1N13

추천뉴스

item59
item62
ad41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