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밀로 만들면 라면도 ‘건강식’…전통식품과 결합, 맛까지 잡아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아이쿱생협 구례자연드림파크 라면 공방인 ‘(주)쿱라면’에선 우리밀이 18가지 라면으로 가공되고 있다. 아이쿱생협은 밀을 글루텐과 전분으로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해 라면에 첨가하는 글루텐 역시 우리밀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주)쿱라면 양희영 팀장이 신제품인 '된장라면'과 '김치라면'을 소개하는 모습.

아이쿱생협, 농가 계약재배로
지난해 우리밀 4328톤 소비
베이커리·과자 등도 쓰이지만
하루 2만개 생산 ‘쿱라면’이 중심

우리밀서 추출 ‘글루텐’ 사용
김치·된장 활용 건강식 탈바꿈 
“수입밀과 차별성 확산해 갈 것” 
2년 연속 이탈리아 수출도 달성

전남 구례는 우리밀 대표 산지다. 1983년 밀 정부수매가 중단된 이후 우리밀살리기운동에 적극 나선 구례 농민들의 결실이 전남 구례를 우리밀 메카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방증하듯 현재 국내 유일 우리밀 전문 가공업체인 우리밀가공공장영농법인과 18개의 우리밀 라면을 생산하는 아이쿱생협 구례자연드림파크 라면 공방도 구례에 있다. ‘우리밀로 만든 가공식품은 맛도 좋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이 두 곳을 지난 10일 찾았다.


■ 우리밀 소비 앞장 쿱라면 공방

밀가루를 가장 대중적으로 먹는 가공식품을 꼽으라면 ‘라면’을 빼놓을 수 없다. 심지어 라면을 생필품이라고 할 정도니, 우리나라 국민의 ‘라면 사랑’은 꽤 특별하다. 그렇다면 소비처를 찾지 못해 고전하는 우리밀로 라면을 만들면 어떨까? 이 같은 생각을 실천하며 수출까지 하는 곳이 있다. ‘아이쿱생협 구례자연드림파크 라면 공방’인 ‘(주)쿱라면’으로 이곳에선 우리밀이 라면으로 가공되고 있다.

쿱라면공방은 구례 자연드림파크 용방농공단지에 위치한 11개 공방 중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2012년 10월 라면 공방이 설립된 이후 주변에 베이커리 공방, 과자 공방 등 우리밀을 사용하는 다양한 공방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쿱라면공방에서 사용되는 우리밀은 함평, 부안, 영암, 순천, 구례, 정읍, 김제 등 전국 13군데 재배 농가와 계약재배를 하고 있으며, 세종시에 위치한 SPC삼립에서 제분한 뒤 밀가루 형태로 공급받고 있다. 양희영 구례자연드림파크 쿱라면 팀장은 “우리밀 제품이 대부분 베이커리로 맞춰졌을 때 라면으로 눈을 돌렸다”며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우리밀 소비를 늘리기 위해선 우리밀 라면을 만들 필요가 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아이쿱생협에서는 우리밀 4328톤을 소비했는데, 그 중심에는 ‘쿱라면’이 있어서 가능했다. 현재 쿱라면공방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라면은 약 2만 봉지. 밀가루로 따지면 하루 약 1.5톤이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라면 종류는 18가지이며 가격은 700원에서 1500원까지 다양하다.

지난 2012년 ‘생협 라면’을 시작으로 겨울과 여름에만 생산하는 시즌 메뉴인 ‘굴매생이 라면’과 ‘콩국수 라면’이 생산되고 있고, ‘우리밀 비빔면’과 캐러멜시럽이 들어가지 않은 ‘안심짜장면’ 등 대중적인 라면도 제조한다. 지난달에는 ‘된장라면’과 ‘김치라면’, ‘우리밀 라면땅’을 새로 출시하기도 했다. 특히 된장라면과 김치라면에는 식이섬유가 높은 미강을 함유해 영양성분을 강화했다.

양희영 팀장은 “라면은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먹는 식품 중 하나인데 너무 인스턴트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라면도 우리밀을 활용하면 충분히 건강식이 될 수 있다. 김치, 된장 등 우리 전통식품과 결합하면 맛과 영양까지 모두 잡을 수 있는 게 우리밀 라면”이라고 밝혔다. 양 팀장은 “수입밀과 된장이 결합한 라면이라고 하면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밀이기에 다양한 우리 전통 먹거리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보통 밀가공제품에는 쫀득한 식감을 높이기 위해 ‘글루텐’을 첨가하는 데, 쿱라면은 ‘글루텐’ 역시 수입밀이 아닌 우리밀에서 추출한 것을 사용해 제품의 차별성을 높였다. 글루텐까지 우리밀을 사용하는 ‘100% 진짜 우리밀’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점차 ‘우리밀 라면도 맛있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하자 지난해 12월에는 우리밀 라면을 최초로 이탈리아로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처음 7만 개를 발주한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2만 7000개를 추가로 수출했다.

양 팀장은 “아이쿱생협의 변할 수 없는 큰 사명 중 하나가 우리밀 소비 촉진이다”며 “어떤 식으로든 우리밀 소비를 확대를 해야 하는 임무가 있기 때문에 비록 반짝 이벤트라고 하더라도 소비에 도움이 된다면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수출도 그런 판단에서 시작했다. 건강과 영양을 강조한 차별화된 제품으로 얼마든지 우리밀을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많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아이쿱생협은 또 수입밀과의 차별성을 좀 더 확산해 나가고, 소비자들도 그런 차별성을 인식하면 우리밀 소비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속에서 수입밀과 우리밀 가격차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아이쿱생협은 확신하고 있다. 

양 팀장은 “이미 값싼 수입밀에 익숙한 소비자가 우리밀로 만들어 더 비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지난 3년간 우리밀 라면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며 “하지만 수입밀은 GMO 위험이 있고, 아무리 유기농 밀이라고 해도 수입하는 과정에서 약품처리를 한다. 수입밀과 우리밀의 차이점이 많고 가치도 다르다는 게 계속해서 알려진다면 우리밀 제품 가격이 높기만 한 건 아니라는 걸 공감하는 소비문화도 확산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국내 유일 ‘우리밀가공공장영농법인’

“밀 소비 관건은 수입과의 가격 차 극복”

수입밀에 우리밀 지원금 부과
전용 물류단지 조성 등 필요


전남 구례엔 국내 유일의 우리밀 전문 가공 공장도 있다. ‘우리밀가공공장영농법인’으로 이곳의 수장 최성호 대표는 지난 30년간 한 해도 쉬지 않고 밀 농사를 짓는 우리밀 재배 농가이기도 하다. 당연히 최성호 대표는 우리밀 애찬론자다.

최성호 대표는 “밀은 2모작 겨울작물로서 방치된 농경지에 파란 밀밭을 만들어 국토의 경관을 아름답게 한다. 밀이 익어가는 5월 농민은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농촌에 생기가 돌았다. 밀을 40만톤 생산하면 4000억원의 농가 소득이 생기고 이 돈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나라 경제를 살리는 동력이 됐다”고 과거를 회생했다.

최 대표의 우리밀 사랑은 가공공장 설립으로 이어져 1992년 49명의 조합원과 함께 370㎡ 규모로 공동출자해 구례 우리밀가공공장을 세웠다. 현재 하루 10톤을 가공할 수 있는 규모를 갖고 있고 한해 평균 도정량은 2000톤에 이른다.

이곳에선 밀의 수매·가공·판매를 모두 할 수 있기 때문에 구례 지역 말고도 익산, 담양, 함안, 보성, 군산 등에서 600~800ha, 약 1000여명의 농가와 계약 재배를 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우리밀 전문 가공 공장 ‘우리밀가공공장영농법인’에서는 구례, 익산, 담양, 함안, 보성, 군산 등에서 600~800ha, 약 1000여명의 농가와 계약 재배를 하고 있다.

우리밀가공공장에선 자체 브랜드인 ‘밀벗’으로 통밀 칼국수, 울금국수, 우리밀 건빵, 통밀라면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으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주)사조해표와 (주)네니아로 백밀가루와 통밀가루도 납품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와 OEM 매출이 ‘7:3’ 정도 된다. 최근에는 도토리냉면 가공라인을 새로 구축, 우리밀로 만든 당면 가공도 준비 중이다.

30년 넘게 우리밀업계를 이끌고 있는 최성호 대표는 우리밀 소비를 늘리는 관건이 ‘수입밀과의 가격 차 극복’이라고 보고 있다.

최성호 대표는 “우리밀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수입밀과 가격 차이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라며 “이를 위해선 지역별로 품종과 생산량을 분담해 철저한 계약재배를 하고, 원활한 유통·가공·판매를 위해 저장시설과 물류단지가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각 지역 밀 생산 조직이 면용, 제빵용 등 수요에 따라 품종을 나눠서 안정적으로 재배를 하고 유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또 우리나라처럼 밀 자급률이 1970년대 중반 4%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2~16%까지 회생한 일본에서 우리밀 회생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저장시설 등 우리밀이 가공으로 변할 수 있는 공간과 여건 마련의 필요성이 제시되고 있다.

최 대표는 “우리밀은 가마당 3만9000원인데 수입밀은 1만원대다. 극복 방법은 일본의 밀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무관세로 들어오는 수입밀에 관세를 부과해 차액을 자국 밀에 지원한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수입밀가루 제품에 우리밀 지원금을 신설해 가격 차이를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밀을 저장할 수 있는 사이로 등 저장 시설을 마련하고, 우리밀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물류단지도 필요하다. 현재 생산비용 중 유통에만 30~40%가 소모되는데, 우리밀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이 같은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며 “소비 증가와 맞물려 이 같은 물류 기반이 갖춰진다면 밀 자급률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여 강조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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