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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업의 산실, 농업고등학교에 가다 <2> 공주생명과학고등학교

  • 기사승인 2020.09.18 14:36
  • 신문 3235호(2020.09.2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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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농업 관련 자격증 취득…내 농장 마련의 꿈 차곡차곡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김상범 공주생명과학고등학교 학생은 국내 최대 용안 재배 농가가 되는 게 꿈이다.

열대과일 ‘용안’에 푹 빠져
걱정하는 친구들 뒤로 하고
아산서 공주로 유학 김상범 학생

농가 실습·선진농가 견학 등
지식 쌓고 미래 설계 한발 한발
“국내 최고 용안재배농가 될 것”

지난 9월 3일 충남 공주시 신관동에 위치한 공주생명과학고등학교를 찾아 갔을 땐 학생들이 모두 하교를 마친 상황이었다. 오후 6시가 넘어 텅 빈 학교에 한 교실만 빛이 나고 있었다. 전등이 켜져 있는 교실에선 김요안 교무부장 선생님과 김예원(17) 학생,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김상범(19·농업경영과) 학생이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식물 사진이 잔뜩 그려져 있는 문제를 풀고 있었다. 일반 수업과는 다르게 편한 분위기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하는 이유를 묻자 전국대회 출전 준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들은 9월 25일 경북 안동에서 열릴 전국FFK전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학기 초부터 매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전국FFK전진대회는 전국의 농업고등학교 재학생들이 각자의 전공 지식과 실무능력을 겨루는 대회로 올해로 49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행사다. 특히 김상범 학생은 전국FFK전진대회 입상이 곧 농업 관련 대학 입학에 가산점이 되는 까닭에 그 누구보다 간절하게 준비를 했다.

전국FFK전진대회 출전을 위해 학생들이 방과 후 학습을 하고 있다.

김상범 학생은 유학생이다. 본가가 충남 아산인데 주변에 전문적인 농업고등학교가 없는 까닭에 공주까지 유학을 왔다. 그가 농업고등학교에 입학한 계기는 조금 특별했다. 중학교 2학년 때 가족과 베트남 여행을 갔다가 시장에서 우연히 용안(용의 눈과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 무환자나무과로 원산지는 인도와 중국)을 접하고 너무 맛있어서 한순간에 매료됐다. 집으로 돌아와 용안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고 직접 한국에서 재배해 판매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그는 “용안을 처음 먹어보고 이상하게 끌려서 한국에 돌아와 알아보니 생과는 거의 판매되고 있지 않고 건조 후 약재로 사용하는 게 대부분이었다”라며 “용안이 생과뿐만 아니라 약재와 향료, 차의 재료 등 다양하게 활용되는 걸 알게 된 이후 국내 최대 용과 재배 농가가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김상범 학생은 꿈을 실천하기 위해 농업고등학교를 찾아보다 공주생명과학고를 알게 돼 입학했다. 처음에 농업고등학교에 진학을 한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 신기해하면서 걱정했다. 농사 자체가 돈을 못 벌고 몸이 힘든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오히려 응원을 해줬다. 회사원이었던 아버지는 현재 아산에서 숲해설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데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한다고 하니 오히려 좋아하며 격려를 해줬다. 농업의 가치와 가능성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농업에 대한 기대를 품고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하루 만에 잘못된 결정이 아니었는지 고민에 빠졌다. 학교에 입학해보니 험상궂은 학생들만 보여서 흔히 ‘꼴통학교’에 잘못 입학한 게 아닌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일 뿐, 본격적인 학교생활에 돌입하니 걱정이 사라졌다. 농가 실습과 선진 농가 견학, 농업 관련 대학교 견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어 농업 지식에 대한 목마름이 해결되고 조금씩 미래에 대한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농업 관련 자격증 취득에 도전했다. 1학년 때에는 유기농기능사를 취득했고, 3학년 때에는 종자기능사를 취득했다. 올해 남은 시간 동안 틈틈이 지게차 운전 연습도 해 지게차 운전 자격증도 취득할 계획이다.

김상범 학생이 학우들과 직접 일군 벼 포장에서 장마 후 발생하는 병해충 확인을 위해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김상범 학생의 요즘 고민은 대학교 입학과 대학교 졸업 후 어떻게 농장을 마련하며 판로를 개척할 것인지 등이다. 고3인 까닭에 대학입시가 코앞까지 다가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국내에 농업 관련 대학이 많지 않고 또 입학 정원도 적어 경쟁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자신의 장래희망으로 정한 용안 재배와 판매도 고민이다. 용안은 0°C 이상에서 재배되는데 국내에서 이 같은 기후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제주도 밖에 없다. 따라서 제주도에 땅을 구해 하우스까지 지어야 하는데 어떻게 돈을 마련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이와 관련 김상범 학생은 “당장에 닥친 대학 입시도 걱정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낯선 곳에 가서 땅을 구하고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크다”면서 “꿈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흔들리지 않고 도전해 국내 최고의 용안 재배 농가가 돼 농업을 통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인터뷰 이후 코로나 19 확산으로 제49년차 전국FFK전진대회가 전격 취소됐고, 김상범 학생은 추가 인터뷰를 통해 많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우리 학교를 소개합니다

87년 역사, 7개 학과 운영
전교생 ‘빛뜨란미션’ 수행
우수 학생 해외연수 기회

아름다운 금강변에 위치한 공주생명과학고등학교는 지난 1933년 공주공립농업학교로 시작해 87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2020년 기준 85명의 교직원이 재직하고 있고, 361명의 재학생이 농업에 대한 꿈을 안고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공주생명과학고는 △농업경영과 △원예경영과 △축산경영과 △농업토목과 △식품가공과 △농업기계과 △유통정보과 등 총 7개 학과로 이뤄져 있다.

농업경영과는 수도작과 전작, 특작을 가르치고 원예경영과는 채소와 화훼, 과수와 조경, 화훼장식 등을 교육한다. 축산경영과는 대·중·소가축 사양, 애완동물 관리 등을 농업토목과에서는 농지정리와 시설 건축 등을 가르친다. 식품가공과는 식품가공과 제과·제빵을, 농업기계과는 농기계 생산과 수리, 정비 과정을 교육하고 있다.

공주생명과학고의 특징은 1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경영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금과 기숙사 지원 혜택을 주고 있다. 이와 함께 전교생을 대상으로 빛뜨란미션인증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언어 소통 능력, 수리활용 능력, 정보 활용 능력, 전공 학습 능력, 창의 인성 능력 등 5개 분야로 나눠 농업 직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을 함양하고,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에게 해외연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도 현장실습과 직무체험 등을 통해 학생 중심의 맞춤식 취업 지원을 하고 있다.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 일정은 오는 12월 2일부터 4일까지 본교 교무실에서 원서를 접수 받는다. 입학 정원은 일반전형 53명, 특별전형 87명 등 총 140명이고, 기존과 다르게 유통정보과를 제외한 6개 학과에 한해 신입생을 모집한다. 특별전형의 경우 취업희망자 분야 49명, 타 시·도 학생 분야 35명, 북한이탈학생 분야 3명 등으로 다양한 형태의 입학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교사 인터뷰/최순아 교사

최신 기술·농기자재 체험 급선무
정부 낡은 실습환경 개선 지원을


“학생들에게 농업 관련 다양한 최신 기술이나 기자재를 소개하며 농업에 미래가 있다고 가르치지만 정작 학교 안에 있는 실습장은 90년대에 머물러 있어서 참 아쉬워요. 정부가 나서서 농업고등학교의 노후된 실습 환경을 개선해줬으면 좋겠어요.”

최순아(45) 교사는 공주생명과학고에서 학생들에게 화훼장식기초와 생산자재, 농업기초기술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이와 함께 1차 산업 관련 학과인 경영과의 부장을 맡고 있다. 그가 21년 동안 농업고등학교의 교사로 재직하면 가장 아쉬움을 느끼는 건 농업 기술과 기자재는 발전하지만 농업고등학교 내 실습 환경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최순아 교사에 따르면 현재 교내 실습장에 있는 유리온실은 1990년 즈음에 지어졌다.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스마트팜이 등장하고 농업 기술과 기자재가 나날이 첨단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농업고등학교 재학생들은 90년대에 지어진 유리온실에서 농업실습을 진행하는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 최순아 교사는 “배정된 예산이 많지 않다보니 실습시설을 개선하는데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며 “학생들이 학교에서 최신 기술이나 농기자재에 대해 배우면 이것을 직접 체험하며 작동할 수 있는 실습환경이 반드시 마련돼야 하는데 정부가 조금만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문제는 시설 개선 사업을 진행하려 해도 농업고등학교를 담당하는 기관이 교육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여러 곳이다 절차도 복잡하고 교사들의 행정업무량도 증가해 교육의 질 하락의 우려가 있다는 게 최순아 교사의 주장이다.

그는 “특성화 고등학교이다 보니 사업이 많은데 집행 기관이 다양해 사업제안서나 보고서, 결과보고 등의 행정업무가 과중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사업 집행하는 기관을 일원화해 교사들이 행정 업무에 집중하기보다 학생들에게 쏟는 시간이 더 늘어나야 양질의 농업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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