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여행생활자> 유성용, 사흘, 2012, 1만3800원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는 시기
계속 떠나는 저자와 책 통한 여행
천연색 전면 사진들로 사실 전달

2주 전에 변산반도 해창 개펄을 다녀왔는데 어제는 선운사 참당암엘 갔었다. 하나는 새만금 해수 유통 촉구 기도회였고 다른 하나는 코로나 시국에서 자연과 한 몸 되어 살아가기 위한 범 종교인들의 회의가 있어서다. 주제가 가볍지 않은 행차였지만 여행은 여행이었다. 짭짤한 개펄의 내음과 울창한 선운사 뒷산이 여간 상쾌하지가 않았다. 여행이 주는 기분전환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밤길 강도도 아닌데 사람 만나는 게 두려운 요즘은 방콕 여행도 좋은 선택이리라. 책을 통해서 여행한다면 외국이나 국내건 비용은 초초초저가 여행이다. 책값만 드니까.

저자가 30대 후반에 쓴 책이다. <여행생활자>를 쓴 유상용은 “여행이 자기를 굴리고 다녔다.”라고 말한다. 잠깐 다녀오리라 했던 여행이 어쩌다 보니 삶이 되어버렸다는 얘기다. 그리고는 묻는다. “나는 왜 떠나는 자가 되었을까?”라고.

저자의 뇌까림처럼 책 속의 인물은 계속 떠난다. 떠나는 게 일이다. 떠난다는 건 집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갈망도 혐오도 접고 산다는 말이다. 윈난성에서 리탕으로 떠나고 리탕에서 티벳의 라사로 떠난다. 인도로 가서 스리랑카 트링코말리를 가더니 네팔 판차세로 떠난다. 지역만 떠나는 게 아니다. 올해 2020년으로부터 9년을 거슬러 떠난 시간여행임을 알아야 한다. 9년 전의 저자 시점에는 코로나도 없고 자가격리도 없다. 인파 속을 마음대로 휩쓸려 다니는 모습이 진짜 딴 세상 같다.

파키스탄 훈자마을 이야기다. 2011년의 훈자. “꼬박 기다려 아침을 맞아 본 사람은 안다. 기다림이란 것이 결코 대상에 있지 않다는 것을. 밤새 내 안에서 울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환한 햇살 속에 지난밤의 소멸을 본다. 아침 햇살에 비로소 지난밤이 눈부시다.”(326쪽)라고 훈자마을을 소개한다. 어떤가? 훈자마을이 눈에 선한가. 아니면 여전히 깜깜한 밤인가?

여행지의 생생한 사실 전달은 천연색 전면 사진들이 담당하고 있다. 글은 여행자의 발자국으로 쓴 시다. 남인도 캘라라 주의 한 섬에 머무르면서 일렁이는 바다 표면의 반사 빛을 보고는 “반짝이는 네 곁에서 일생을 살겠다.”라든가, “나는 목적도 없이 저 기차에 올라탈 것이다.”라는 구절들이 그렇다.

영상처럼 구석구석 상세하게 묘사하기보다 여행지의 생경한 풍경 앞에서 시인이 될 수밖에 없는 저자의 입장이 부럽고 놀랍다. 그래서 저자는 서문에서 여행이란 다음 생에서가 아니라 이 생에서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이라고 했을 것이다. 모래폭풍 속에 황량한 자갈밭을 슬픔 없이 걷는 것이라고 했을 것이다. 여행으로 설레는 삶을 살아보라고 유혹하는 책이다.


[함께 보면 좋은 책]

<히말라야의 수행자들> 석혜진, 불광출판사, 1만원

수행 괴짜들 놀이터 ‘히말라야’

‘히말라야’라는 말을 들으면 아득한 만년설과 함께 지구촌의 신비로운 성지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이 <히말라야의 수행자들>을 읽는다면 히말라야의 신성은 사라지고 수행 괴짜들의 놀이터로 생각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의 책이다. 책으로 하는 사람 여행이다.

14년째 왼쪽 팔을 수직으로 치켜들고 수행하는 사람이 있다. “한 쪽 팔은 완전히 굳어 병신이 되어 있었고 손톱은 자라 꼬이고 손가락도 펴지 않아 꼬부라져 있었다. 표정에서는 교만한 빛이나 고통의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라며 경탄을 하면서도 인간의 무지에 혀를 찬다. 이런 식의 고행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눈만 뜨면 춤추고 노래하는 성자. 한 쪽 다리를 등 뒤로 돌려 목에다 걸치고 합장을 한 채 몇 년을 그 자세로 요가 하는 83세의 성자는 피부가 어찌나 곱고 탄력이 있던지 30대 같았다고 한다.

싸우다 상처 입은 개, 병든 개, 버려진 개. 길거리 강아지 등 개 60여 마리를 데리고 사는 어느 성자는 자기보다도 개에게 보시하라고 손을 벌린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인생들이다.

저자 석혜진도 좀 괴짜 수행자처럼 보인다. 무협지에 나오는 장수처럼 생겼다. 카트만두 어느 사원 앞에서 요기들과 저자가 대결하는 모습이 있다. 갖가지 묘기를 보이는 요기에게 석혜진은 자신의 복부를 가격하게 하여 버티는 경기였다. 일종의 차력술 시범 같아 보인다. 이런 치기어린 장면들이 책 읽는 재미에 빠지게 한다.

 

<어싱-땅과의 접촉이 치유한다> 클린트 오버, 히어나우시스템, 1만5천원

무한 치유에너지 가진 땅 여행

<어싱>은 땅으로 걸어 들어가는 여행책이다. 땅과 접속하는 여행. 땅을 떠난 현대인들. 코로나로 도시에 모이는 것이 걱정되는 사람들에게 땅으로 오라는 책이다. 땅은 모든 것을 받아주고 녹여주며 우뚝 세우는 힘이 있다.

클린터 오버 등 3명의 공저자가 썼다. 그들은 한결같이 우리가 땅 에너지와 그 안의 무한한 자유전자에서 단절됨으로써 직면하게 된 위험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땅이 갖고 있는 자연적인 치유에너지를 강조하는 책이다.

어싱은 맨발로 땅을 걷는 것만으로도 완벽하다. 스트레스 호르몬을 정상화시키고(64쪽), 전자기장을 물리치며(102쪽), 숙면을 돕고 심혈관계와 호흡계와 신경계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현상을 실험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어싱이 염증을 줄인다는 점이다. 염증은 만병의 근원이다. 어싱은 체내의 전기적 안정성을 유지·회복함으로써 몸의 생체시계가 제대로 작동되게 하면서 염증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라는 생체조직체는 그 안에 미비하나마 전기가 흐르고 있다. 이 점에 착안한 것이 어싱이라고 하면 되겠다.

이 책은 일상에서 땅과 연결하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관련 기기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어싱 신발, 패드 어싱, 어싱 매트리스, 어싱 시트, 피로회복 어싱 침낭, 전극패치아 밴드 등. 전희식/농부. 마음치유 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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