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ad48
default_news_ad1

[기획] 연간 4000억원 쏟아붓지만…정부양곡 품질 확보는 의문

  • 기사승인 2020.09.22 19:12
  • 신문 3236호(2020.09.25) 2면

공유

- 정부양곡 ‘특혜성 구조’ 실태진단 <상>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정부양곡 도정공장과 저장창고 운영 구조가 지난 수십년 동안 고착되면서 정부쌀의 품질과 안전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정부양곡 도정공장이 1990년대 수준의 시설인데다 저장창고 또한 30년 이상된 노후시설이 70%에 육박한다. 사진은 1990년대 지어진 도정공장 내부 전경.

‘이물질 많다’, ‘밥맛 떨어진다’
복지용 쌀 나라미 품질 원성
시중 유통쌀 비교 낙제점

대한곡물협회 회원사가
정부양곡 도정공장 96% 차지

수 십 년간 정부 대행사업 쥐고
낙후된 도정시설 개선은 뒷전
20~30년 전 기준으로 평가
높은 점수 받아도 오염원 노출

도정공장 등 가동률 낮은데도
정부 지급단가는 높여와 
전형적 ‘고비용 저효율 구조’
농식품부-대행업자 유착 의혹

정부양곡을 둘러싼 각종 사건과 불법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 식량과 재산을 대행관리는 일부 부도덕한 업자들로 인해 정부양곡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면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복지용 쌀로 공급하는 나라미에 대한 품질 불만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부쌀 나리미가 나빠서 떡을 해 먹고 있습니다. 정부쌀을 바꿔보는 게 어떻겠습니까’라는 청원 글이 올라온 바 있다. 또한 지난해 9월에도 정부양곡 문제를 지적한 청원 글이 올라와 논란이 불거졌었다. 당시 청원 글에는 ‘정부양곡을 담은 자루가 곰팡이와 쥐똥으로 오염돼 있다’는 실상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나라미를 받아본 수요자들은 쌀벌레는 물론 각종 이물질이 나오고 일반쌀보다 밥맛이 떨어진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정부양곡을 불법으로 처분한 사건도 있었다. 지난 2017년 5월 경북의 모 군에서 정부양곡 불법 반출한 정부양곡 저장창고 업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톤백 2240여개(매입가격 26억원)의 정부양곡이 사라졌는데, 창고업자가 창고 입구에만 톤백을 높이 쌓아놓고 지자체 관리자를 눈속임 하며 자행한 불법 사건이었다.

이처럼 정부관리양곡이 공공비축으로 식량안보 최소한의 장치임에도 각종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본보는 정부양곡에 대한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방향에 대해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정부양곡 관리 ‘구조적 문제’=지난 2017년 농식품부의 외부용역으로 진행된 ‘정부관리양곡 판매 확대 방안 연구’에 따르며 복지용 쌀에 대한 품질 불만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용역기관이 복지용 쌀 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나라미의 품질 불만족 이유에 대해 ‘밥맛이 좋지 못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49.7%에 달했고, ‘최근 도정일자가 아니어서’ 16.5% 등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소비 활성화 개선 방안으로 ‘쌀 품질개선(품질 좋은 쌀)’이라고 선택한 비율이 62%에 달했다.

그럼에도 수요자들이 복지용 쌀을 구매하는 이유에 대해 ‘가격이 일반쌀보다 저렴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65.7%로 나타나 품질에 대한 불만에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정부양곡에 대한 품질 문제가 심각한 것은 정부양곡을 관리하고 가공하는 과정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3월 기준 정부양곡 도정공장 124개소, 정부양곡 보관창고 4190개동이 지정돼 있다. 정부양곡 도정공장은 대한곡물협회 소속 회원사가 119개로 전체의 96%를 차지하고, 농협 2개소, 기타 3개소 등이다.

저장창고는 대한곡물협회 소속이 1286개동(31%), 농협 2434개동(58%), 민간 411개동(31%) 등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다만 농협의 저장창고 수가 많지만 낙후된 시설로 인해 상당수 이용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운영 현황에 의하면 대한곡물협회 소속 회원사들이 군관수용과 복지용 쌀 등 정부양곡 사업을 주도하며 사실상 독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양곡 도정공장 실태=문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정부 지정을 지속해 온 도정공장 시설이 매우 낙후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 대행사업을 받아 수익을 올리면서 도정시설 개선은 뒷전이었던 것이다. 농식품부도 정부양곡 도정공장의 시설을 평가하며 등급관리를 하고 있지만, 등급기준 자체가 매우 허술해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

2019년 현재 정부양곡 도정공장은 S등급 17개소(14%), A등급 62개소(50%), B등급 43개(35%), 등급 외 2개소 등으로 평가돼 있다. 이는 농식품부의 ‘정부관리양곡 도정공장 등급 평가기준’에 따른 것으로, S와 A 등급을 받으면 계약기간 6년이 보장되고, B등급 이하도 3년이 적용된다. 자진 폐업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낮은 문턱의 등급평가 기준에 의해 재계약에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양곡도정 기술 전문가와 RPC 운영자들에게 ‘정부양곡 도정공장 평가기준 항목’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자문 받은 결과 “우리나라 RPC 초창기인 1990년대 수준으로 봐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특히 이물질 등을 걸러주는 ‘선별공정’이 매우 느슨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게다가 도정관련 기계 설비인데도 불구하고 평가기준 및 배점을 보면 ‘청소 및 관리상태 미흡’, ‘관리상태 양호’ 등 평가자 정성적 판단으로 점수조작도 가능한 지표라는 것. 또한 가공시설 기준에서 ‘목재, 함석’ 등도 명시돼 있는데, 일반 RPC에서는 설치를 제한하는 재질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통합RPC에 의무 적용하고 있는 ‘GAP(우수농산물관리시설)’ 인증은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평가점수에서 가점 항목으로 적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양곡 도정공장의 쌀 품질과 안전관리가 매우 취약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RPC 기술 전문가들은 “농식품부의 양곡도정공장 평가 기준을 보면 20~30년 전에 운영되던 RPC 수준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며 “최근 현대화해 S등급을 받은 일부 도정공장을 제외하고 높은 점수를 받아도 쥐가 드나들고 각종 오염원에 노출된 낙후된 시설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장창고도 낙후되긴 마찬가지=정부양곡 저장창고 또한 운영에서 많은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2019년 3월 현재 4190개가 지정된 정부양곡 창고는 일반창고(특급, 1급)와 저온창고로 전체 저장능력은 350만톤에 달한다. 하지만 30년 이상 노후화된 창고가 3234개소로 68.8%에 달한다. 저장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저온창고가 최근 늘고 있지만 아직도 전체의 1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노후화로 시설이 열악한 정부양곡 저장창고로 인해 쌀 품질과 밥맛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저장단계에서 이미 급격한 품질저하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실제 저장 중인 정부양곡의 벼 함수율이 13%대로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벼의 15~16% 수준과 비교하면 2%포인트 이상 낮아 밥맛없는 ‘나라미’가 포장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실제 양곡 전문가들에 따르면 13%대까지 마른 벼로 도정한 쌀을 물에 담그면 깨지는 현상인 ‘수침동할’이 발생하고 밥을 지으면 밥알이 뭉그러지는 등 이른바 ‘죽밥’이 돼 식미가 크게 저하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학계 및 연구기관의 쌀 전문가들은 “벼 함수율이 13%대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사실상 사막의 모래알처럼 바짝 마른 상태”라며 “이 벼로 도정한 쌀로 밥을 지으면 싸라기로 밥을 한 것처럼 죽밥이 되고 이 때문에 밥맛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양곡관리 올해 예산만 4243억원이나 되지만=이처럼 정부양곡이 일반 시중 유통쌀과 비교해 형편없는 낙제점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부예산이 적게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농식품부의 올해 예산을 들여다보면 ‘정부양곡관리비’ 항목에 무려 4243억원이 배정돼 현재 집행되고 있다.

특히 정부양곡관리비 예산에서 가공임 968억원(22.8%), 보관료 1200억원(28.2%) 등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정부양곡 도정공장과 창고업자에게 지급되는 정부예산이 올 한해만 2168억원에 달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누적액만 ‘조’ 단위 국민혈세가 이들 손아귀에 들어간 것이다. 가공과 저장 이외에도 올해 상하차료(824억원), 운송료(507억원), 지자체양곡관리비(266억원) 등의 항목에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농식품부는 특히 정부양곡 가공임과 보관비용을 지속적으로 올려주기도 했다. 우선 저장단가를 보자. 지난 2000년 벼를 기준으로 갑지(시·군)의 1급 창고 보관비는 1일/1톤 당 112원에서 2018년 147.6원, 2020년 156.5원 등으로 올랐다. 또한 원료곡인 벼를 쌀로 가공하는 단가도 2000년 1톤당 7만696원(부가세제외 금액)에서 2020년에는 S등급 11만1313원, A등급 10만4281원, B 9만6831원 등으로 책정됐다.

특히 농식품부가 단가를 높이면서 운영효율에 대한 개선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양곡 도정공장의 최근 수년 동안 연도별 가동률을 보면 최저 27%에서 최대 80%를 기록하고, 저장창고 보관율도 33~50% 수준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가 지급단가를 높여왔기 때문에 해당 사업자에게만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산지의 양곡유통업계에서는 “정부양곡 도정공장과 저장창고를 갖고 있으면, 매달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될뿐더러 ‘평생 돈줄’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양곡 특혜인가=정부양곡 관리를 한 줄로 요약해 보면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이면서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라고 해석해도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연간 4000억원 안팎의 국민혈세를 정부양곡관리에 쏟아붓고 있지만 정부쌀이 일반쌀 수준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을지 과제로 남는다. 농식품부가 정부양곡 품질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관리 체계를 개선할 능력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바꿀 의지가 없는지 모호하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농식품부와 정부관리양곡 대행업자간 유착설을 제기한다.

이는 ‘정부관리양곡 처리 도급계약 체결 요령’을 들여다보면 유착 개연성이 유추된다는 것이다. 정부양곡 도정공장은 물론 저장창고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대한곡물협회 회원으로 가입해야 상대적으로 수월한 구조다. 정부양곡 사업에서 보증보험에 가입하거나 담보제공과 연대보증 등을 요구한다. 그러나 보증보험의 경우 가입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담보제공과 연대보증을 대부분 선택하고 있다. 대한곡물협회로 하면 연대보증과 공동담보로 가능해 개인자격으로 참가할 때보다 계약조건 부담을 상당히 낮출 수 있다.

이 같은 조건 때문에 대한곡물협회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고는 정부양곡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힘든 구조라고 말한다. 또한 연대보증이라는 조건 자체가 신규사업자의 진입장벽으로도 작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한곡물협회 상근중역(전무, 상무)에 농식품부 퇴직 공무원이 채용되고 있는 것도 정부양곡 사업에서 대한곡물협회가 중심에 서 있는 뒷배경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농식품부가 민간자격으로 도입한 ‘양곡관리사’ 자격증 주관기관을 대한곡물협회에 부여한 것도 특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농정 많이 본 기사

secHosuNews_S1N1

추천뉴스

item59
item62
ad41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