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 학사농장 대표

[한국농어민신문]

코로나19 탓 외식업체 매출 60% ‘뚝’
소비 상당부분 온라인으로 수평 이동
과감한 폐업지원 통한 산업구조 재편을


‘0’은 텅 비어있고 값이 없는 숫자를 말한다. 학창시절 시험에서 0점을 맞거나 잔고가 0원인 통장을 보면 기운이 빠지고,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을 때 영~안 된다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0은 썩 부러운 숫자나 단어는 아닐 것 같다.

그런데 오랫동안 자영업을 하면서 차라리 0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특히 외식사업을 하면서는 매출과 상관없이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의 비중이 높아지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 것을 후회도 하고, 결산 장부에 플러스는 바라지도 않고 마이너스가 아닌, 그냥 ‘0’이라고만 쓰여 있어도 안도하며 다시 용기를 낸 적도 많았다.

장사는 안 되는데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희망마저 보이지 않을 때는, 너무 힘들고 지쳐서 투자비용을 포기하고라도 폐업하고 멈추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때는 차라리 ‘0’이 부러웠다.

코로나로 여러 업종들이 힘들겠지만, 자영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약 70만 개소의 외식업체들 중 상당수가 지금 그런 심정일 것이다. 본인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펼쳐진 이 상황에서 그나마 남은 임대 보증금이라도 지키며 폐업이라도 하고 싶지만, 폐업을 해도 남은 임대기간의 월세는 계속 부담해야 하니 새로운 세입자를 찾지 않는 한 멈출 수도 없다. 그렇다고 요즘 새로운 세입자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외식업체들을 위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폐업철거비나 일회성의 긴급자금지원도 좋지만, 마이너스를 멈추고 그나마 현재 남은 것이라도 지킬 수 있도록 좀 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시적으로 임대잔여 기간이 남아있더라도 잔여기간에 대한 임대료의 보증 책임 없이 매장을 정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해당 건물주에게도 임대료 손실로 인한 타격을 줄일 수 있게 융자나 금융비용을 보전해 주는 등의 보완 제도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8년 우리나라 외식업체는 인구 만 명당 125개로 홍콩이나 미국보다 여섯 배나 많다. 매장당 평균 매출도 하루 50만원에도 미치지 못해 원가 빼고 나면 별로 남는 것도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자리 늘린다고 외식업의 창업에 많은 예산을 쏟아 부어 더 치열한 경쟁의 악순환을 만들었으며 코로나 이전에도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동안 외식업체가 60% 이상 매출이 감소한 반면, 온라인 쇼핑몰 매출은 ‘19년과 비교하면 ’20년 1~7월까지 음·식료품이 42%, 농수축산물 67%, 온라인 음식서비스는 73%가 각각 증가했다. 외식 소비의 상당부분은 온라인으로 수평 이동했으며, 코로나 이후에 일부 소비가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그전만도 못할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지금을 버티고 유지하다 코로나가 지나면 그때와 연결하려는 정책보다 과감한 폐업지원을 통해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임대기간이 남은 10만개 점의 식당을 폐점 지원, 개 소당 약 2억 원 대출, -2% 정도 금리를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약 20조원, 실제 소요되는 예산은 이자 보전 비용으로 약4,000억 원 정도이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산업 구조조정 비용으로는 큰돈이 아닐 수도 있으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외식산업육성 예산을 모으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계에 부딪친 업체들의 퇴로를 열어 주면 살아남은 업체들의 소득은 당연히 높아질 것이다. 그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큰 외식산업 육성책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아울러, 앞으로는 외식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외식산업의 현황과 문제점 등 실제 창업 이후 부딪칠 수많은 상황에 대한 초현실적인 교육을 통해 각자 깊이 판단할 수 있는 단계를 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해 막을 수 없는 피해라면 한쪽에서 일방적인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피해의 충격을 골고루 나눠서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해도 해도 0을 만들기가 영 어렵다면, 지금을 기회의 시간으로 삼아 산업 전반의 정밀한 구조조정과, 현재의 고통을 메꿔나가면서도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준비하는, 위기와 기회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좀 더 지혜로운 정책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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