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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 유통·가공을 잡아라 <4> 밀산업 정책방향

  • 기사승인 2020.09.28 18:46
  • 신문 3237호(2020.10.0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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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 생산량의 25% 매년 비축…2025년 자급률 5% 달성 목표”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식량안보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올해 봄철 냉해와 병충해로 밀 자급률은 1%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자급률 1%가 무너졌다는 건 밀 정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행히도 희망의 불씨는 살아 있었다. 지역 곳곳엔 우리밀 유통·가공 업체들이 각각의 노하우로 우리밀을 활용한 제품을 활발히 만들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정부가 더욱 체계적인 계획과 목표로 우리밀 소비에 불을 지피길 바라고 있다.

‘밀산업육성법’이 올 2월부터 시행되면서 정부도 이에 따른 예산안을 마련했다. 담당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그동안 밀 자급률 목표치만 세우는 데 그쳤던 데 반해 올해는 구체적인 예산이 마련된 만큼 실질적으로 밀 자급률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성훈 농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2025년까지 밀 자급률을 5%가 목표다”며 “이를 위해 매년 생산량의 25%를 정부가 수매해 절대적인 밀 생산량을 늘리고, 소비도 확산시킬 계획이다”고 말했다.

 


● 지성훈 농식품부 식량산업과장

밀 생산 가능단지 거점·기지화
2025년까지 50개소 구축 계획

벼 이모작에서 콩·밭 전환 땐
인센티브 지급, 작부체계 변경
건조·저장시설도 4곳 늘리기로

천안호두과자 국산밀 사용 등
대중적인 라면에도 적용 추진
저가밀, 수입산과 혼합해 소진
유기농밀은 프리미엄 ‘차별화’

지난 9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만난 지성훈 농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밀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2025년 자급률 5%를 목표로 제1차 기본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그동안 밀 자급률이 오르지 않았던 이유는.

“생산, 유통, 소비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밀 재배면적이 확 줄어든 원인 중 하나가 작부체계의 문제다. 밀 수확과 벼 이앙시기가 거의 동시에 이뤄지면서 벼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자 농가에서는 밀 농사를 기피하게 됐다. 또 수확한 밀을 농가나 여러 소규모 유통업체가 각각 분산해서 보관·저장하다보니 가공업체에선 균일한 품질을 갖춘 원곡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가 어려워 국산밀 가공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더군다나 대형 제분업체는 가격, 품질 등을 이유로 국산 밀 사용에 소극적이다. 이 같은 이유로 현재 국산 밀 제품이 다품목·소량 위주로 소비시장이 형성돼 있어 대량 소비가 힘든 구조다.”

-매년 정부가 밀 생산량의 25%를 비축한다고 밝혔다. 밀 자급률 목표를 현실적으로 달성하겠다는 의지로 봐도 되나.

“그렇다. 원래 정부가 세운 밀 자급률 목표는 2022년도까지 9.9%다. 하지만 생산기반이 열악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이를 달성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정책적 의지를 갖고 1단계부터 달성 해보자는 게 2025년도까지 자급률 5%다. 어느 정도 밀 생산량이 확보돼야 대량 소비도 가능하기 때문에 먼저 밀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매년 생산량의 25%를 비축하려고 한다. 다만, 당장 내년부터 자급률 5% 수준인 12만톤을 생산할 순 없기 때문에 연도별로 생산량을 높이면서 단계적으로 비축을 늘려갈 계획이다.”

-어떻게 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인가.

“밀 생산단지가 일종의 전진기지라고 보면 된다. 밀 산업이 위축되면서 생산기반이 많이 무너졌다. 아직 밀 생산이 가능한 생산단지를 거점 기지화해서 이곳에서부터 전국적으로 밀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전국에 약 50개소 밀 생산단지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시에 작부체계를 바꿔가는 노력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밀 농가가 벼와 이모작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벼와 이모작을 할 경우 밀을 조기 수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밀 이모작으로 벼가 아닌 콩, 밭 등으로 작목을 전환하는 농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작부체계를 바꿔나갈 계획이다. 또 밀 수확 후 벼를 이앙을 할 때, 중만생종이 아닌 조생종을 사용하는 데 조생종 중에서도 어떤 품종을 해야 하는 지 연구가 없다. 이 연구를 기본계획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가공 시설 지원은 어느 지역에 어떤 규모로 할 예정인가.

“현장 의견을 들어보니 현재 생산량을 감당할 수 있는 시설규모는 된다. 하지만 2025년 목표인 12만톤 생산을 위해서는 조금 부족한 상황이다. 신규로 건조·저장시설이 필요하다면 4개소 정도 생각하고 있으며, 어느 지역에 어느 사양으로 구축할 건지는 아직 구상 중이다. 만약 신축보다 기존 시설의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하면 사업 방향을 그 쪽으로 바꿀 생각이다.”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해선 어떤 방법이 있나.

“아직 이 부분은 정해지지 않았다. 여전히 고민 중인데, 예를 들면 지역단위 건조저장 시설 중에서 유통을 집약해서 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는 방법이 있고, 또는 정부가 비축을 하고 있다가 수요처에서 원하는 만큼 가져갈 수 있도록 입찰이 됐든 직배가 됐든 원하는 방법으로 공급하는 방법도 생각 중이다. 그렇다면 수요처에서도 직접 보관하는 비용을 절감하고 더 쉽게 우리밀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밀 소비 확대를 위한 방안은.

“일본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일본은 밀 자급률이 12% 정도로 우리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일본이 모든 밀 가공제품에서 자급률이 높은 건 아니고 정해진 몇 품목이 있다. 대표적으로 우동면이다. 우동면에 사용되는 밀은 자국산이 60~70% 정도 차지한다. 우리도 이런 대표 품목이 있으면 자급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거라도 본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천안호두과자에 국산밀이 사용되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 정도 국내 생산 기반이 확충되면 대중적인 품목인 라면 등에서도 국산밀을 사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국산밀과 수입밀을 섞어서 밀 소비량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선 업계 이견이 있다.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데 어떻게 보는가.

“이 문제는 차별화해서 갈 생각이다. 국산밀 전부다 수입산과 혼합하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은 가격, 품질 등의 이유로 100% 국산밀 만으로는 제품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으니 저가밀은 수입산과 혼합해서 소진하고, 유기농밀 등 우수한 국산밀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밀 자급률 1% 마저도 무너져버렸다. 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지금까지 해온 것만으론 어렵다고 본다. 수입밀과 국산밀을 섞게 되면 가격차가 줄어들 거고, 품질만 어느 정도 확보된다면 소비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밀 농가로부터 안심하고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해달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듣는다. 저도 반성하는 게 기존에 밀 대책이 한 번도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예산으로 연결되지 못하다보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러나 이제 법적인 토대가 마련됐고, 우리도 예산으로 계속 반영할 것이다. 금년은 밀산업 육성에 기틀을 잡았다면, 내년부턴 실제로 현장에서 실행될 것이다. 전과는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올 11월에 발표될 밀 산업 5개년 계획도 기대해 달라. 밀 업계에서 믿고 따를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밀 1만톤 비축에 110억·보급종 구입 지원 8억 


●내년도 밀 산업 정책 방향은

내년도 농림축산식품부 밀 산업 육성 관련 예산(안)은 179억으로 올해 대비 426% 늘었다. 부처안 182억원 대부분이 정부안에 반영된 것이다. 예산안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비축지원 사업에 110억이 책정됐고, 종자 수매·공급, 건조·저장시설과 시설·장비 지원, 계약재배 융자지원 등 밀 생산·가공·유통 전반에 걸친 사업 예산이 신규 배정됐다.


◆안정적인 밀 생산

농식품부는 밀 수급 안정과 식량안보 확보 등을 위해 내년도 비축 물량을 1만톤, 110억으로 늘렸다. 이어 내년부터 국내 밀 생산량의 25% 수준으로 비축물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밀 자급률 5%, 12만톤 생산을 목표로 했을 때, 이중 25%인 3만톤 비축을 목표로 생산량 증가에 따라 단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밀 생산을 조직화·규모화하기 위해 생산단지를 확대 조성할 방침이다. 국내 밀 생산기반 확충과 균일한 품질의 밀 생산을 위한 전문 생산단지를 확대 조성할 계획으로 올해 4억원으로 예산으로 27개소를 지정한데 이어 내년에는 7억원의 예산으로 생산단지를 32개소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어 내년도 생산단지 컨설팅 지원 사업 단가는 단지별로 기존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신규로 반영된 예산으로는 밀 종자 지원 사업이다. 고품질 밀 생산 촉진과 지속가능한 산업 기반 구축을 위해 보급종 구입비를 할인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내년도 밀 보급종 약 1330톤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할 계획이며 예산은 총 8억원이 반영됐다.

계약재배 융자 지원도 4000톤 규모로 38억원이 신규 반영됐다. 국산밀의 소비 연계를 위해 실수요업체가 생산 농가와 계약재배에 소요되는 자금을 융자로 지원할 예정이다.


◆고품질의 밀 유통·가공

균일한 품질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시설 지원을 추진한다. 밀 전용 수집·건조·저장 시설 구축을 위한 신축·개보수 지원이 2개소, 7억원이 배정됐다. 또 건조·저장시설 내 공동 작업에 필요한 농작업 시설·장비에 2개소, 9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밀 가공 적합성을 높이기 위한 계획도 추진된다. 우선 현재 국내 재배 적합 우수 밀 품종의 조기 실증·보급을 위한 적응성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에 내년부터는 2년차 제빵 적성·유전자특성조사 연구결과를 토대로 우수 밀 품종을 선발해 3년차 시험, 농가 실증재배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올 2월 ‘밀산업육성법’ 시행을 계기로 국내 밀 산업의 문제점을 원점에서 재검토, 현재 ‘제1차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2021~2025년)’을 수립 중에 있다. 1차 기본계획에는 △생산기반 확충과 품질 고급화 △국산 밀 유통 규모화·차별화 △국산 밀 비축제도 체계화 △대량·안정적 소비시장 확대 △현장문제 해결형 R&D 전환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며, 올해 11월 발표할 계획이다.<끝>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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