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도 없고, 피드백도 없고…휘발성 이슈 집중 ‘고질’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1대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정감사가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은 국회에서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구조적·운영상 문제점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지난해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 모습.

국정감사가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외부 비판에 대해 국회 ‘내부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는 물론 다른 상임위원회 국정감사를 준비한 경험이 있는 보좌진들의 문제의식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정감사가 행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는 보도 자료를 통한 언론보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라는 솔직한 얘기에서부터, “국회는 4년마다 정치 지형이 재편되지만 행정부는 그렇지 않다. 힘의 균형추가 행정부로 쏠리고 있기 때문에 국정감사의 구조적·운영상 개선 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정감사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국회의원 보좌진 5명의 생각을 들어봤다. 보좌진들은 모두 다른 의원실 소속으로, 국회 경력은 평균 10년 이상이다.
 

 ☑ 문제점은 

▷ 피감기관 너무 많아
20일 남짓 평균 40여 곳 진행
제대로 된 감사기능 수행 한계

국회 보좌진들이 말하는 국정감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물리적 제약이 크다는 점이다. 국정감사가 본연의 기능과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 근본적인 원인이자 출발점이라는 인식이 많다. 주어진 시간에 비해 피감기관이 많기 때문에 기관별로 하루, 이틀에 끝나는 감사 자체가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매년 제기되는 ‘수박겉핥기 국감’, ‘부실 국감’, ‘전문성 부족’이라는 비판 지점과 연결되는 문제다. 17개 국회 상임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외)가 평균 40개 내외씩의 피감기관 감사를 20일 남짓 동안 일제히 치르다보니 정부가 제출하는 자료에 의존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고, 이는 정부 자료를 분석하는 보도 자료를 만들거나 이슈 중심의 접근으로 흐르기 쉽다는 분석이다.

A보좌관은 “의원실의 정책 파트를 맡는 3~4명의 보좌진들이 수십 개의 피감기관들을 나눠 맡고 있다”며 “감사 자료가 워낙 방대하다보니 보좌진의 개별 역량에 따라 이해도나 접근방식이 차이가 크다. 게다가 피감기관의 직원이나 업무 등과 비교한다면 물리적으로 ‘1대100’, ‘1대1000’ 이상의 싸움일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B보좌관은 “국정감사가 본연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겉도는 이유는 국회의 문제가 가장 크다. 심도 깊은 자료 분석과 현장 점검을 통해 밀도 높은 질의를 하지 못하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정부가 제출하는 자료에 근거해 국감을 준비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다보니 정부가 제출한 통계치를 분석한 보도자료 만들기 등에 힘을 쏟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C비서관은 “의원실 입장에서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이슈 발견, 자료 요구, 문제점 분석, 개선책 등 질의 마련까지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이 소요되는 작업이지만 국정감사 당일에는 7~10분 정도 질의시간이 한정돼 있어 내실 있는 지적과 개선책 논의가 어렵다”고 전했다.

D보좌관도 “개별 의원의 질의시간이 1,2,3차 질의를 모두 합해 총 15분 내외에 불과하다. 문제를 추궁하고 개선점과 시정조치를 요구하기까지 시간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감사라는 것이 피감기관 장관에게만 몇 마디 묻고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감 본연의 역할이 안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인지도 높이기·이슈몰이 급급
언론 이목 끌어야 ‘최대 성과’
전문성 제고는 먼 얘기

보좌진들이 꼽은 또 다른 문제는 언론의 지나친 보도경쟁 탓에 휘발성이 강한 이슈들만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운영을 질타하는 ‘일하는 국회’ 모습을 대외에 보여주고 개별 의원들의 인지도를 높이는 등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식으로 운영해 온 측면이 크기 때문으로 지목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국감의 성과나 목표에 대한 평가 체계가 부재하고 있다는 본질적인 문제점과 맞닿아있다는 지적이다.

C비서관은 “국감 시 공중파 방송 및 주요 언론사에서의 보도 여부가 국감의 최대 성과 및 목표화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자극적이고 국감 당시 시점의 휘발성, 일시적 이슈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E비서관은 “언론 보도 위주로 국감을 준비할 때 그것이 피감기관이나 해당 분야에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하지만 언론에 주목을 끌고 보도가 많이 나오면 국감 준비를 잘 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전문성이 높거나 사안의 근본적인 문제를 짚기보다는 언론의 노출 정도에 따라 성과 평가가 이뤄지는데, 이것은 근본적으로 국감의 평가 체계가 부족하다는 문제와 연관돼 있다”고 봤다.

▷ 사후조치 피드백 없어
사후 점검·평가 체계 부재
‘당일만 넘기자’ 인식도 많아

사후 점검 및 평가 체계가 부재하다는 점은 지금과 같은 ‘용두사미’ 국정감사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국감 평가체계에 관한 구속력 있는 법 규정이 미흡해 사후 조치에 대한 피드백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사후 점검 또는 개선에 무게를 실은 문제 제기가 더욱 희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C비서관은 “국감에 매년 반복되는 이슈가 계속 지적되는 이유도 국감 당일만 넘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사후 점검 및 개선에 무게가 실려져 있지 않은 측면도 크다”며 “국감 결과보고서 등이 국감이 끝난 뒤 다음해 제출되다보니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져 소위 ‘용두사미’ 국감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개선 방향은 
피감기관 축소·조정 내실화평가체계·모니터링 강화를 

▲“법 취지대로 하면 됩니다. 안 해서 문제지요”=국정감사는 헌법 제61조, 국회법 제127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국감국조법)’에 근거해 실시되고 있다. 국감 시점도 국감국조법에 나와 있지만, 당초 취지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법은 “매년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국정감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법이 개정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8번의 국정감사는 모두 9월 정기국회 이후 열렸다. 단서(예외) 조항에서 “본회의 의결로 정기회 기간 중에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정기국회에서 국정감사를 해 오던 관행이 이어지면서 법의 개정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 

지난 7월 14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176명 전원이 국감국조법 개정안을 내놓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과 법률안 등 중요 안건에 대한 심사기한을 확보하기 위해 국정감사를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실시하도록 한 법 개정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있다”며, 개정안에서 단서 조항을 삭제했다.

B보좌관은 “국정감사 실시 시점부터 법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감이라는 것이 행정부와 국회의 일정 조율이 만만치 않고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보니 ‘운영의 묘’를 살리는 큰 틀에서 조율돼야 하는데, 그런 기능은 사라지고 관행적인 부분만 남고 있다”면서 “법 취지대로 국감을 정기국회 이전에 실시해 행정부의 감사를 극대화할 수 있게끔 감사 기간이나 대상 등을 분리해 진행하는 등 국감을 내실화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감기관 축소·분담 등 감사 기능을 강화해야 합니다”=국정감사가 본연의 기능에 맞게 행정부의 감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한꺼번에 집중되는 감사 대상과 기간을 적정 수준으로 조율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에 대해서도 보좌진들은 큰 이견이 없었다. 대체로 피감 대상 기관을 줄이는 방식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이런 맥락에서 ‘분리 분감’, ‘상시 국감’과 같은 얘기도 언급됐다.

A보좌관은 “예를 들어 농해수위의 경우 피감기관을 ‘2부3청’(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 산림청, 해양경찰청)으로만 확 줄여야 한다. 나머지 기관은 격년에 1회 감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간다면, 지금보다 집중력 있는 국감, 내실화를 꾀할 수 있는 국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분리 국감이나 상시 국감 같은 얘기도 같은 맥락에서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D보좌관도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이 지적할 수 있는 시간과 주제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같은 당 소속 의원 간의 사전 역할 분담 등 감사 기능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농식품부를 예로 들면 한 의원이 하나의 ‘국’을 맡아 감사를 분장한다면 주제도 겹치지 않고 부처 업무 전반에 대한 국감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평가 환류체계에 대한 입법화가 절실해요”=‘성과는 없고 말잔치만 요란한 국감’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 보좌진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부분은 국정감사 이후의 사후 점검 및 평가를 강제할 수 있는 체계를 입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보좌관은 “국감에서 지적된 시정 조치 사항을 매년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체계를 갖춰 미흡한 부분에 대해 다음연도 예산 삭감 등의 조치가 구속력 있게 따라준다면 행정부나 국회가 국감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질 것”이라며 “국감 평가체계가 부재하다보니 ‘요식 행위’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행정부의 시정 조치도 결과보고서를 만들기 위한 보고서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E비서관은 “농해수위 국감에서 모 기관의 업무추진비가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다음연도 해당 기관의 업무추진비를 10% 삭감하려고 하니 크게 반발해 후속 조치로 연결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면서 “국감에서 나온 지적사항 또는 정부의 국감 결과보고서에서 미흡한 조치에 대한 평가가 실질적인 조치로 반영될 수 있어야 형식적인 국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비서관은 “하지만 국회 자체적으로 평가 기준과 방법 등을 마련한 평가체계를 입법화해야 하는데, 입법화가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봤다.

▲“외부 모니터링도 반드시 필요합니다”=평가 측면에서는 언론과 단체들의 평가 및 모니터링도 한층 강화돼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D보좌관은 “행정부는 입법부가 감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입법부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와 평가는 결국 국민들이 해야 하는 것인데, 그 연결고리는 언론이나 단체들이 해줘야 한다”며 “국감은 여야 입장이 바뀌면 접근방식이 또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언론과 단체에서 제대로 된 감시와 평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E비서관도 “국감 평가는 사실상 당과 단체, 언론에서 평가하는 ‘우수의원’이 전부다. 의원들이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체나 언론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면서 “농업계도 전문 언론들과 단체들이 단일화된 평가와 목소리를 내는 데 집중한다면 국감이 한층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끝>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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