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1대 국회의 첫 번째 국정감사가 10월 7일부터 26일까지 실시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농림축산식품부를 시작으로 국감을 진행한다. 이번 국감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방역수칙에 따른 국정감사 참석인원 조정’, ‘마스크 의무착용 등 개인 방역조치 강화’ 등의 방역조치가 이뤄진다. 김영춘 국회사무총장(가운데 왼쪽)이 5일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을 개최했다. 사진=국회사무처 제공

21대 국회의 첫 번째 국정감사가 10월 7일부터 시작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를 시작으로 26일까지 소관 부처·기관들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이번 국감은 21대 국회의 첫 국감, 코로나19 사태에서 치러지는 국감이라는 점 외에도 문재인 정부 집권 4번째 국감으로 농정 개혁 추진 상황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감을 앞두고 농민 단체들이 발표한 정책 요구사항을 중심으로 현안 이슈를 정리했다.
 

국가예산 중 농업예산 비중 축소
내년 예산안에서 3%대도 무너져
‘농업홀대’ 비판 목소리 고조

농작물재해보험 제구실 못해
실질적 피해보상 체계 전환
법적 보상근거 마련 여론

공익직불제 헌법 배치 논란
농어촌상생기금 부진도 도마


◇농업예산

20대 국회에서 4년 연속 국감에 등장한 사안이 농업예산 확대 문제다. 농업 예산은 지금까지 소폭이나마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국가 전체 예산 평균 증가율에 비해 농업 예산 증가율이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농업 홀대 여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농업·농촌에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대가 필수적인데,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 기조 속에 국가 전체 예산 중 농업 예산의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어 이제는 3%대를 지켜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국가 전체 예산 대비 농업 예산 비중은 2003년 7%에서 2016년 5%까지 해마다 비중이 조금씩 줄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2020년 예산 기준 농업 예산 비중이 3.1%로 쪼그라들었다. 농민 단체들은 농업 예산 비중을 국가 예산의 최소 4% 이상 확보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가 국감을 앞두고 9월 25일 10대 정책 요구사항을 발표했는데, 가장 첫 번째 요구가 농업 예산을 국가 전체 예산의 최소 4%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농연은 “정부의 농업 예산 홀대는 갈수록 심각해지며 국정 운영 방향에 농업이 안중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체 예산에서 농업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3.6%, 2018년 3.4%, 2019년 3.1%, 2020년 3.1%로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으며, 내년도 예산안에선 3%대 비중이 무너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017년 예산이 박근혜 정부 때 편성한 예산임을 감안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에서 농업 예산 비중이 2%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는 농업인들에게 좌절과 위기의식을 안기고 있다.

한농연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1년 정부 예산안은 올해보다 8.5% 늘어난 555조8000억원인 반면 농식품부 본부 예산은 16조1324억원(2.3%↑)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자연재해 증가 등 각종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농식품 분야·농식품부 소관 예산의 비중을 국가 전체 예산의 최소 4%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도 9월 29일 발표한 ‘2020년 국감에서 꼭 다뤄져야 할 농정현안’에서 “농업 예산 비중을 국가 예산의 5%대로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재정 여건에 따라 편성 지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편성해 농업의 지속성을 높여내고 공공성을 확대할 수 있도록 중요사안은 의무 편성, 지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작물재해보험

농업 분야의 안전망 역할을 하는 농작물재해보험의 전면 개선 여론도 어느 때보다 높다.

한농연은 “자연재해 발생 빈도 및 강도 증가에 따른 농가 경영 불안 해소를 위해 농작물재해보험 실효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전체 농가의 손실을 보전해 줄 수 있도록 대상 품목 확대, 가입 기준 완화 등 가입률 확대 방향이 필요하고, 보상 수준, 보험료 할증 등 농업 현장의 주요 지적사항 개선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농연은 △과수 5개 품목(사과·배·감귤·떫은감·단감)은 피해를 입는 주요 자연재해(태풍, 강풍)가 특약사항으로 지정돼 있어 제도 도입 취지와 맞지 않다는 점 △사과·배·단감·떫은감 4개 품목의 경우 열매솎기 전 발생한 피해에 대해 보상 수준을 80%에서 50%로 하향 조정한 점 △피해율 산정 시 자연재해 외에 농가 부주의로 인한 수확량 감소 요인을 반영하고 있는데, 인과관계 등 관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보험요율을 시군별로 적용하다보니 동일 품목이라도 자연재해가 많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보험료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 △농작물 피해가 없는 경우 농가 혜택이 부재하다는 점 △손해평가 기준이 사람마다 달라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점 △보험 가입 농가는 자연재난 피해 발생 시 복구비 중 대파대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을 주요 지적 사항으로 언급했다.

전농은 현재 농업재해대책이 시설 보수와 생계 구호 수준의 지원에 그치고 있다며 국가의 역할과 공공성을 강화한 제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농은 “농업재해대책법을 목적에 맞게 구호 중심에서 실질적 피해보상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농작물 피해에 대한 보상을 법으로 규정하고, 실질 피해에 대한 보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농업재해대책은 WTO에서도 허용하는 정책(green box)에 해당된다. 미국이나 일본은 농가소득의 불안정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농업재해보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국감에서는 농작물재해보험과 관련해 7일 농림축산식품부 국감장에 김제일 봉화군 군의원, 송종만 한농연청송군연합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농업인안전보험

현행 임의가입의 민간 보험 방식인 농업인안전보험을 사회보험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제도 개선 논의를 위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농어업재해보험 지원 확대’와 ‘농어업산재보험 시행’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들어있는 사안이다. 앞선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산재보험 수준의 농어업인 안전재해보장제도 도입’이 들어있었다. 해당 사안은 농해수위뿐만 아니라 환경노동위원회와도 관련이 있다.

한농연은 “최근 경북에서 발생한 농업인 경운기 전복사고 사망에 따른 사망보험금 미지급 사건은 농업인안전보험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사고 이후 40여일 뒤 사망한 농업인은 사고 당시에는 농업인안전보험에 가입돼 있었으나 사망한 날에는 보험기간이 만료돼 사망보험금을 못 받게 됐다. 1년의 임의가입 기간에 사고와 사망 건이 함께 발생해야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보험사업자의 논리가 정책보험사업에 부합한 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농연은 “농업은 전 산업을 통틀어 산재율이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가입기준에 따라 전체 농업인의 95%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무가입을 전제로 한 사회보험 방식의 안전재해보장보험 도입·실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다른 현안들은

▲공익직불제=올해 도입 시행되는 공익직불제의 농가 신청이 상반기에 마무리돼 직불금 지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대상 농가 중 2017~2019년 최근 3년간 직불금 미지급 농가들이 제외되면서 ‘선별 지급’ 논란으로 확대, 해당 규정이 헌법에 배치될 소지가 있다는 윤재갑 더불어민주당(전남 해남·완도·진도) 의원의 문제 제기로 이어지며 농가 구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 더욱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공익직불제 예산을 현행 2조4000억원으로 동결한다는 정부 방침과 함께 공익직불에 포함되지 않은 수산 분야와 임업 분야의 도입 여론과 관련한 질의 등이 예상.

▲물 관리 일원화=환경노동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인 환경부 중심의 물 관리 일원화 부분도 농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사안. 국회에서 물 관리 일원화 입법이 의원 발의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농업 분야는 농업용수 문제가 얽혀 있어 쟁점화 전망. 이와 관련 한농연은 6일 성명서를 내고 국회에서 앞서 발의된 농업용 저수지 관리를 환경부에 맡기는 내용의 개정법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 농민단체들이 모인 ‘코로나19 대응 농민공동행동’도 이날 농해수위와 공동 명의의 입장문을 내면서, 요구사항 중 하나로 “환경부 물관리 일원화 방침에 농업용수는 제외하라. 농업용수는 농업전문 기관에서 관리 운용해야 한다”고 촉구. 이와 함께 최근 여름철 집중호우와 물 관리 당국의 조치로 인해 섬진강 등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 여전히 피해보상 문제 등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물 관리 당국의 책임을 추궁하는 질의가 예상. 

▲농어촌상생협력기금=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을 외면하고 있는 국내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이 또다시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어서 관심. 기금은 한·중FTA 비준 당시 국내 피해산업인 농어업 분야 지원을 위해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을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것으로, 당시 FTA로 혜택을 누리는 기업들도 도입에 찬성 의사를 피력. 하지만 민간 기업 참여가 저조하고 공기업 위주의 출연이 많아 기금 조성실적이 부진한 상황.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 9월 현재까지 3년이 지난 기간 동안 조성 현황은 1000억원 남짓.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국감에서 대기업들이 참여하지 않는 이유 등에 대한 질의가 예상.

▲포스트코로나 대응=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식량안보와 기후변화 대응 등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며 식량자급률 제고, 기후변화 대응 체제 전환 등의 요구도 다뤄질 것으로 관측. 김영진 더불어민주당(경기 수원병) 의원이 밝힌 ‘최근 5년간 식량자급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식량자급률은 2015년 50.2%, 2016년 50.8%, 2017년 48.9%, 2018년 46.7%, 2019년 45.8%로 갈수록 하락하는 추세. 2022년 목표치인 55.4%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으로 식량자급률 제고 방안에 대한 질의가 예상. 또한 포스트코로나 시대,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농촌 분야 중·장기적 대책 수립 요구, 한국판뉴딜 종합계획에 농업 분야 과제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등도 제기될 전망.

#한농연 요구사항
△역차별 받는 농업예산 국가 전체 예산의 최소 4% 이상 확보 △빈번해지는 자연재해 대비 농작물재해보험 제도 전면 개선 △농업인 노동 안전을 위한 사회보험 방식의 안전재해보장보험 도입 △농업용수의 안정적·효율적 활용을 위한 독자적 물관리 체계 구축 △농촌 지역 난개발 방지를 위한 농촌공간계획 수립·시행 △생산자·취약계층을 고려한 국가 푸드플랜계획 수립·시행 △공익자원 훼손하는 농지·산지 태양광 사업의 전면 재검토 △포스트코로나, 기후변화 대비 농업분야 대응방안 정립·마련 △과수산업 유지·보호를 위한 과수화상병 방역대책 개선 △농업의 공익적 가치 제고, 농가소득 보전을 위한 직접지불제(직불제) 정비·강화 및 예산 증대


#전농 요구사항
△식량자급, 농민 기본권리 강화를 위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전면 개정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국가의 역할 강화 △식량주권 실현할 농업 예산 편성 △수입농산물 대응 △농산물 수급관리 △자립형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농지 보전을 위한 농지법 개정 △생산자 조직화가 빠진 획일화된 먹거리 기본계획(푸드플랜) △농산물 유통혁신 △식량자급률 확보 △한국판 뉴딜 속 농업정책 전면 재검토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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