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업계 분통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10월 중순 가을배추 나오며
2만원 넘던 10kg 상품 도매가
7000~8000원대까지 떨어져

산지·도매시장 등 예상 무시한
국감장·언론 ‘가격 폭등’ 도배
소비 발목 잡아 약세 걱정할 판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국정감사장이나 언론 등에서 연일 이슈를 타며 ‘김장철 수급 대란이 일어날 것 같았던 배춧값 동향’이 잠잠해졌다. 배추 산지와 유통업계에선 그동안의 행태가 배춧값과 함께 ‘김장철 소비력까지 떨어트렸다’고 지적하며 자칫 김장철 배춧값 약세를 걱정할 수 있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농정당국과 산지, 도매시장에서 줄곧 제시한 것처럼 배추 가격은 10월 중순으로 가며 가을배추가 나오면서 떨어지고 있다. 추석 연휴 직후인 5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10kg 상품에 2만1809원이었던 배추 가격은 10일 1만813원까지 내려갔고, 10월 셋째 주 들어 13일 8152원, 14일 7746원, 15일 8461원, 16일 7613원 등 7000원에서 8000원대까지 떨어졌다. 1만2900원이었던 지난해 10월보다 한참 못 미치고 6700원이었던 평년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은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엽근채소팀장은 “날씨가 호전되면서 작황이 좋아졌고 가을배추도 출하가 시작돼 배추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현재 시세인 8000원 내외를 유지하던지 작황이 더 좋아지면 평년 수준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며 “11월 김장철로 가면 배추 수급은 무리 없이 전개될 것 같다”고 밝혔다. 

최근 배춧값이 안정화되고 있지만 16일 기준 불과 일주일 전인 10월 둘째 주만 해도 연일 ‘김장철 배춧값 폭등’ 우려가 이슈를 탔다. 국정감사장에서도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수급 대응이 늦었다’거나 ‘배추 수급조절보단 소비촉진 홍보에 주력한다’는 등의 산지 분석과 다른 지적이 나왔고, 언론에선 연일 ‘김장철 배춧값 폭등’으로 도배됐다. 

하지만 산지 상황과 배추 유통 흐름을 직시한 배추 산지와 도매시장에선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계속해서 ‘김장철 배춧 수급은 문제없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농식품부와 농업관측본부 등 농업 관련 기관에서도 이 같은 점을 알렸지만, 김장철과는 큰 상관이 없는 고랭지배추가 여름철 긴 장마와 태풍 등으로 가격이 뛰자 이를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김장철까지 연계시킨 것이다. 

배추업계에선 한 달 가까이 지속됐던 김장철 배춧값 이슈가 김장 소비까지 하락시켰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칫 코로나19 정국과 맞물려 김장철 배춧값 약세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 이 속엔 김장철 소비 활성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산지에선 10월 10일 이후면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런 내용은 다 무시됐다. 김장철과 상관없는 고랭지배추 가격을 김장과 연계해 김장철 소비력만 떨어트리게 만들었다”며 “더욱이 올해 김장철엔 코로나19로 김장 축제나 김장하기 위한 가족 모임 등이 대거 축소될 수 있어 자칫 김장철 배춧값 약세를 걱정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올해 김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이제부터라도 배추 가격보다는 배추 소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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