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오리 농가에서 질병에 대한 방역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오리 농가들이 올 겨울철 사육제한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7년 도입 이후 매년 시행
올해도 다음달부터 적용 계획

육용오리 마리당 815원
폐기 종란 개당 469원으로
지난해보다 보상 단가 축소
오리협회 현실화 요구 외면
근본적 방역대책 마련 목소리


오리 농가 축사시설현대화 등 AI 발생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지원 대책 없이 정부가 해마다 ‘오리 사육 휴지기제’를 시행하려 하자 농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AI 예방을 위한 근본대책과 현실적인 지원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올해는 휴지기제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오리 농가들의 목소리다.

오리 사육 휴지기제는 정부가 AI 발생 예방을 위해 과거 AI 발생 경험이 있거나 이 농가와 인접한 농가, 철새 도래지 주변 농가 등을 대상으로 겨울철 4~5개월 동안 오리 사육을 제한하고, 대신 사육 제한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주는 제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2017년 겨울, 오리 사육 휴지기제를 첫 도입한 이후 이를 매년 시행하고 있다. 올해도 다음 달부터 내년 2월까지 4개월 동안 AI 발생 위험이 높은 오리 사육 농가를 중심으로 휴지기제를 실시할 방침이다.

오리 사육 농가들이 올해 휴지기제 시행에 반발하는 이유는 2018년 이후 국내 AI 발생이 단 한 건도 없었는데도 농식품부가 동절기마다 휴지기제를 정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휴지기제 시행으로 인한 농가 피해 보상금 지급 규모마저 축소해 오리 농가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 오리 사육 휴지기제 참여 농가 보상금으로 육용오리는 1마리당 815원, 종란 폐기에 대한 보상은 개당 469원(폐기 종란의 50% 물량 이내)을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58원, 131원 하락한 금액이다. 생산자단체인 한국오리협회가 나서서 농식품부에 보상 단가에 대한 전년 수준 조정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리협회 관계자는 “농식품부는 기획재정부와 예산 협의를 거쳤으나 2개년 평균 금액으로 보상단가를 정하도록 하는 계산식이 있어 보상 단가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라며 “농식품부의 현실성 없는 행정이 전국 오리 농가와 계열업체들이 올해 겨울철 사육제한에 동참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종란에 대한 보상의 경우 부화율을 감안하면 폐기 종란의 50% 물량 이내로 보상금 지급 한도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135% 물량 보상이 합당하다는 게 오리협회의 주장이다.

오리 농가들은 따라서 보상단가 현실화와 오리 사육 휴지기제를 대체할 근본적인 농가 방역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오리협회가 지난해 오리 사육시설 개편방안 연구용역을 추진한 결과, 전국 911개 오리 농가 가운데 76.3%인 695개 농장이 AI 발생 위험이 높은 비닐하우스형 가설건축물로 파악됐지만, 강화한 방역조치로 소득이 급감한데다 축사시설현대화사업 보조마저 사라져 농가 스스로 시설을 개선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오리 농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올해는 휴지기제를 거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오리협회 관계자는 “매년 개선하지 않는 방역정책에 오리 농가들이 희생할 수는 없는 상황으로, 2018년 3월 이후 국내 가금농가 및 철새에서 AI 발생이 단 한건도 없었는데도 마치 당연하듯이 정례화하고 있는 사육제한에 이제는 동참할 수 없다”며 “비교적 열악한 오리 농가들의 사육시설이 휴지기제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면 보상단가 현실화와 함께 지금부터라도 농가들이 사육시설과 방역시설을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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