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서 농지제도개선 소분과 현장간담회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이하 농특위)는 16일 경남 거창군 농업인회관에서 농지제도개선 소분과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

경기 안성·여주·화성 4개리와
경남 거창 2개리 대상 선정
4개 파트·24개 항목 만들고
총 1만1668개 필지 조사 나서

1차 조사 마무리 거창 5개 마을
필지 정보·현장 다른 경우 다수
학동마을 600 중 150 필지 없고 
소유주 사망 등 방치도 많아 

11월까지 분석작업 끝낼 예정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억제와 안정적인 농지이용 체계 구축을 위한 농지법 개정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이하 농특위, 위원장 정현찬)가 6개 법정리를 대상으로 한 농지전수조사를 근거로 ‘농지소유 및 이용제도 정비방안’ 연구를 추진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농특위는 지난 16일 농지전수조사 대상지역 중 하나인 경남 거창군을 방문, 농지제도개선 소분과 현장간담회를 개최하고 정책연구용역 추진 경과를 점검했다. 이 자리에는 거창군 농업회의소와 함께 농지실태조사에 참여한 5개 마을 이장과 주민도 함께 참석, 조사과정의 경험을 공유하고 농지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정책연구용역 추진경과=농특위는 지난 7월 경남연구원과 ‘농지 소유 및 이용제도 정비방안’을 주제로 정책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농업의 근간인 농지제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농지의 소유 및 이용실태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특정지역을 선정,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 도시근교인 경기 안성·여주·화성의 4개리와 농촌지역인 경남 거창 2개리 등 총 6개 법정리를 대상지역으로 선정했다.

토지대장, 농지원부, 농지은행 임대차자료, 농지취득자격증명, 농업경영체 등록정보 등의 행정자료를 바탕으로 4개 파트(공통, 소유, 이용, 정책) 24개 항목으로 구성된 조사표를 만들었고, 마을이장과 조사원 교육을 거쳐 9월 중순부터 본조사에 착수했다. 지역별 조사대상 필지 수는 총 1만1668개(경기 8458개, 경남이 3210개)에 달한다.

경남지역의 경우 지난 9월 17일부터 10월 8일까지 거창군 거창읍 학리(학동·의동·구례마을)와 신원면 대현리(내외탐·대현마을) 등 5개 마을에 대한 1차 조사가 마무리된 상태다. 경기지역은 코로나19와 농번기 등이 겹쳐 1차 조사 완료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예정으로 경기 안성은 조사가 완료됐고, 여주와 화성은 10월 말, 늦어도 11월 초까지 본조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거창지역 농지실태 들여다보니=농지실태조사에 참여했던 거창읍과 신원면내 5개 마을 이장들은 행정기관이 제공한 필지 정보와 실제 현장 상황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너무 많고, 마을 곳곳에 오랫동안 방치된 휴경농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대현마을 김춘기 이장은 “지목상 전답으로 되어 있어 현장에 가보면 임야가 되어버린 휴경지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면서 “농로 등 기반시설이 없어 농지로 이용할 수 없는 곳도 있었고, 농지 소유주가 사망했는데 상속이 안됐거나 문중으로 넘어가 방치된 곳도 많았다”고 전했다. 

김 이장은 “우리 동네는 완전 시골이다 보니까 부재지주의 경우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샀다기 보다는 상속받은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개인 사유재산이기는 하지만 경자유전 원칙의 회복을 위해서는 상속농지에 대한 제도를 정비,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는 농사짓는 농민에게 매각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내외탐마을 장역식 이장은 “토지대장과 농지원부, 농업경영체 등록정보가 대부분 맞지 않아서 조사에 애를 먹었다”면서 “개인 필지 내에 국가기관이 소유한 필지가 있는 경우도 있어 필지 정리와 함께 농지관리 일원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청년들의 경우 농지 임차가 쉽지 않은데, 올해 공익직불금 시행으로 소농직불금이 신설되면서 농지 임차가 더 어려워졌다”고 전하고, “정책 입안자들이 책상 위에서 정책을 만들 것이 아니라 현장에 와서 대안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동마을 김순진 이장도 “구석구석 묵은 농지가 이렇게 많은 것은 농민들이 농사를 지어봤자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예전에는 산비탈이라도 일궈서 농사를 지었는데 지금은 농지가 풀밭으로 변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농촌도, 농사도 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동마을 강동수 이장은 “학동마을에 600필지가 있다고 했는데 막상 조사를 해보니 150필지가 없는 필지였다”면서 “I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의 농지 관리가 이래서야 되겠냐”고 꼬집었다. 그는 “마을에 빈 집과 빈 논이 많아질수록 그 마을의 희망은 사라지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10년 후, 20년 후 농촌이 지속가능하려면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일정과 계획=연구책임을 맡은 경남연구원 이문호 박사는 “현재 경기지역은 조사가 진행 중이고, 경남지역 1차 조사결과도 데이터 정제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구체적인 조사결과를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면서 “필요시 2차 보완조사를 실시하고 필지별 등기부등본 자료로 실소유자 확인 작업도 진행, 11월 말까지 분석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현찬 위원장은 “기후위기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전 세계가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식량안보는 농지문제를 제쳐 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농사짓는 농민이 농지를 소유하고 이용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 이번 조사연구가 한국농업의 틀을 바꾸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앞으로 농특위는 조사결과가 마무리되는 11월 중간보고회, 12월 결과보고회를 개최하고, 농지제도 개선을 위한 의견 수렴 및 공론화를 위해 내년 1월 공개토론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농업회의소 법제화 뒤 농지관리 맡아야”

신정훈 의원 등 법안 재추진
농식품부도 연내 마무리 약속 

이날 현장간담회에서는 연내에 농업회의소 법제화를 실현, 농지관련 업무를 농업회의소가 맡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거창군 농업회의소 이성호 부회장은 “이번 농지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으로 농지가 점점 농민들 손을 떠나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농지야 말로 농민이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농업회의소 법제화를 서둘러 농업회의소에 농지관리업무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현찬 위원장은 행사 전날(15일)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과의 면담 사실을 공개하며 “이재욱 차관으로부터 현재 농식품부가 준비 중인 농업회의소 관련 행정입법을 오는 12월 말까지 완료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하고, “농특위도 농민단체 등과의 협의를 통해 농업계 합의안을 마련한 만큼 하루빨리 농어업회의소 법제화가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농어업회의소 관련 법안은 21대 국회 들어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첫 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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