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CP 통해 농장 기본기 탄탄…한우 등급평가 1위 달성 ‘원동력’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거창축협 김홍옥 팀장이 HACCP 운영을 통한 한우 개체 관리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거창축협 김홍옥 팀장이 HACCP 운영을 통한 한우 개체 관리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980년대 한우 생축 첫 발2004년 ‘송아지 기지’로 본격화 
올해 3300㎡ 규모 축사 신설, 사육 규모 700마리까지 늘 듯

현재 축산 농가는 HACCP 의무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축산 농가도 농장 위생 및 사육 관리를 위해 HACCP 인증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HACCP 인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 농가 입장에선 여간 까다롭고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HACCP 인증을 획득한 농장은 위생 및 사육관리가 일정 수준 이상 뒷받침 되는 곳으로 볼 수 있다. 생산단계 HACCP을 운영하며 농장 경영에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두 곳을 다녀왔다.

 

거창축협에서 운영하는 생축사업장 내부 모습. 축사 내부가 비교적 깨끗하게 정리돼 있다.

거창축협은 1980년대, 조합 수익사업으로 거창 지역 국유림을 임대해 한우 생축사업에 첫 발을 들였다. 하지만 ‘사업’으로의 틀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한우 사육에 뛰어든 것은 거창읍 학리에 ‘송아지 생산기지’ 사업장을 준공한 2004년부터다. 3300㎡(약 1000평) 규모의 축사를 마련하고, 번식우·비육우를 포함해 200마리 규모의 한우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현재 거창축협 생축사업은 관내 한우 농가에 대한 우량 송아지 분양과 거창축협 한우 브랜드인 ‘애우’ 사업에 우수한 품질의 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거창축협 사료공장에서 개발하는 사료제품에 대한 시험사양 역할도 하고 있다. 거창축협 생축사업장을 관리하는 김홍옥 팀장은 “생축사업은 농가와 조합에 서로 도움이 되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며 “ 때문에 축협 생축사업에 대한 농가 반감도 없다”고 설명했다.

거창축협은 이 같은 생축사업을 점차 확대해 가고 있다. 2010년에는 2차 사업에 돌입해 4620㎡(약 1400평) 면적의 축사를 추가로 건립하고, 사육 규모를 500마리까지 늘렸다. 올해는 3300㎡(약 1000평) 크기의 축사를 새롭게 마련하는 3차 사업도 추진해 지난달 우량송아지 생산·비육시설 준공을 마무리 했다. 이 생산시설을 합하면 한우 사육 규모는 앞으로 700마리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거창축협에서 사육하는 한우는 거창군이 한우 사육 분야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거창군은 한우 등급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2018년 이후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도 6월 기준, 1++등급 출현율 51.06%, 1+등급 이상 출현율 77.30%를 기록하며 전국 한우 1000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시군 가운데 첫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생산단계 HACCP 여러 요소 중 농장 운영 기록·관리 가장 중요
관리요령 교육 제공도 ‘긍정적’
현장과 괴리 매뉴얼은 개선을

거창축협 생축사업장이 뛰어난 한우 사육 성적을 거두고 있는 원동력은 철저한 농장 및 개체 관리에 있다. 여기에는 생산단계 HACCP 인증이 튼튼한 기초 역할을 하고 있다. 거창축협은 지난해 열렸던 ‘HACCP 코리아 2019’ 행사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한 우수 농장이기도 하다. 김홍옥 팀장은 “HACCP이 운영은 까다로운 반면, 농가 수익에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혜택이 없어 생산단계 HACCP 인증 필요성에 의구심을 갖는 농가가 많은데, 내 생각은 다르다”면서 “HACCP을 통해 농장 기본기가 탄탄해진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거창축협 생축사업장은 지난 2016년 처음으로 HACCP 인증을 획득했다. 애우 브랜드 사업을 활성화하면서 무항생제 인증과 HACCP 인증에 대한 관내 한우 사육 농가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이 때 축협도 100여 농가와 함께 생산단계 HACCP 인증을 획득했다. 김홍옥 팀장은 “거창축협 생축사업장은 2016년 이후 HACCP을 잘 유지·관리해 오고 있다”며 “함께 인증을 받았던 농가의 경우 현재 70여 농가가 HACCP을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홍옥 팀장은 생산단계 HACCP의 중요한 요소로 농장 운영 기록·관리를 꼽았다. 일반 농가도 마찬가지지만 개인 농장이 아닌 생축사업장에선 특히나 기록·관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우 사육과 관련한 데이터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생축사업장 관리자가 변경돼도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고, 여러 사람이 관리하는 특성 상 누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기록을 보면 해야 할 일을 판단할 수 있어서다. HACCP이 주는 최대 장점이란 게 김 팀장의 목소리다.

농장 종사자를 대상으로 농장 관리 요령에 대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도 김홍옥 팀장이 생각하는 HACCP 운영의 긍정적인 요소다. HACCP에는 농장 바닥 청소부터 음수관리까지 농장 관리 요령을 구체적으로 매뉴얼화 해 놓고 있는데, 개별 농장에서 일정한 기준 없이 알아서 하던 일을 보다 체계적으로 습관을 들이게 만들어 준다. 김 팀장은 “생축사업장 현장 인력 3명 모두를 HACCP 관련 교육에 보내고 있다”며 “그 교육을 받고 오면 농장 일에 대해 다른 잔소리가 필요 없어질 정도로 체계적인 농장 관리가 습관화 된다”고 말했다. 보다 위생적이고 깨끗한 환경에서 한우 사육이 가능해 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HACCP 인증 농장에서는 중요관리점(CCP)을 설정하게 된다. 거창축협 생축사업장의 경우 한우에 사용하는 주사침 및 항생제 관리가 중요관리점이다. HACCP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관리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동물용의약품을 선택하는 일에도 더 신중해졌다. 김홍옥 팀장은 “동물용의약품을 판매하는 사람 대부분이 수의사가 아니라서 많은 농장이 휴약기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이나 확인 없이 약품을 구입하는데, 이 경우 휴약기가 5개월인데도 3개월째에 출하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HACCP 도입 후 휴약기를 꼭 확인하고 휴약기 준수 여부를 반드시 기록에 남긴다”고 언급했다. 이어 “HACCP을 운영하다 보니 동물용의약품 뿐만 아니라 소에 먹이는 모든 것에 조심스러워졌다”고 덧붙였다.

김홍옥 팀장은 생산단계 HACCP 인증에서 일부 보완해야할 부분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매뉴얼 내용이 현장과 다소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며 현장 상황을 조금 더 반영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한우 50~100마리 규모 농장의 경우 농장 일을 한 사람이 도맡아서 하는 곳이 많은데, 일에 맞춰 별도 형식을 갖추도록 하는 부분이 있어 농가 입장에선 이행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홍옥 팀장은 그러나 이러한 단점보다는 HACCP 운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이 훨씬 더 많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농가에서는 농장 운영 기록·관리 등에 대한 장점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이런 습관 없이도 소를 잘 키워왔기 때문에 쉽게 고치지 않는다”면서 “HACCP을 도입하면 이런 부분이 자연스럽게 습관화 되고, 농장에 대한 관심 자체가 달라진다”며 한우 농가들에게 HACCP 운영을 추천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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