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진 중앙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유통기간 내 축산물 맛·영양소 비슷하고
육회 등 제외 땐 숙성되면 풍미 깊어져
생산일자 짧다고 더 비싼 값 지불 안돼 


최근 신선하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의 증대로 초신선 축산물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대형 유통업체들까지 너도나도 초신선 축산물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신선한 식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유통업체들은 고객들에게 신뢰를 받고 소비자들도 신선한 식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맞으면서 조금씩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신선한 식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유통업체의 전략이 결코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많은 축산물들은 신선도와 유통형태에 따라 맛과 품질의 장점이 크지 않음에도 단지 소비자들에게 일찍 제공된다는 이유로 그 유통마진까지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것 같다.

돼지고기는 보통 마트에 진열되기까지 대략 1주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 반면 초신선육은 3일 이내에 진열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유통업체는 산란한 날부터 3일 이내에 판매하고 이후 제품은 폐기하는 방식으로 신선한 축산물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고 한다. 그런데 축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유통업체들이 여기에 편승하는 이유를 묻고 싶다. 정말 신선한 축산물이 좋은 축산물인가? 산란한 날에서 3일이 경과한 계란과 15일이 경과한 계란, 착유하고 멸균한지 3일이 지난 우유와 1주일이 지난 우유의 품질 차이는 무엇인가? 도축한지 3일 이내의 돼지고기와 15일이 지난 돼지고기의 품질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가? 유통업체들의 논리라면 장시간 발효시킨 김치, 된장, 간장, 고추장, 젓갈 같은 전통식품은 결코 신선한 식품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문제 있는 식품인가? 축산물은 발효하는 것이 아니기에 무조건 신선해야 하는 것인가?

유통기한 내에 있는 모든 축산물은 생산 또는 획득한 날짜와 상관없이 소비자들을 위한 신선도의 평가 대상이 아니다. 단지 소비자들이 더 오래 놓고 먹을 수 있는 식품과 그렇지 못한 식품으로 구분하는 기준이다. 사실 축산물을 빠른 시간 내에 마트에 진열하는 이유는 유통업체가 더 오랜 시간 판매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산란한지 3일된 계란과 15일이 경과한 계란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맛과 영양소의 차이는 거의 없다. 또한 유통기한 내에 있는 우유는 착유한 날짜에 상관없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맛과 영양소의 차이가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돼지고기와 소고기, 닭고기는 도축한 날짜로부터 멀어질수록 숙성에 의해 연도와 풍미가 좋아진다. 물론 소고기 육회처럼 익히지 않고 날로 먹는 몇몇의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축산물은 숙성이 되면 풍미가 더욱 깊어진다.

가축은 도축 직후 근육 내 유일한 탄수화물인 글리코겐이 젖산으로 분해되면서 생성한 에너지로 인해 근육이 수축하는 이른바 사후강직 현상이 일어난다. 돼지고기는 도축 후 대략 24시간, 소고기의 경우 48시간에 사후강직 절정기에 도달하면서 고기는 단단하게 된다. 이후 시간이 경과되면서 사후강직이 해제되고 단백질 자가분해 효소의 작용에 의해 근섬유가 분해되면서 점차 부드러워지고 아미노산과 핵산관련 물질이 생성되는 숙성과정을 거쳐 연도가 증가하고 풍미가 깊어진다. 즉, 도축한 날에서 가까운 고기일수록 상대적으로 질기고 깊은 풍미가 부족하게 된다. 도축한지 3~4일이 경과한 이른바 초신선 식육이라면 아직도 사후강직이 완전히 해제되지 않은 다소 질긴 고기로 풍미와 연도 및 다즙성이 부족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신선한 것이 좋은 것이라는 공식이 고기에는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초신선 축산물과 일반적인 축산물의 안전성 차이도 없고 오히려 더 나은 부분도 없지 않다. 만약 항생제를 비롯한 동물의약품이나 살충제 성분 등이 축산물에 함유됐다면 도축한 날로부터 시간이 경과할수록 축산물 내 그 함량은 점차 감소한다. 소비자들의 우려와 달리 동물용 약물은 축산물 내에서 오랜 기간 존재하지 않으며, 설령 존재 한다고 해도 함량은 지극히 적다. 저장기간이 경과할수록 약물의 잔류량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간단한 조리과정을 통해서도 완전히 분해되는 것을 실험을 통해 발견했다. 만약 동물용 약물이 축산물 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한 축산물이 이른바 초신선 축산물에 비해 더 안전하다고 할 수도 있다.

전통식품을 예로 들면 김치 제조과정에서 첨가하는 젓갈과 천일염 같은 소금에는 약 1~2% 정도의 아질산염이 함유됐고 배추에 함유된 질산염이 질화균에 의해 아질산염이 된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발암물질로 알려진 아질산염을 분해하기 위해 김치를 2~3주 정도 숙성할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이렇듯 초신선 김치와 숙성 김치는 고유한 맛과 풍미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더 좋다고 양분하기는 어렵다.

우려스러운 점은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채소와 과일은 정작 초신선 식품 마케팅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숙성한 축산물의 장점을 외면한 초신선 축산물 마케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물론 숙성되지 않은 고기가 나쁜 고기라는 것은 결코 아니며, 갓 도축한 고기를 선호하는 소비자도 있다. 다만, 숙성된 고기의 깊은 풍미를 안다면 결코 초신선 축산물 마케팅은 추천할 만한 방식은 아니다. 또한 맛과 품질뿐만 아니라 안전성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장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생산일자가 짧다는 이유로 더 비싼 값을 지불하는 이러한 형태의 마케팅이 결코 소비자를 위한 길이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일찍 제공하기 위해 소모하는 에너지에 비해 소비자들이 얻는 것이 거의 없는 초신선 축산물 마케팅은 지양해야 마땅하다. 소비자들도 실익이 크지 않은 초신선 축산물에 더 비싼 값을 지불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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