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일부서 보도된 음식은
절임식품 ‘파오차이’
발효 없는 단순 염장채소로
우리 김치와는 관련 없어

ISO도 ‘파오차이’로 명시

최근 중국의 한 매체에서 ‘자국 쓰촨 김치가 김치산업 국제표준으로 제정됐다’고 보도했고 이를 국내 언론사가 인용, 재보도해 이슈가 됐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게 우리 정부와 김치 전문 연구기관의 입장. 매체에 보도된 김치는 중국 절임식품인 파오차이일 뿐만 아니라 이미 국제 표준으로 정해져 있는 김치와 파오차이는 엄연히 다른 식품이라는 설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9일 ‘중국 쓰촨 김치가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인가됐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우리 김치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농식품부는 중국이 제안해 이번에 ISO에서 제정된 내용은 파오차이에 관한 사항으로 이는 김치가 아닌 쓰촨의 염장채소라고 설명했다.

또 ISO 문서에도 ‘파오차이’로 명시하면서 ‘해당 식품 규격이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이미 김치에 대한 식품규격은 지난 2001년 국제연합(UN) 국제식량농업기구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국제 표준으로 정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세계김치연구소도 김치와 파오차이는 제조 공정부터 발효단계까지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중국이 ISO에 파오차이 표준을 제정했다고 해도 김치와 파오차이는 다른 식품이기에 해당 표준은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앞서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김치 규격 제정 당시 이해당사국인 일본과 4차례에 걸친 실무협의를 통해 규격명을 ‘기무치’가 아닌 ‘김치’로 통일하는 동안에도 중국은 코덱스 제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파오차이가 아닌 김치는 당시 중국에게 생소한 식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3년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사스) 발생 이후 김치의 상업성이 부각되면서 중국에 김치 공장이 생겨나게 됐고,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으로 김치 수출이 증가하면서 중국의 김치 생산량도 늘게 됐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 이외에도 파오차이, 쯔게모노, 사워크라우트, 피클 등 다양한 절임식품들이 있지만, 대부분 채소를 소금이나 식초 등에 절여먹는데 반해 김치는 1차로 배추, 무 등 원료 채소를 소금에 절인 후, 절여진 채소에 고춧가루, 파, 마늘, 생강 등 다양한 채소를 부재료로 양념해 2차 발효시킨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생채소를 1, 2차로 나눠 발효시키는 식품은 전 세계적으로 ‘김치’가 유일하다는 것. 두 번의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원재료에 존재하지 않던 각종 영양 기능성 물질들과 유산균이 새로 생성되는 것도 중요한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ISO 표준을 제정한 파오차이는 소금과 산초 잎, 고수 등을 물에 넣고 끓인 다음 살균 공정을 거치는 등 발효가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김치와는 전혀 다른 식품이다.

최학종 세계김치연구소 소장 직무대행은 “최근 김치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중국 매체의 근거 없는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된 것 같다”며 “앞으로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의 우수성을 보다 과학적으로 규명해 전 세계에 알려나가며, 더 이상 이와 같은 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치업계에서도 김치와 타국의 채소절임 식품은 차이점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김치산업진흥원을 통해 국내 김치 위상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구는 세계김치연구소에서, 산업 부흥은 김치산업진흥원에서 맡아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는 것.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은 “파오차이는 김치와 제조공정부터 발효단계까지 전혀 다른 식품인데도 불구하고 김치라고 표현을 하는 등 대한민국 김치 위상을 깎아내고 있다”며 “국내 김치산업 역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며, 김치 산업을 이끌어 갈 김치산업진흥원을 설립해, 김치 연구 전문 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와 함께 김치가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발 돋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하연 회장 등 김치업계가 요구하는 김치산업진흥원 설립 논의도 시작되고 있다. 김치산업진흥원은 김치산업 진흥 기반 조성을 위한 조사‧연구, 실태조사, 정보체계 구축, 진흥 계획 및 사업 수립‧집행, 대외협력, 홍보 등 김치산업 진흥을 책임지고 기획할 총괄집행 전담기구로 지난 11월 19일 주철현 더불어민주당(전남 여수갑) 의원이 김치산업진흥원 설치 근거가 담긴 ‘김치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제안 이유에 대해 주 의원은 “국내 김치 시장 규모는 72만톤, 1조2380억원에 이르나 이 중 중국산 저가 수입김치가 29만톤으로 40%를 차지하고, 지난 10년간 김치무역수지는 2억6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다가 올해 들어 11년 만에 겨우 흑자로 전환될 정도로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이 추락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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