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하락으로 장기불황…과잉생산 고리 끊고 수급조절 모색”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소비부진 및 가격하락, 사육과 관련한 각종 규제 강화, 악성 가축질병 발생까지 지난해는 양계 산업 전반이 고난의 연속이었다. 안타깝지만 올해도 지난해 업계를 괴롭혔던 난제들이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양계 농가는 물론 산업 전반을 이끌어 갈 생산자단체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에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과 양계산업 주요 현안 및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2020년 양계산업 전반에 대해 평가해 달라.

“2020년을 간단히 돌아보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다사다난했던 한해로 기억한다. 식용란선별포장업, 계란 이력제 의무화를 두고 많은 혼선을 빚었고,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 조기시행 움직임도 거셌다. 자조금 사업 시행의 어려움 속에 닭고기자조금은 사업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계열업체와 농가 갈등이 컸던 한해였다. 여름에는 태풍과 집중호우 등으로 양계장들이 피해를 보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이 밖에 농장 내 고병원성 AI(이하 AI)가 2년 8개월 만에 발생하면서 지금까지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AI 확산세에 농가 방역 고충지나친 정부정책 불만도
무분별한 살처분 재고하고 농가에만 책임추궁 말아야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가 양계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

“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양계산물 소비가 감소하면서 어려움이 컸다. 다행히 배달음식 주문이 많아지고, 치킨 소비가 증가하면서 소비를 끌어올렸지만 외식이 줄어 그 이상의 소비 창출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계란 역시 학교급식 등 대량 소비처가 줄면서 어려웠다. 그나마 가정소비가 늘면서 어느 정도 소비는 받쳐줬다. 다양한 가정식 요리 개발 등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고병원성 AI가 지속적인 확산세에 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나. 또 AI 확산을 막기 위한 농가·정부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10일 기준, 50개 가금 농장에서 AI가 발생해 가금류 1531만9000마리가 살처분되면서 큰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 아직 철새 이동이 이뤄지고 있어 2월 AI 특별 방역기간까지는 지속적인 발생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협회에서는 양계인들을 위해 AI 발생 상황 및 정부가 추진하는 방역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며 차단 방역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나친 방역 정책으로 농가들이 피해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앞서 언급 했듯이 AI 확산으로 정부가 차단 방역을 강화해 농가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특히 살처분 정책에 대한 농가 불만이 많다.

“정부가 AI 확산 방지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는 있지만 산업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방역 정책으로 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살처분 범위만 보더라도 발생농장으로부터 무조건 3km이내 가금류를 예방적 살처분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AI 발생 사례에 기준한 정책으로, 이번 상황과는 다르다. 농가 방역수준이 향상됐고, 이번에 발생한 AI는 수평전파나 역학으로 감염되는 사례가 거의 없이 전국 산발적인 감염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적으로 진행하는 살처분 강행에 국내 가금류 씨가 마를까 걱정이다. 축종별, 농장 입지별, 방역수준 등을 고려한 유연한 살처분 정책을 펼쳐야 한다. 또한 무분별한 일시이동중지명령, 계란차량·백신접종팀 농장출입금지, 농장 방역사진 제출 등 비효율적이면서 농장 경영에 치명적인 조치를 AI 방역 명분으로 추진해 농가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과거에는 행정구역 경계에 방역초소를 설치했지만 지금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정도로 정부 방역 활동이 느슨해졌다. 농가 책임 위주로만 몰아가는 것 같다.”

-지난해는 과거 살충제 계란 파동 여파가 새로운 규제로 다가왔던 한 해였다. 식용란선별포장업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올바른 제도 개선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식용란선별포장업은 현재 농가 상당수가 허가를 받았지만 현 규정으로는 농가들이 정부 요구를 따라가기에 무척 어려운 현실이다. 온도문제, 검사문제 등 현장과 다른 부분이 많다. 때문에 양계협회가 농가들이 불필요한 제도로 피해 보지 않도록 정부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당초 취지를 살려 대규모 광역 EPC(계란유통센터)를 중심으로 계란유통구조 개선 기반 마련에 힘쓰겠다. 이미 지난해 경기도 여주에 1호 광역 EPC가 탄생했고 추가로 1~2곳이 준비 중에 있다. 공판장 기능을 갖춘 광역 EPC가 지역적으로 자리 잡고, 계란유통구조 개선에 앞장설 수 있도록 하겠다.”
 

식용란선별포장업 시행 등 올해 양계산업 큰 변화 예고
닭고기 자조금 활성화 모색, 정부 수급조절위 활동 주목



-올해 양계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또 가장 해결이 시급한 업계 현안은 무엇인가.

“양계산업은 매우 큰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식용란선별포장업이 의무 시행되고, 축산계열화사업법 강화에 따른 사육계약서 적용,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가 본격화 된다. 협회는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양계산업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특히 수급조절을 통한 안정화가 필요하다. 산란계·육계·종계 등 모든 양계산업이 가격하락으로 인한 장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19가 소비부진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것은 과잉생산이다. 올해는 과잉생산 고리를 끊고, 안정화를 찾을 수 있도록 각 위원회를 통한 협의와 정부 협조를 통해 이를 해결하는데 역량을 모으겠다.”

-양계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양계 관련 자조금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닭고기자조금 정상화가 시급해 보인다.

“자조금 활성화는 양계산업의 큰 과제 중 하나다. 현재 양계 자조금은 타 축종에 비해 매우 지지부진하다. 특히 닭고기자조금은 지난해 사업을 거의 하지 못했고, 자조금 거출도 이뤄지지 않았다. 계열회사들과 농가 간 자조금 거출문제와 운용에 대한 이견, 이로 인한 갈등이 표출됐다. 닭고기자조금 활성화를 위해서는 계열회사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협조를 구할 계획에 있다.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거출 방법을 달리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가금산물 수급을 더 어렵게 했다. 올해도 전망이 밝지 않아 보인다.

“계란은 자급률이 99%로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자조금 활성화를 통한 소비증가, 수급조절을 바탕으로 산업안정화를 모색한다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닭고기는 비록 자급률이 80% 정도에 머물고 있지만 15kg 정도 소비량을 늘릴 수 있다. 육계 역시 수급조절이 급선무다. 농가들은 환우금지, 노계 조기도태 등 생산량 감소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계열사 등 업계에서는 농가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를 중심으로 수급조절위원회를 구성한 만큼 그 활동을 기대해 보겠다.”

-마지막으로 양계 농가와 양계산업 관계자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한다.

“우리는 현재 코로나19, AI 등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신호등이 다시 바뀌듯 올해 언젠가 바이러스와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농가들은 각자 맡은 위치에서 차단방역에 최선을 다 해 주길 바란다. 코로나19로 자유롭지 않은 생활이 이어지더라도 조금만 인내한다면 희망의 내일이 찾아올 것이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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