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두 / GS&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

[한국농어민신문]

농지전용이란 농지를 농업생산 외의 용도로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농지를 전용하려면 「농지법」에 따라 농지전용 허가를 받아야 하며, 예외적으로 농지전용 협의와 농지전용 신고를 통해 농지를 전용하는 경우와 불법 개간 농지를 산지로 복구하는 경우 및 「하천법」에 따라 공작물을 설치하기 위하여 농지를 전용하는 경우 등은 허가를 받지 않고 농지를 전용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농지전용 허가·협의·신고 등을 총칭하여 농지전용허가제도라고 한다.

농지전용허가제도에 따라 전용된 농지 면적은 2000년에 9883ha, 2005년에 1만5659ha, 2010년 1만8732ha, 2015년 1만2303ha, 2018년 1만6303ha였다. 연차별로는 2007년에 2만4666ha로 최대를 나타낸 뒤 2014년 1만718ha까지 감소추세였으나 2015년부터 증가추세로 바뀌었다. 2009∼2018년의 10년 동안 매년 평균 1만4,814ha씩 전용으로 농지 면적이 감소하였다. 용도별로는 공용·공공용 시설 및 공익시설로 전용한 면적의 비율이 26.4%, 주택시설로 전용한 면적의 비율이 18.8%, 광·공업시설 14.5%, 농어업용 시설 4.6%, 기타 24.3% 등이었다.

농지전용이 농지제도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농지전용이 농지면적 감소의 주범이라는 점이다. 농지면적은 1975년의 224만ha에서 매년 감소하여 2018년에 159만6000ha로 64만4000ha가 감소하였는데, 같은 기간 농지전용 면적은 총 46만6286ha로 72%를 차지하였다. 이 외에 경지면적 감소의 두 번째 요인은 유휴농지로서, 2013년 한국농어촌공사의 조사에서 약 18만ha로 파악되었으며, 통계청의 조사로는 2018년에 유휴지의 누계면적이 21만1000ha로 나타났다.

둘째는 농지전용이 농지가격 상승의 주요인이며, 따라서 농지제도 문란의 주범이라는 점이다. 2018년에 벼농사의 소득은 10a(300평)당 68만3000원으로 조사되었다. 이 농업소득에 이자율 연 3%를 적용하여 환산한 농지가격은 2276만7000원으로 평당 7만6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예컨대 수도권의 농업진흥지역 농지 가격은 평당 60만∼70만원을 호가한다. 이처럼 농지가격이 농업수익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은 농지전용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농지가격이 저렴한 농업진흥지역 농지를 전용할 경우 그 지가는 농지가격의 몇 배에 달하여 차익은 그만큼 커진다. 투기적 농지소유는 물론이고, 상속농지 등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려는 것도 농지가격 상승에 따른 지가차익을 얻기 위해서이다. 농지가격이 높아지면 농업인은 농업수입으로 농지를 매입할 수 없게 되고, 반면에 비농업인은 지가차익을 얻으려고 농지를 소유하려 한다. 이리하여 농업인은 영농규모 확대를 위해 농지를 임차하지 않을 수 없고, 농지를 소유한 비농업인은 농지를 임대할 수밖에 없게 된다. 농지전용이야말로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을 무너뜨리고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를 조장하는 마법의 손인 것이다.

농지전용은 도시용지·산업용지를 공급하는 수단으로서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농지법」은 대규모의 생산기반이 정비된 우량농지에 대해 권역 전체를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하여 농지를 보전하고, 그 외의 지역에 있는 농지는 농업 외의 용도로 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농업진흥지역 농지의 전용면적이 매년 전체 농지전용 면적의 20%를 차지하는 2000∼3000ha에 달한다는 점이다. 특히, 농업진흥지역 농지전용은 용도별로 그 70% 이상이 공용·공공용·공익시설로의 전용이었으며, 11%가 농어업시설, 8%가 광공업시설, 6%가 주거시설 등이었다.

농업진흥지역 농지 전용 면적의 70% 이상을 공용·공공용·공익시설이 차지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농업진흥지역 농지 전용 면적을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공용 목적으로의 농업진흥지역 농지 전용을 줄이겠다는 정책의지가 있다면 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반면 농어업용 시설은 물론이고 광공업시설이나 주거시설도 「농지법」 제32조(용도구역에서의 행위제한)의 규정에 따라 설치할 수 있는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농업진흥지역 농지전용은 「농지법」의 산물이며, 따라서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농지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농업진흥지역 농지전용을 억제하는 수단으로는 무엇보다 농업진흥지역 농지의 전용을 금지하도록 「농지법」 제32조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우리의 농업진흥지역에 해당되는 농업진흥지역 내 농용지구역의 농지 면적이 전체 농지 면적의 90%를 차지하는데, 그 농지에 대해서는 농지전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농지의 등급을 갑종농지·제1종농지·제2종농지·제3종농지 등으로 나누어 하위 등급의 농지를 우선 전용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전체 농지 면적의 50%에 미달하는 농업진흥지역 농지의 전용면적이 매년 2000ha 이상이나 된다.

둘째는 농지전용허가의 심사를 맡는 농지전용허가 심의기구를 신설하여 예컨대, 농업진흥지역 농지 전용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공용·공공용·공익시설의 설치에 대해서도 심의를 통해 전용을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농업진흥지역 농지 전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하더라도 공용·공공용·공익시설의 경우 예외를 인정받으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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