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정부가 지난 20일, 계란 수입 계획을 밝혔다. 예상했지만, 빗나가길 바랐던 시나리오다.

2016~2017년 국내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역대 최악의 AI 사태로 기억되고 있다. 지금보다 확산 속도가 더 빨랐고, 지역 내 가금 농가 간 수평전파가 이뤄지며 400개가 넘는 농장이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계속되는 살처분 속에 ‘계란 대란’으로 불릴 정도로 계란 수급에 문제도 생겼다. 이 때 정부가 수입업체 운송비 지원, 할당관세 적용 등을 통해 꺼내든 카드가 계란 수입이다.

그러나 당시 9000원 안팎에 판매했던 수입 계란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았고, 계란 수급에도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국내산 계란 수급이 정상화 된 이후 수입 계란을 폐기처분하는 등 업계에 혼란만 불러일으켰다는 비판만 남았다. 정부는 이런 계란 수입을 ‘선제적인 수급안정 대책’이라며 또다시 추진하고 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AI는 농가 간 수평전파나 역학관계가 거의 없는 불특정지역 단독 발생이 특징이다. 때문에 농가 피해와 수급 문제를 우려한 생산자단체에선 정부가 무차별 살처분 정책에서 벗어나 주변 환경과 사육밀도, 농장 방역체계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 방역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AI 확산 차단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기존 방역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가금업계 관계자라면 누구나 예측 가능했던 계란 수급 문제가 불거지자, 실패에 가까웠던 계란 수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과거 수입산 계란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던 소매점들이 수입 계란 유통을 꺼려할 것으로 생각해서인지 농림축산식품부가 대형마트에 수입 계란 판매를 압박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오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국내 농가를 보호하고, 국내산 축산물 소비를 권장해야 할 농식품부가 수입 계란 유통을 부추기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악성 가축질병 확산을 막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여기에는 축산업과 농가 보호의 목적도 담겨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질병 확산뿐만 아니라 수급, 농가 피해 등 다양한 상황을 검토하고 예측해 방역정책을 수립·추진해야 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다. 차단 방역만을 앞세워 질병과 무관한 수많은 닭과 계란을 폐기 처분하고, 수입산으로 대체하는 이런 방식의 질병 예방, 물가 안정은 가금 농가도 소비자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정수 축산팀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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