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방역정책 개선방안 토론회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대한수의사회·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 주최, 한국가금수의사회 주관으로 ‘효율적인 고병원성 AI 방역을 위한 방역정책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동안 수의 전문가 사이에서도 국내 AI 백신 도입에 대한 찬반 입장이 엇갈려 온 가운데, 최근 열린 토론회에선 백신 도입에 반대했던 전문가들도 백신 접종의 장단점을 파악하기 위해 시범 도입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지난 19일, 대한수의사회와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렸던 ‘효율적인 고병원성 AI 방역을 위한 방역정책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으로, 이날 토론회는 고병원성 AI(이하 AI) 백신 도입 문제가 논의의 중심을 이뤘다.

마리당 200원으로 저렴
예방적 살처분 없이
생산유지 등 장점 주목
산란계 중심 도입 목소리


▲AI 백신, 선별적 도입 필요=이번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았던 윤종웅 한국가금수의사회장은 살처분 정책으로는 AI 피해와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며 AI 백신 도입을 주장했다. 윤종웅 회장은 “2차 피해를 포함해 연평균 2500억원 수준의 재정 손실이 발생하는 AI 살처분 정책은 18세기 방식의 비싼 정책”이라며 “백신은 살처분 정책의 효과적인 보조수단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윤종웅 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AI 백신 접종의 장단점에 대해 설명했다. 윤 회장에 따르면 AI의 경우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인체감염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백신을 접종할 경우 오히려 바이러스 배출량이 감소해 인체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또 백신 접종 비용이 마리당 200원 수준으로 저렴한데다, 농가에선 인근에 AI가 발생해도 예방적 살처분 없이 생산 유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야외 발생주와 구별이 어렵고 잠재 감염 우려, 가금류 수출시 무역 장벽이 될 수 있는 단점이 존재한다. 윤종웅 회장은 그러나 “백신 접종으로 인한 단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모두 해결 방법이 있다”며 “현재 AI 백신 기술은 바이러스에 원하는 백신 유전자를 끼워 넣을 수 있는 수준까지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윤종웅 회장은 백신 정책 도입 시 전국적인 시행보다는 위험 지역 선별적 사용을 주문했다. 윤 회장은 “이미 AI 바이러스 차단에 효과가 좋은 백신이 준비돼 있는 상황으로,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에 백신을 하기 보다는 필요한 지역에 예방적으로 사용하고, 전체 축종이 아니라 산란계를 중심으로 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백신을 접종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백신 접종팀 관리와 주기적인 예찰과 진단,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방역 및 사육 현장에서도 이 같은 AI 백신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 안두영 대한양계협회 채란위원장은 “사육 현장에서 죽기 살기로 방역을 하고 있는데도 이번 AI 발생으로 산란계 살처분 규모가 1500만 마리를 넘었다”며 “철새는 차단 방역이 어렵기 때문에 AI 위험지역의 경우 농가가 백신 접종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해 산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김종훈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장 또한 사견임을 전제로 “경기도만 해도 이번 AI 발생으로 지난해 12월 6일 이후 1460만 마리의 가금류를 죽였는데, 살처분이 과연 바람직한 정책인지 의문”이라며 “종계·산란계 등 장기간 사육하는 축종은 백신 접종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체감염 가능성 확대
바이러스 상재화 우려 등
반대 의견도 맞섰지만

▲인체감염, 바이러스 변이 등 고려해야
=이번 토론회에서도 한쪽에선 바이러스 변이, 인체감염 가능성 확대, 바이러스 상재화 등을 이유로 백신 도입을 사실상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그동안 백신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AI 전문가인 김재홍 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장(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은 이날도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김재홍 원장은 “살처분 정책이 구시대적인 정책이 아니라 선진국도 단기적인 이익과 장기적인 이익 등을 따져 국가 상황에 맞게 판단하고 있다”며 “백신 사용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재홍 원장은 백신 도입으로 인한 문제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사람이 AI에 감염될 경우 사망률이 지금도 60% 정도나 된다는 것. 바이러스 변이의 경우 2005년을 기점으로 무수한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났는데, 2005년은 중국이 AI 백신을 접종한 시기로 이는 OIE에서도 인정한 부분이라는 게 김재홍 원장의 설명이다. 김재홍 원장은 “AI 백신을 사용하면 전체적인 피해를 줄이고, 살처분 피해와 인체감염도 감소시킬 수 있지만 인체감염이 없었던 우리나라 상황은 다르다”면서 “백신을 사용하면 AI 상재국으로 바이러스를 안고 살아야 하는 등 대가를 치를 것이 많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현태 한국토종닭협회 차장은 “국내 AI 백신 접종 시 AI 상재국으로부터 커다란 시장개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며 백신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와 함께 김만섭 한국오리협회장도 “AI 바이러스 상재화와 특히 바이러스 변이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며 “먼저 백신 접종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한 후 백신 정책 시행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단점 파악 위해 시범 도입”
신중론 속 일부 검토 입장 내놔

▲백신 시범 도입 검토 필요
=이번 토론회에선 백신 도입을 반대하는 쪽에서 한 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정부의 살처분 정책으로 입게 되는 가금 산업 피해가 큰 만큼 백신 도입에 대한 장단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범 도입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재홍 원장은 “그동안에는 백신 도입으로 인한 인체감염 위험성 때문에 시범적용을 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마련돼 있지 않았으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질병 예방을 위한 시험 연구 여건이 오히려 좋아졌다”며 “국내 환경에서 AI 백신 도입이 적합한 지 시범도입을 검토할 수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이를 위한 논의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재홍 원장은 이어 “백신 도입에 대한 지속적인 토론과 함께 업계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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