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삼석 의원 ‘코로나 지원 현황’ 자료 입수·분석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한 코로나19 지원 사업의 대부분이 융자 및 이차보전 등 간접 지원에 지나치게 편중됐고, 정작 농업인 대상 직접 지원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융자와 이차보전 역시 코로나19 이전부터 추진해 온 사업이어서 농업인에 대한 코로나 지원이 사실상 ‘전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기존 융자·이차보전 사업 외 농업인 대상 지원은 ‘100억원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부실 비판이 따른다. 

이 같은 내용은 서삼석 더불어민주당(전남 영암·무안·신안) 의원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코로나19 관련 지원현황’ 자료에서 확인됐다. 한국농어민신문은 이 자료를 입수해 농식품부가 밝힌 지원 사업 내용을 들여다보고, 농업인 대상 코로나 지원이 실질적으로 이뤄졌는지 등을 분석했다.

농식품부 ‘1조 지원’ 주장하지만
융자·이차보전이 8876억 차지
대부분 기존 예산 집행 불구
‘코로나 지원’으로 이름만 바꿔

 

▲융자·이차보전 등 간접 지원에 편중=농식품부가 서삼석 의원에 제출한 2020년 1월 20일부터 12월까지 추진한 코로나 지원 현황을 보면, 융자 5633억5500만원, 이차보전 3243억500만원을 포함해 총 20개 사업 1조395억600만원 규모(비예산·타부처 사업 제외)다.

융자 사업은 대부분 식품·외식·유통 업체 대상이다. ‘농식품글로벌육성지원자금’ 3728억8200만원, ‘식품외식종합자금’ 1440억원, ‘친환경농산물직거래자금’ 225억원(일부 생산자단체 대상), ‘오리민간자율비축지원’ 76억7300만원, ‘축산물 도축가공업체 지원사업’ 93억원 등 5개다. 오리민간자율비축지원과 축산물 도축가공업체 지원 관련해서는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업체들이 대상이었다. 농업인 대상의 융자 사업은 ‘화훼유통개선’ 사업(70억원)으로 화훼 농가 및 생산자단체 111명이 혜택을 받았다. 

이차보전 사업은 농업인 대상으로 이뤄졌다. ‘코로나19 피해 농업인 및 농업분야 경영안정을 위해 재해대책경영자금 지원’, ‘농축산경영자금 등 주요 정책자금 대상 금리 인하’, ‘농업종합자금 등 주요 장기시설자금 원금 상환유예 1년’, ‘코로나19 피해 농업인 등 일시적 경영위기 농가 경영회생자금 지원’ 등이다.

▲간접 지원, 과연 코로나 대책인가=융자와 이차보전 등 간접 지원 규모는 8876억원에 달하는데, 코로나19 지원 사업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 기본적으로 융자와 이차보전 사업 모두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수준에서 운영됐기 때문이다. 융자 사업의 경우 축산 및 식품 업체들의 융자 지원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추가 확대된 측면이 일부 있지만 이차보전의 경우 지난해 금리 인하로 별도 예산을 추가하지 않고도 2020년 예산 내 흡수편성을 통해 추진했던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그림 참조>

예를 들어 재해대책경영자금의 경우 ‘농업인이나 그 가족이 코로나19 확진 또는 감염 의심으로 격리돼 영농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 대상으로 융자 지원을 600억원 한다는 식인데, 기존 예산 내에서 내용을 일부 변경해 추진한 것이다. 2003년부터 농어가부채경감법에 따라 시행돼온 농업경영회생자금 300억원 지원도 이런 방식으로 농식품부의 코로나 지원 현황에 포함됐다.

이는 실효성 측면에 영향을 미쳤다. 농축산경영자금 등 주요 정책 자금 대상 금리 인하의 경우 기존 혜택을 받고 있던 농업인 12만1946명이 지원 대상이 됐다. 즉 별도 신청 없이 지원 대상으로 된 것이다. 추가 신청을 통해 운영된 다른 이차보전 사업들도 실적이 좋지 못했다. 재해대책경영자금 1241명, 주요 장기시설자금 원금 상환유예 2183명, 경영회생자금 지원 101명 등 농업인 3500명 정도가 수혜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업경영회생자금 등은 기존부터 이뤄졌던 금융 지원으로 새로운 사업이 아닌데도, 농식품부는 코로나19 지원 사업에 마치 수천억원을 마련해 지원하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며 “정책 대상자도 일부 농업인에 국한돼 있어 대상을 확대하거나 직접 지원을 보다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책정 기준 따라 규모 달라지는
간접지원 효과 현장선 못 느껴

▲수천억 지원했다는데, 현장 체감 못하는 이유는
=농식품부의 코로나 지원 대책이 현장에서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이유 중 핵심은 이처럼 간접 지원 위주의 예산이 많다는 데 있다. 기존 업체나 농업인들이 혜택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고, 추가 또는 신규 혜택이 크지 않아 정책 효과가 피해를 입은 농업인에게 닿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농업 분야에 대해 재난지원금 등 직접 지원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가 현장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간접 지원 사업의 경우 책정 기준을 어떻게 둘 것인지에 따라 규모가 고무줄처럼 늘어나 자칫 농식품부가 지원 성과를 부풀리는 형태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수조원대 FTA 피해보전 대책’이 이런 맥락이다. 지난해 코로나 지원에서 이차보전 사업 규모는 3243억원인데, 이를 대출금액 기준으로 바꾼다면 총 규모는 2조원을 초과할 정도로 편차가 크게 나타나 객관적인 지표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3243억원’이라는 이차보전 규모 역시 코로나19와 관련 내용이 아닌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에 수립한 기존 이차보전 전체 예산(2020년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안에는 RPC벼매입자금, 농촌주택개량자금, 인삼약용작물계열화 등이 들어있다. 융자 및 이차보전의 경우 신청·집행 등 실제 참여 인원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워 사업 결산 단계에서 ‘불용’ 지적을 받는 ‘단골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농업인 직접 지원 사업 3개 뿐
규모도 ‘100억 남짓’에 그쳐
4차 재난지원 농어민 포함 절실

▲농업인 지원 ‘100억원 남짓’ 전부
=융자와 이차보전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은 13개 사업, 1518억4600만원 규모다. 소비 쿠폰, 할인 지원, 꾸러미 지원, 방역물품 지원 등 그나마 예산이 지급되는 ‘직접 지원’으로 분류할 수 있는 예산들이 있다. 하지만 이 사업 중에서도 농업인 대상 지원은 3개 사업 113억84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업은 외국인근로자 입국제한에 따른 농촌인력 확충을 위해 중개센터 추가 설치 내용의 ‘농촌고용인력사업’ 68억4400만원, 화훼농가와 생산자단체·유통업체·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화훼소비촉진’ 42억8000만원, 농촌체험휴양마을 대상의 ‘농촌체험마을 방역물품 지원’ 2억6000만원 등이다. 내용이 부실한 데다 지원 규모도 미미하다. 기존 융자·이차보전 지원을 빼면, 지난해 농업인 대상의 직접 지원 규모는 고작 ‘100억원 남짓’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나머지 10개 사업 약 1400억원 규모는 소비자(대국민)와 업체 위주로 지원됐다. 수출업체에 물류비를 지원하는 ‘농식품글로벌경쟁력강화’ 574억원, ‘농축산물 소비촉진 쿠폰 사업’ 400억원(대국민), ‘외식활성화캠페인’ 330억원(일반 국민 330만명), ‘식사문화 개선’ 32억2100만원(일반 국민 및 외식업계), ‘식품산업인프라 강화’ 5억8000만원(청년인턴 200명), 친환경농산물판촉지원 34억원(17개 업체), 외식경영컨설팅 5억4000만원(외식업소 1000개소) 등이다.
 

효과 불분명한 ‘소비 쿠폰’ 등도
농식품부 계속 추진의지 눈살


▲효과 불분명한 지원, 더 늘린다=소비 쿠폰 사업과 외식활성화캠페인 등 일부 사업에 대해 정책 효과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농식품부는 해당 사업을 앞으로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역시 기존 사업을 병행하되 일부 사업은 예산을 증액해 추진된다. 외식할인지원 사업의 경우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660억원 규모다. 농축산물 소비촉진 쿠폰 사업 760억원, 농식품글로벌경쟁력강화 472억5900만원, 식사문화 개선 24억5000만원, 농촌관광할인지원 11억500만원 등도 있다.  

반면 농업인 대상의 직접 지원 예산은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재난지원금 등 지원 확대 방안이 요구된다. 농촌체험휴양마을 방역물품 지원은 5900만원, 화훼소비촉진은 23억8000만원으로 줄였다. 신규 사업은 필요 시 추가 검토하겠다는 것이 농식품부 입장이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3차례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는 동안 농어민들은 사실상 직접 지원에서 배제돼 왔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농어민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담은 건의문을 22일 청와대를 비롯해 이낙연 민주당 대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농식품부·해수부 장관 등 28곳에 전달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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