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aT가 중국 하남성에 소재한 영유아용품 전문점을 대상으로 한국산 조제분유 홍보 및 판촉행사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촉발된 중국 내 자국산 조제분유의 불신은 수입산 제품의 소비 확대로 이어졌고, 우리 조제분유도 한류 바람을 타고 대중국 수출이 가파르게 늘며 ‘효자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10월 1일부터 역대 가장 강도 높은 조제분유 정책을 실시한다고 발표하면서, 수출 감소 등 악영향이 벌써부터 미치고 있기 때문. 현재까지 우리 조제분유의 대중국 수출 상황을 점검하고, 중국의 관련 규정에 따른 영향 및 대응방안을 살펴본다.

10월 조제분유 등록관리법 시행 앞두고 7월까지 수출실적 전년비 3.7% 감소
국내 5개 분유업체 등록, 4~8개 수출브랜드 보유 중이지만 3개 브랜드만 가능
중장기적으로 신규 판로 유망한 온라인마켓 접근·유기농분유 개발 등 틈새 노려야


▲대중국 수출효자품목으로 자리매김=중국에서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을 시작으로 2010년 성조숙증 유발 분유, 2011년 피혁분유 등 자국산 조제분유 제품의 안전사고들이 잇따르면서, 상대적으로 품질과 안전성에서 우위에 있는 수입산 제품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이 늘었다. 이에 2000년대 후반부터 남양유업·매일유업 등 국내 분유업체들이 한류 인기와 높은 안전성을 앞세워 현지에 속속 진출했으며,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한국유가공협회 등이 우리 조제분유의 인지도 제고를 위한 홍보 및 판촉활동을 지원하면서 대중국 수출이 탄력을 받게 됐다.

실제 관세청 및 aT의 수출통계를 살펴보면, 조제분유의 대중국 수출실적은 2010년 788만 달러(458톤)에서 이듬해 2385만 달러(2385톤)로 금액 면에서 3배, 물량 면에서 5배 이상 크게 늘었고, 이후 2013년 5638만 달러(4930톤), 지난해 9397만 달러(7767톤)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중국시장에서의 선전으로 우리 조제분유는 지난해 처음으로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한 효자품목으로 자리매김했고, 중국에 수출되는 전체 농수산식품 중 가장 실적이 좋은 품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aT 상하이지사의 김지일 과장은 “중국에서 조제분유의 가장 큰 판매 채널은 영유아 전문점인데, 유럽산과 뉴질랜드산, 미국산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베이징·상하이 등 1선 도시보다는 2~3선 도시 내 영유아 전문점이 유망할 것으로 바라봤다”며 “‘동양 아기에 적합한 분유’라는 마케팅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 한국산 조제분유를 찾는 소비층이 확대돼 수출 신장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분유업체 A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현지 마트 및 경소상(중개판매상)을 대상으로 PB(Private Brand; 자체브랜드) 판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한 것도 수출 증가의 또 다른 요인”이라고 전했다.

▲중국 조제분유 등록관리법 시행으로 입지 축소 우려=하지만 우리 조제분유의 올해 대중국 수출은 예년과 달리 다소 주춤되고 있다. 올 7월까지의 실적(누계)은 4892만 달러(3901톤)로, 지난해 같은 기간(5081만 달러·4193톤)과 비교해 금액 면에서 3.7%, 물량에서 7% 줄었다. 큰 폭의 감소는 아니지만 2011~2015년까지 7월 기준 월평균 30~40%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이에 대해 김지일 과장은 “10월 1일부터 시행될 중국의 ‘영유아 조제분유 조제법 등록관리법(이하 조제분유 등록관리법)’ 여파로 현지 경소상들이 수입산 제품 공급에 부담을 느껴 물량 확대가 잘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자국의 조제분유 산업 보호를 위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의 비관세장벽 조치로 시행하는 조제분유 등록관리법은 자국 및 해외 분유 제조기업 모두 3개의 브랜드 및 9개 제품에 한해 유통·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 주 골자다. 당초 중국의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이 지난해 9월 관련 규정에 대한 의견 수렴을 공고할 때 5개 브랜드 및 15개 제품으로 제안했지만, 결과적으로 규제 강도는 더욱 강화됐다. 단, 현재 생산·유통 중인 제품은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CFDA에 등록돼 중국에 진출한 국내 분유업체는 매일유업·남양유업·롯데푸드 등 5개사로, 이들 업체는 각각 독자 브랜드 및 PB 상품을 포함해 4~8개의 수출 브랜드를 보유 중이다. 하지만 중국의 새로운 조제분유 등록관리법이 시행되면 3개 브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의 유통·판매는 불가하다. 낮은 인지도 때문에 PB 상품 공급비중이 높은 우리의 경우, 소멸되는 브랜드만큼의 수출 감소가 불가피한 것이다. 분유업체 B 관계자는 “지난해 의견 수렴안 발표 이후 이에 대비해 일부 수출용 PB 제품 생산은 점차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출비중이 큰 PB 브랜드 확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 중국 수출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제분유 등록관리법 시행으로 중국시장에서의 우리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칭다오무역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중국에 등록된 조제분유 기업은 103개사이며, 이 중 와이어스(Wyeth)·다농(Danone)·이리(伊利) 등 상위 10개사가 전체 시장점유율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관련 규정이 도입되면 경쟁력이 낮은 조제분유 기업들은 퇴출되거나 구조조정을 통한 인수합병이 이뤄져 지금보다 더욱 중국의 대형 분유업체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분유업체 C 관계자는 “중국 조제분유시장은 경소상 확보에 따라 매출이 좌우되는데, 대형 분유업체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흡수할 기업들이 거래했던 경소상까지 확보할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유통 장악력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인지도·경소상 확보에서 뒤지는 우리 입지가 좁아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유기농 등 틈새시장 진출 노력=이처럼 중국의 조제분유시장 진출 확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신규판로로 유망한 온라인 마켓으로의 접근 및 유기농 제품 개발로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의 영유아 조제분유시장에서 가장 큰 판매채널은 영유아전문점으로,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최근 규모가 커지고 있는 온라인(해외직구 포함)마켓이 13%, 마트 및 편의점이 5% 수준이다.

특히 중국의 온라인 영유아 조제분유시장 규모는 2010년 36억1000만 위안(약 5억4218만 달러)에서 지난해 222억1000만 위안(33억3570만 달러)으로, 5년 동안 6배를 웃도는 성장세를 보이며 새로운 유통판로로 각광받고 있다. 입점 등 유통 측면에서 오프라인 매장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것도 장점이다. 때문에 남양·매일 등 국내 업체들이 최근 온라인 전용 제품을 출시하거나 유명 온라인마켓 입점에 나서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의 온라인마켓 징동의 관계자는 “징동(JD.com)·티몰(Tmall) 등 영유아 조제분유 유통 비율이 높은 온라인 채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주로 150~250위안(한화 약 2만5000~4만2000원)대의 제품들이 주로 판매되는 점을 고려한 맞춤형 상품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유기농분유 개발도 고려할 만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AC닐슨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의 생활수준 향상과 식품안전성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유기농분유 소비가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2017년 전후로 관련 시장규모가 30억 위안(약 4억5000만 달러)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중국 소비자들은 자국산 유기농 분유보다 수입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코트라 칭다오무역관 관계자는 “중국 조제분유시장에서 유기농 제품 비율은 2%에 불과하지만, 지금의 추세를 봤을 때 향후 고급 조제분유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아직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시장이기 때문에, 한국산의 높은 안전성 및 동양 아기에 적합하다는 장점을 앞세운 유기농 제품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정부 및 aT 등 수출기관은 새롭게 시행되는 중국의 조제분유 등록관리법으로 애로가 예상되는 국내 조제분유업체들을 후방 지원하고, 중국 내 우리 조제분유의 인지도 향상을 목표로 올 하반기에 다양한 홍보·판촉활동을 추진할 방침이다. 윤미정 aT 임·축산수출TF팀장은 “주 소비층인 임산부 및 신생아가족, 산후조리원 관계자를 대상으로 현지에서 ‘한국산 분유 영양세미나’를 개최하는 한편, 중국의 유명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우리 조제분유의 높은 품질과 안전성을 강조하는 홍보물을 방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끝>

박성은 기자 parkse@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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