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정부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시행령(안)의 가액기준을 조정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원안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를 전후해 한국농축산연합회가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농축수산물을 금품수수대상에서 제외토록 하는 등의 ‘농어민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한편, 황주홍 국민의당(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은 김영란법의 가액기준을 상향 조정할 것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또, 정우택 새누리당(충북 청주상당) 의원은 ‘김영란법피해대책특위’ 구성을 제안하기도 하는 등 국회 안팎에서 김영란법에 따른 농축수산물 피해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황주홍·정우택 의원 등 
국회 반대의견 잇따라
농업계 우려 목소리도 고조


정부는 8월 29일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김영란법 시행령(안)이 정한 가액기준을 원안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이 제안한 ‘김영란법 시행령(안) 중 사교·의례 등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 등 가액 범위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 이로써 음식물·선물·경조사비의 가액기준은 3만원·5만원·10만원으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부의 결정에 대해 황주홍 의원은 긴급성명을 발표, “국회 농해수위원을 포함한 여·야 의원들 다수가 3만원(음식물), 5만원(선물)의 가액기준이 비현실적이어서 농·림·축·수산업계의 피해는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부정적인 타격을 줄 것이란 점을 줄곧 제기해왔다”며 “농어민과 농어민단체들 또한 그 같은 우려의 뜻을 강력하게 밝혀왔고, 한국은행 총재와 기획재정부 경제부총리 또한 이 가액기준의 시행에 대해 우려의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29일) 어이없게도 원안대로 결정된 것은 근사한 대의명분 뒤에 숨어버린 무사안일행정의 전형으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며 “시행령의 가액기준을 상향조정하더라도 김영란법의 대의명분은 전혀 훼손되지 않기 때문에 가액기준 만큼은 반드시 변경할 것을 동시대의 실천적 이성으로 다시한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의 목소리는 8월 25일에 한국농축산연합회가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전달한 ‘김영란법에 대한 농어민들의 호소’란 제목의 요구사항에도 담겨있다.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농축수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초래될 것이란 농업계의 우려를 알리기 위함이다. 이 호소문에는 ‘국내산 농축수산물은 금품수수대상에서 제외’(최우선), ‘품목별 특성에 맞게 별도 기준을 설정’(차선), ‘부득이하다면 대책 마련시까지 시행시기를 연기’(차차선) 등 세가지 안이 제시돼 있다.

농축산연합회는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추진되면, 농축수산물에 직접적인 피해가 클 뿐만 아니라 FTA 등 시장개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추구한 고급화의 판로를 차단해 결국 수입농축수산물만 권장하는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며 “자칫 법의 목적은 달성되지 못한 채 애꿎은 농축수산물만 죽이는 식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농축산연합회는 “국내산 농축수산물은 금품수수대상에서 제외해도 법의 목적은 달성된다는 것이 농어민의 정서”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김영란법에 따른 농축수산업의 피해가 예고되면서 정우택 의원이 제안한 ‘김영란법피해대책특위’가 구성될 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정무위원장을 맡아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던 정 의원은 8월 17일에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우리 당에서 김영란법 시행에 따를 피해산업에 대해서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산업별로 어떤 걱정들을 하고 있는지 등을 수렴해 대책을 세워가는 모습이 저는 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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